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송전선로 금산군 경유 대책위원회를 포함한 2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가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충남 금산군을 비롯한 전북 완주, 진안, 임실, 정읍 등 9개 지자체 주민들의 반대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관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본안소송 첫 번째 공판은 그 핵심 쟁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력영향평가 시행 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지 여부다. 이 외에도 개정법 적용 여부와 주민 원고적격 등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주민들은 한전이 송전선로의 최적 경과대역을 정식 확정하면서, 금산 지역을 포함한 송전선로 경과대역 폭이 550m에 불과해 생활권에 미칠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해당 기준이 내부 지침일 뿐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또한, 개정법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입지결정 단계에서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판부는 일부 사실조회를 허가하며, 향후 2026년 3월에 다음 기일을 지정했다.
주민들의 반대, 절차적 하자에 초점
이번 갈등은 한전의 송전선로 사업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 주도 입지 제도의 첫 적용이 유명무실화된 절차적 하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원회 종료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조기 종료되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 절차가 조기에 마무리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법에는 주민과 전문가의 참여 확대, 정보 공개의 강화가 포함되어 있어, 주민들은 이를 법 적용을 피하려는 결정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은 송전선로 사업 초기부터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공식 설명회가 전혀 열리지 않았다고 항의했지만, 한전은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전선로 금산군 경유 대책위원회는 한전과의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가면서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군청 앞 집회와 서명운동을 이어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월, 가처분 신청이 1심에서 인용되며 한전의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법원은 "입지선정 과정에서 문제점이 소명된다"며 한전의 사업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항고심은 이를 뒤집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한전의 내부 지침일 뿐"이라며 공사 재개를 허용했다. 이에 주민들은 즉시 항고에 나섰다.
송전선로 갈등, 밀양 송전탑과 유사한 양상
이번 송전선로 갈등은 2013년 밀양 765kV 송전탑 분쟁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대법원은 밀양 송전탑 사업을 인정하면서도, 환경영향평가 및 주민설명회 절차의 미비를 지적하며 향후 절차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주민주도 입지 선정 제도가 신설되었고, 전력영향평가 시행 기준이 수정되어 이번 신정읍~신계룡 송전탑 사업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 배제라는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혜택은 수도권이 가져가고, 피해는 지방이 감당하는 구조"라며 수도권 전력수요와 지방 부담의 구조적 불균형을 지적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는 단순히 송전선로 사업 자체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절차적 하자와 주민 참여 보장의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들은 전력정책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며,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송전선로 갈등은 이제 단순한 지역적 이슈를 넘어서, 국가 전력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만드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최윤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