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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16 17: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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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극장에서 극단 프랑코포니(대표 임혜경)의 빅토르 아임(Victor Haim) 작, 김보경 역, 임혜경 드라마 트루기, 까띠 라뺑(Cathy Rapin) 연출의 ‘무대게임(Jeux de scène)’을 관람했다.

빅토르 아임(VICTOR HAIM 1935년~)은 프랑스 오드센 지방에 있는 아니에르에서 1935년 유대계 그리스인과 터키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했다. 극작가, 영화와 텔레비전 시나리오 작가, 배우,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다. 작품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5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대부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유머로 세태를 꼬집는 현실 참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르트르, 브레히트, 골도니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현재까지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품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인간의 비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초라한 모습을 그린다. 뿐만 아니라, 사회와 권력의 모순과 폐해, 부조리를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문체로 비틀어 풍자하고 꼬집는다. 모든 작품이 ‘인간에 의한 인간의 굴욕’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으며 대부분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본질은 비극적이다.

이런 이유로 아임은 자신을 ‘인간적인 인간 혐오자’라 부르기도 한다. 1983년부터 1994년까지 교육자로서 여러 연극 학교와 대학에서 공연 예술, 연기를 지도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또한 ‘극예술작가.작곡가협회(SACD)’ 이사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극예술인들의 권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한편 프랑스연극센터 사무국장직을 맡아 연극 진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역자 김보경은 프랑스 스탕달그르노블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리옹2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어와 한국어 언어 문제에 대해 비교언어학 관련 연구 논문을 여러 편 썼고, ‘새한불사전’(공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7)의 한불 대역 집필 작업에 참여했으며 ‘페로 동화로 배우는 프랑스어 I, II’(공저, 도서출판 만남, 2007)를 펴냈다. 역서로는 ‘라팽 라팽’(공저, 서울여자대학교 출판부, 2002), ‘나는 감자’(청어람 주니어, 2009), ‘뿡! 방귀 뀌는 나무’(청어람 주니어, 2010), ‘톡! 쏘는 물고기’청어람 주니어, 2010) 등이 있다.

무대게임은 여류연출가가 자신의 작품인 1인극을 공연하기 위해 그녀와 절친한 여배우와 극장에서 첫 대면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습실에서 낭독을 하고, 공간이 넓은 연습실인 경우에는 그 장소에서 동선도 긋고, 공연이 임박해야 무대장치가 갖추어진 극장에서 조명, 의상, 음악, 대소도구 등을 포함해 총연습 과정에 들어가는데, 이 작품에서는 첫 연습부터 연습실이 아닌, 극장에서 하는 것으로 설정을 했다.

우리나라는 1세대 연출가들 시절부터 연출이 배우들과 작품분석을 하고, 각자 나름대로의 성격창출이나, 감정의 기복, 발성의 고저, 대사의 속도와 강약을 논하고, 창작물인 경우에는 작가를 초청해, 작의와 작품의 주제 및 배경, 작중인물의 성격을 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작가 겸 연출가의 작품을 출연 여배우가 읽고 분석한 것으로 설정하고, 여배우에게 작품주제를 설명하도록 강요한다.

당황해 우물쭈물하는 여배우에게 다행히 휴대전화가 걸려와 거북스런 장면에서 벗어나지만, 사실주의 연극을 출발점으로 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반연극이나, 전위극이 난무하는 프랑스어 문화권에서는 작품의 해석이나, 무대표현에서, 작가의 의도대로 공연하게 되는가를, 이 연극을 통해 관찰할 수 있겠기에, 필자에게는 몹시 흥미로운 관극이 되었다.

당연히 연습과정에 연출가와 배우가 의견충돌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1세대 연출가들은 대부분 뛰어난 연기자였고, 수많은 희곡을 읽고 공연을 관람한 인물들이었기에, 연출은 배우들의 대사영역까지 지도하는 능력이 있어, 원만한 상태에서 연습이 이어졌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1세대 텔레비전 연출가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습장에, 평상복이나 작업복차림의 배우들의 모습이 일상화 되어 있는데, ‘무대게임’에서는 여배우가 나들이 복으로 출연한 것이 이채롭다. 프랑스에서 공연한 사진을 보면, 무더운 장소였는지, 여배우가 거의 나체나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등장을 하고, 후반부에 연출가와 배우가 다투는 장면에서, 두 여인이 얇은 상의만 걸친 채 하반신을 완전 나신으로 상대의 멱살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 충격적이기도 하다.

무대는 게릴라극장에 본래 있는 조명용 사다리 4개가 무대 왼쪽 벽면과 오른쪽 벽면에 세워둔 채 그대로 사용되고, 배경 가까이에도 계단형태의 조형물을 왼쪽 기둥에 기대어 놓았다. 무대 왼쪽에 긴 탁자와 의자를 비치해 두고, 그 탁자를 옮기거나 연출가와 배우가 밀고 당기며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남자의 나체의 조형물을 세워놓고, 두 여인이 조형물의 팔과 다리를 집어들고 흔들며 연기를 하기도 한다. 남자의 나체 조형물 옆으로 소형 피아노 한 대와 피아노의자가 있다. 여배우가 가끔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연주를 하지는 않는다.

연극은 도입에 연출가가 혼자 있는 무대에 여배우가 등장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발성연습과 발음연습을 한다. 연출가가 인기척을 내면서 두 사람은 상면하고, 조명담당의 이름을 부르며, 불을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조명담당에게 조명의 강도와 색감 등을 요구하는 모습이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일상적인 대화와 작품관련 이야기가 오고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연습장에서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하거나, 꺼놓는데 반하여, 이 작품에서는 휴대전화의 벨이 최고음으로 작동된다. 친지들의 전화나 기자와의 통화가 거듭되고, 후반에는 여배우의 연인으로 설정된 국정원장의 통화가 이어진다.

무대게임이라는 연극의 제목처럼, 연출가와 배우의 작품의 주제와 내용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과, 후반부에는 긴 탁자를 서로 밀고 당기며 대결하는 양상을 보인 후, 출연을 하지 않겠노라는 여배우의 주장으로 다툼은 중단되지만, 다시 연출가에게 걸려온 기자와의 통화가 여배우와의 통화로 이어지면서, 여배우는 다시 출연할 결심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되지만,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작품이 과연 무슨 내용이고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가 않는 독특한 연극이다.

김시영과 임선희가 여배우와 작가 겸 연출가로 출연한다. 두 여배우의 열연과 호연은 한국연극의 발전적 장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연출을 한 까띠 라뺑 교수의 한국연극에 대한 이바지도 이번연극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무대디자인 심채선, 조명디자인 김철희, 분장디자인 장경숙, 무대장치 이정조, 철공 성호, 목공 장종오 김득문 윤영걸, 작화 이재성 김종덕, 조명오퍼 이현경과 그 외 조명팀, 분장 이선미, 조연출 김형용, 최현, 자막오퍼 신지현, 포스터 박재현, 공연자진 이지락, 연습사진 박지용 등 스텝진의 노력과 (주)쇼앤라이프 대표 권호성, 기획실장 이정민, 제작피디 임정숙, 홍보 이지은, 기획팀 신의주, 홍보지원 박지용, 티켓 김아영, 하우스매니저 김용문 등 기획진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극단 프랑코포니(대표 임혜경 교수) 제작, 빅토르 아임 원작, 김보경 역, 임혜경 드라마트루기, 까띠 라뺑 (Cathy Rapin)연출의 ‘무대게임(Jeux de scène)’을 새 봄, 꽃망울이 새로 피어나, 서로 자태를 자랑하는 듯한, 예쁘고 향기로운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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