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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창작플랫폼 선정작, 손지형 각색/연출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2019-03-17
박정기 공연문화컬럼니스트 webmaster@hangg.co.kr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창작플랫폼 선정작, 이기호 원작, 손지형 각색 연출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를 관람했다.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창작플랫폼 선정작, 이기호 원작, 손지형 각색 연출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를 관람했다.


이기호는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3년 대산창작기금 수혜를 수상했고, 언젠가는 종교 코너에 꽂히길 바라는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와, 또 언젠가는 역학운세 코너에 꽂히길 강력히 바라는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펴낸 바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연재했던 작품 ‘사과는 잘해요’를 전면 개작하여 책으로 펴냈다. 대신 사과를 해주는 ‘사과 대행’을 소재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죄와 죄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의 문학에 장편 ‘수배의 힘’을 연재를 하고,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죄와 벌, 종교의 문제 등을 다룬 작품인데, 연재 후 2010년 여름에 출간했다,


손지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재일교포 작가이자 연출가 정의신의 조연출을 여러 해 맡고, 연극 ‘요요현상’으로 연출데뷔를 했다. 그 후 ‘싱크 홀’ ‘알래스카의 여름밤’ ‘Blame it on My Youth’ ‘이방인들’을 연출해 성공을 거둔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연출가다.


연극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의 묘비명으로 세간에 알려진 문장이다.


한국에서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라는 의역된 문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묘비명은 이기호의 단편집 제목으로 재활용되기도 하였다. 정확한 이기호 소설집의 제목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리고 뿌리 깊은 나무의 이방지가 18화에서 무휼 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이 대사를 썼고, 조계종 성철스님도 이 묘비명을 좋아했다.



무대는 배경에 의자 여러개를 나란히 놓고, 무대 좌우에는 세 개 씩 책장과 책상 그리고 의자를 배치했다. 중앙에는 마치 경기장의 링 같은 크기의 단을 놓아 출연자들이 단 위로 오르내리며 연기를 한다.


연극은 도입에 기획사 책임자가 주인공의 시나리오를 마감기일보다 일찍 쓰도록 부탁을 한다. 작가들치고 그 기일 안에는 못 쓰겠노라 자신의 의사를 내세우기는 어려우리라는 생각이지만 이 극에서도 고분고분하게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한다. 사무실 문을 나서며 작가의 신경질적인 모습과 태도가 드러난다.


장면이 바뀌면 작가의 대학시절 교수와의 대담이 재현된다.


“소설가에게 있어서 우연이라는 건 지배해야 마땅한 어떤 영토 같은 거라고, You Know?” 작가 ‘나’에게 대학시절 교수는 ‘나’의 소설이 죄다 우연 투성이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작가가 되어야 할 이유를 묻는데, 글쎄... 고등학교 1학년부터였다고 대답하며 고등학생시절로 되돌아간다.작가는 고교시절부터 왕따와 폭행을 당한다. 회상장면이 연출되고,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신체검사를 앞두고 목욕탕을 가던 중 우연히 십대 폭력 서클 방배동 무지개를 마주치고 린치를 당한다.


그 이후로도 ‘나’는 계속되는 불운으로 야생마들에게, 축구부원들에게 구타를 당하며 경찰서와 병원 신세를 지는데... 홀로 있는 시간이 늘어난 ‘나’는 폭력을 당할 때마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갈팡질팡’ 글을 써내려 간다.


그것이 그 순간 ‘나’의 자유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나’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지만, 거대한 우연들 속에서 작디작은 의지들로 갈팡질팡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인공인 작가만 제외하고 출연진이 1인 다 역을 해 가며 연극이 계속된다. 당연히 의상을 바꿔 입고 등장하고 호연과 성격창출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빠른 템포와 코믹한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여성 출연진이나 남성 출연진이 모두 젊고 미남 미녀이기도 하지만 놀라운 기량의 연출력과 연기력으로 연극을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고 관객을 몰입시킨다.


후반에 작가가 자신이 남의 의사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에 화가 나, 다시 기획사를 방문해 책임자에게 약속기일보다 일주일 늦게 작품을 보내겠노라고 선언하듯 외치는 장면과 애써 자신감을 가지고 귀가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차은수가 작가, 강연주, 신소연, 유승현, 윤성원, 임모윤, 정선우, 지석민 등 남녀출연자 전원의 재기발랄한 연기력과 폭발하는 듯싶은 순발력 그리고 폭소폭탄을 터뜨리는 것 같은 희극적 연기력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터그 박예림, 무대감독 김영희, 무대 원윤환, 조명 신동선, 안무 지석민, 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술감독 임건수, 조명감독 홍선화, 음향감독 고태현, 제작주임 송기선, 제작감독 권연순 육다솔 등 스텝진이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창작플랫폼 선정작, 이기호 원작, 손지형 각색 연출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를 연출가와 출연진의 기량이 돋보이는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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