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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28 09: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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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무용연습실

고등학생들이 한창 무용연습을 하고 있다.
그들 중 여고생 조영호의 모습도 보인다.
곧 청년 박윤희가 연습실로 들어와 훈련에 합류한다.

S#2. 탈의실 앞

남녀 탈의실에서 각각 나오고 있는 박윤희와 조영호.
박윤희 : (불쑥) 학생, 무용과 가나봐?
조영호 : (잠시 주저하다가) 아니요, 취미로 하는 거에요…
박윤희 : 좋네, 고등학생이 취미생활도 하고! 대학은 안 가?
조영호 : (자신있게) 연극과 갈거에요!
박윤희 : (놀라며) 그으래..?! (가방을 뒤적인다) 나도 연극 하는데!
조영호에게 연극 초대권을 내미는 박윤희.

S#3. 공연장 안
객석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연극을 관람 중인 조영호.
Camera pan, 무대 위 수많은 ‘말’ 중 하나로 출연 중인 박윤희.
‘앨런’으로 출연 중인 배우 조재현이 “에쿠우스!”를 외치면서 F.O.

S#4. 서울예대 남산 드라마센터
연극과 신입생들이 모두 드라마센터 대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북을 들고 있는 조영호.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린다.
뒤돌아보면,
환한 미소로 서 있는 박윤희 C.U.

자막 : 24년 후

S#5.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 로비.
두 여기자 장민영과 구하나, 배우 박윤희와 인터뷰 중이다.

장민영 : 박근형 연출과의 작업은 이로써 2번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윤희 : 배우들한테 많이 맡기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연극에 대한 어떤 틀이나 기본 등, 지켜야 하는 것들을 많이 파괴하시는 분이세요. 그래서 그냥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어떤 재능이나 그런 걸 자유롭게 많이 열어주시는 분이세요. 아주 꼼꼼하게 대사 읽는 것부터 하나하나 체크해 주시는 분들과도 작업해 봤는데, 박근형 연출은 무대 올라가서 정 아닌 것만 빼달라고 요구 하는 분이에요. 그리고 일단은 본인 극단 작업 외에 나머지 외부 배우들을 데리고 할 때는, 음... 이렇게 말하면 조금 웃긴가?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 하시는 분이세요. 검증된 배우들을 캐스팅 하는 분이죠. 그러니까 스스로 할 수 있는 분들을 많이. 아무튼 배우들한테 자유롭게 많이 맡기시는 분입니다.

구하나 : 연습 중 연출과 술자리를 많이 가지는 편인가요?

박윤희 : 박근형 연출과의 술자리는 거의 매일. 하하. 그리고 술자리에서 작품얘기가 정말 많이 나와요. 과거 얘기하기 좀 그렇겠지만, 그전에 제가 처음 시작 할 때는 술자리에서 정말 연극얘기 정말 많이 했거든요. 작품 얘기를 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그랬죠. 근데 어느 순간 그런 자리가 없어졌어요. 서로 너무 과하게 배려하다 보니 술자리에서는 작품 얘기 잘 안 하게 되고, 서로 간섭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이제는 선후배 배우들 간에 갭도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박근형 선생님은 워낙 술을 좋아합니다. 정말 달콤하게 술을 마시는. 어제도 또 한잔 했는데,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술자리를 통해서 은근히 고민을 많이 하게 하시는 분이세요. 이십 여 년을 넘게 연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안 와요, ‘아 공연이 이틀 남았는데 내가 그걸 해결 못했구나’ 뭐 이런 생각들 때문에요. 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화가 필요하고 또 자기점검을 위해 연습 끝난 뒤 모임이 있을 때마다 거의 가요.

장민영 : 연극만 하면서도 건실하게 가정을 꾸리는 몇 안 되는 남자배우신데요, 어떤 계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박윤희 : 군대 전역한 89년도에 입단한 실험극장부터 연극 이력을 시작을 해요. 그 때 데뷔가 최민식 형과 했던 에쿠우스였구요. 연극을 시작한 계기는요. 저는 제가 잘생긴 줄 알았어요. 탤런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배우가 되려면 기초를 쌓으려면 연극을 해야 된다. 지금 친구들도 그런 친구들이 많잖아요. 사실은 저도 굉장히 막연하게 시작을 했어요. 지금은 근데 가장 재미있는 일이 됐고, 가장 흥미롭고. 그리고 그런 얘기 많이 하거든요. 이십 몇 년을 하더라도 정말 연기 하는 거 어렵고, 캐릭터 만드는 거 어렵고, 받았던 지적을 또 받고... 매일 그래요. 근데 그게 너무 재밌어요. 지금은 연극해서 먹고 살지만, 연극해서 먹고 산 지 불과 2~3년 밖에 안됐어요. 이십 여 년은 못 먹고 살았어요. 항상 아르바이트 했구요. 요즘은 또 이렇게 관이나 단체, 국립극단, 명동, 두산 같은 곳에서 쉬지 않고 하니까 저축은 못 하더라도 가족 건사하면서 사네요, 두 딸하고 집사람하고 같이 사는데. 생활비 정도는 돼요. 처음엔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다 보면 곧 어려움이 닥치죠. 하다가 막히면 공부도 하고 알면 알수록 점점 호기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계속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도 봤지만 떨어지고... ‘그래, 연극을 하자.’ 참고 버티다 보니 지금 이제 연극배우가 된 겁니다. 어찌되었든 연극은 지금도 여전히 제게 가장 흥미로운 일입니다.

