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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03 16: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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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76에서 동서양작가전 좋은 희곡읽기모임의 조엘 폼므라 작 장용철 연출의 입체낭독공연 ‘이 아이’를 관람했다.



스튜디오 76에서 동서양작가전 좋은 희곡읽기모임의 조엘 폼므라 작 장용철 연출의 입체낭독공연 ‘이 아이’를 관람했다.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 1963~)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7년 ‘무대로 간 빨간 모자’로, 마르졸렌 르레이의 그림과 함께 백선희 번역으로 출판된 서적에서다.


‘두 코리아의 통일’은 2012년 프랑스 오데옹 국립극장 관할 아뜰리에 베르티에에서 공연되고, 같은 해 프랑수아 올랑드(프랑스어:François Hollande, 1954~) 현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첫 번째 관람한 연극이 조엘 폼므라의 ‘나의 차가운 방 (Ma Chambre froide)’이었을 정도로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는 주목을 받는 극작가다. 그의 희곡 ‘이 아이(Cet Enfant)’를 극단 프랑코포니에서 선돌극장에서 공연했다.


‘이 아이(Cet Enfant)’는 10개의 촌극을 묶어 한꺼번에 무대에 올린 공연이다. 한 작품으로 보면, 현대 한 가족의 일생을 유년 청년 장년 노년을 차례로 전개하지 않고, 미래와 현재와 과거를 들쑥날쑥하게 표현한 표현주의적 실험극으로 볼 수 있고, 10개의 촌극으로 분리해 보면, 프랑스나 우리나, 흡사한 생활상과 사고를 접할 수 있기에 관객의 공감이 빠르다는 느낌의 연극이다.


조엘 폼므라(Joёl Pommerat)는 ‘이 아이(Cet Enfant)’로 불어희곡대상을 받고, ‘나의 차가운 방(Ma Chambre froide)’으로 몰리에르 상, ‘두개의 한국의 통일’로 각종 연극 상을 받은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다.



장용철은 1966년 서울 미아리에서 출생했다. 삶에 딱히 재미있을 것도, 의미있을 것도 없던 그에게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보여준 연극은 첫사랑과도 같았다. 그가 처음으로 본 작품은 ‘데미안’. 난해한 내용 탓에 동기들은 관람 내내 떠들고 장난을 쳤지만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1년 정기관람권을 끊어 세종문화회관에서부터 대학로까지 연극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그렇게 연극에 몰두했었건만 이때까지만 해도 정작 연극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


가장 못하는 일에 도전하고 싶어 대학을 수학과로 진학한 그는 “수학을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만을 깨닫고 졸업했다. 무모한 도전에 지친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대학 새내기 시절 시작했던 연극반에서 배운 연기밖에 없었다. 그에게 연극은 재미있는 놀이였으므로 앞뒤 잴 것도 없이 시작했다.


마침 연극반 동기 하나가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도피하듯 시작했지만 무대에 서면 현실의 곤고함이나 고통 따위는 단숨에 잊고 배역의 매력 속에 빠져 배역과 함께 울고 웃었다. 1년 수입이 백 만 원에서 많아야 이 백 만원 남짓이지만 연극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도 공연장에서 먹고 자는 남루한 생활을 해도 연극은 이미 그에게 애인이자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아온 연극배우로서의 경력이 30년이 가까워 온다.  백 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그 중에는 ‘거미여인의 키스’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 다수 포함되었다. ‘킹 클로디어스’로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연기상, ‘만선’으로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했다.


장용철은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기악에 능하다. 거기에 인문학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방송통신대에서 영문학까지 전공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절대배우 장용철이다.



‘이 아이’는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희곡이다. 독립된 에피소드인데, 각각이 묘하게 연결된다.