구하나 : 하다가 막히면 공부를 했다고 하셨는데, 서울예대 연극과도 일을 하다가 뒤늦게 가신 건가요?
박윤희 : 제가 공부를 못해서 다른 전문대에 갔었는데 적성에도 안 맞았죠. 그 뒤 실험극장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연극을 하면 안 되겠구나. 이론적인 공부가 필요하겠다.’ 그래서 공부를 다시 해서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이 나이에, 근래에는 대학원도 수료를 했어요. 늦은 공부를 하다 보니, 점점 궁금한 것도 더 많아지고, 알아야 될 것도 많아서 공부는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장민영 : 지금은 남산아트센터로 바뀐 드라마센터에서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작품 주인공을 꿰차서 당시 대학로의 엄청난 기대주였다고 들었어요. 배우생활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혹은 힘들었던 작품 소개해주시겠어요?

박윤희 : 다 힘들어요. 연극은 다 힘든데, 다 재미있구요. 음, 사실은 근래 했던 작품은 다 인상 깊어요. 역할도 좋은 역할을 맡았고, 좋은 연출가들하고 작업하고, 할 때마다 사실 관심을 가져주셔서요. 하지만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이 하나가 있죠. ‘심판’이라는 작품인데, 그게 제가 처음으로 주인공을 한 작품이에요. 대학 졸업작품에서 주인공을 하고 대학로로 나갔지만, 매일 단역하고 조그만 역만 하다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주인공 한 작품이에요. 인상 깊다기 보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죠.

장민영 : 그걸로 신인상을 받으신거죠?

박윤희 : 네. ‘심판’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 작품을 준비할 당시, 집이 경기도였는데 연습실까지 왕복으로 3시간 반이 걸리더라구요. 그 시간을 아껴서 연습을 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집사람의 양해 하에, 연습실 위에 있는 고시원을 잡아서 생활했습니다. 원래 집에서 나오는 시간에 연습장으로 내려와서 연습하고, 배우들이 다 가고 나서도 계속 연습하다가 집에 도착할 시간에 고시원으로 올라와서 자고 그랬죠. 그렇게 두 달을 했어요. ‘아 이거 마지막 기회다.’라는 생각을 했죠. 주인공 누가 함부로 안주잖아요. 그렇게 준비했던 게 나름대로 조금 결실을 맺었고, 그 이후에 사실 일이 풀리기 시작했거든요. 네, 그래서 그 작품을 잊을 수가 없어요.

구하나 : 연극,뮤지컬,영화,드라마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다양한 매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시겠어요?

박윤희 : 이거 어려워요. ‘여러분들 꿈을 가지세요, 힘을 내세요.’라는 말을 많이들 하시잖아요? 저는 그렇게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배우의 과정이 너무 힘들거든요. 그 힘든 과정을 20년 동안 버티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중요한 건 꿈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에요. 연기에 전혀 관련이 없는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단기목표를 가졌으면 해요. 그래야 자꾸 슬럼프가 안 생기거든요. 목표를 너무 멀리 두면, 슬럼프가 생겨서 쉽게 지쳐버려요. 제 좌우명 중 하나가 ‘백각이 불여일행’ 이에요. 백번을 깨달아도 내가 한번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연극 하는 사람들 중에 연극을 조금 했다고 비판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열 번 말 하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행동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든 걸 알고 그걸 견디는 게 중요한 거지, 깨닫는 것만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S#6. 서재
인터뷰 장면이 한 장의 사진으로 Dissolve되어 책상 위 모니터에 나타난다.
Camera track out 되면, 듀얼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조영호.
그녀는 기사의 마지막 문구를 적고 있다.
모니터 위로 신문명조체의 글자가 빠르게 타이핑 된다.

자막 : “혹자는 백 번의 움직임보다 한 번의 깨달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오늘 배우 박윤희는 깨닫는 것보다 행동으로 실천하여 하루하루를 견디라고 말하고 있다."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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