앞서 등장한 임산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식으로.....다루는 건 '가족'이다. 부모와 자식, 가족의 의미에 대한 성찰. 2~3명의 가족 구성원으로 진행된다. (대사나 행동이 없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목격자’ 역할을 하거나 미혼모의 남자친구처럼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발생시킨다. 이상화하거나 환상적인 가족도 없다. 어떤 판단이나 센티멘털리즘이 들어 있지 않다.


최소한의 지문으로 간단한 상황만 단면으로 제시한다. 가장 극적인 부분에서 ‘컷’된다.


부모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넌 노력을 안 해”이고, 자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모르겠어”다.

‘부모가 된다는 건 뭔가’를 주제로 삼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쓴 극이라고 한다.


‘이 아이’는 어른이 어른이 되지 못하고, 아이가 아이가 되지 못하는 세계를 그린다.


우리 안에 든 수많은 아이들. 우리는 아이에서 출발했지만, 나이가 들어도 영원한 아이다. 



부모는 아이에게서 배우기도 한다. “인간이란 완성품이 아니라 미완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작가 ‘조엘 폼므라’는 자신을 희곡작가가 아니라, ‘공연작가’로 정의한다. 공연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작가는 연극을 “인간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인간을 경험하는 공간”이라 정의한다. 구체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을 보탠 다양한 양상 속에 현실을 재구성하는 공간이 연극. 작품에서는 현재와 과거의 교차, 꿈과 현실의 교차, 사회적 조건 속에 든 인물들의 고통, 불안을 교차한다. 1장 임산부의 희망, 2장 다섯 살 난 딸과 만난 아버지. 3장 실직한 아버지, 아들 (아랍 이민 1세대와 2세대), 사회 복지사, 4장 50대 어머니와 30대 딸, 5장 (갓난아이의 엄마, 50정도 돼 보이는 부부에게 자신의 아이를 주려한다.) 6장 아이 같은 엄마, 어른 같은 아들, 7장 (예순 살 조금 넘은 아버지, 서른 살 아들과 같은 나이인 며느리. 아버지는 아들이 손자들을 너무 유하게 키운다고 훈계한다. 아들은 폭발하듯, 자기는 아버지처럼 자기 아이들을 대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8장 어떤 여자의 출산 과정, 9장 시체 안치실 (자기 아들의 시신이 맞는지 확인하려 온 부인, 그녀의 이웃 여자, 경찰. 전체 극에서 가장 분량이 길다. 긴장감과 반전이 흥미롭다.) 10장 엄마와 딸 (엄마를 만나지 않으려는 딸에게 엄마가 하는 고백과 작별인사) 등 10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이 아이’의 입체낭독공연은 산모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여아와 아빠의 엉뚱한 대화와 헤어짐, 노년의 아버지에게 폭언과 폭행까지 마다않는 아들, 누가 딸이고 엄마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의 모녀의 모습, 미혼모가 자식 없는 부부에게 자신의 아기를 선뜻 내어주는 장면, 초등학교에 가는 아들을 붙들고 지각을 하거나 등교를 방해하면서까지 자식에게 어미사랑을 갈구하는 장면, 손자를 두고 의견차를 벌이는 노년의 아버지와 젊은 아들, 시체실에 버려진 아들이 자신의 아들인가 확인하려는 어머니와 동료가 벌이는 자식확인에서의 반전, 자신의 딸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가 후에 딸에게 사과하며 보이는 모정, 만삭의 임산부가 아기를 낳으려고 사력을 다해 벌이는 출산장면 등 10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하나하나의 촌극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여겨지며 가슴 가까이 다가서는 공감대는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김나윤, 김연재, 임윤비, 서은지, 윤인지, 신지원, 김미나, 정해린, 현서영, 이승아, 강현우, 이태호, 조하석, 최정호, 윤관우, 곽유평 등 출연자 전원의 실제 공연과 방불한 입체 낭독공연은 장용철의 연출력과 출연진의 혼신의 열정이 합하여, 관객을 작품 속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기억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우레와 같은 갈채로 마무리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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