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3-20 16:14:46
기사수정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4년 시즌 첫 프로그램으로 ‘크리에이티브 바키’와 공동 제작하는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 편’을 오는 30일까지 공연한다.

‘도큐멘타’는 독일의 카셀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술행사 ‘카셀 도큐멘타’에서 차용한 것으로, 카셀 도큐멘타는 독일 나치정권에서 자행됐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반성, 자각에서 출발했다. ‘전시회는 모던아트의 기록’이란의미에서 붙여졌다.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 편’은 지난 1962년 ‘드라마센터’가 개관된 이래 극장에서 만들어진 연극과 사건들, 사람들의 자취를 아카이빙하면서 1960년대 이후 남산 일대에서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 장소들의 기능과 자취를 ‘극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이를 통해 우리 현대사와 이 극장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나아가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회 속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이어가면서 다양한 연극의 커뮤니케이션을 찾아보고자 하는데 있다.

기존의 서사적 구조, 텍스트 재현적인 정통 연극 양식을 벗어나 아카이빙과 인터뷰, 다큐멘터리와 토론 양식이 결합된 새로운 연극 형식으로, 크레이티브 바키의 연출, 스태프, 배우들이 공동 창작하는 ‘연극의 연습-인물 편’, ‘서울 연습-모델, 하우스’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이다.

이번 공연은 프로시니엄과 아레나 무대를 혼합한 독특한 구조를 지닌 드라마센터 극장의 빈 무대를 완전히 노출해 무대와 객석을 허물고, 공연 전 남산 일대를 투어하는 사전프로그램 ‘유령산책’을 진행하는 등 오직 남산예술센터에서만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 편’은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인 드라마센터의 입을 빌어, 극장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일종의 메타 연극으로, 남산예술센터라는 극장이 지닌 역사성을 본질적으로 탐구하면서 이 공간의 사회적, 연극사적 맥락과 시대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군부독재 시절 ‘남산일대’라는 사회적, 문화적 공간 속에서 극장의 위치, 1970년대 한국 현대연극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던 공간으로서의 드라마센터 등 남산예술센터를 중심으로 우리 현대사와 이 극장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나아가 극장이라는 공간이 이 시대와 사회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공연은 극장 밖에서 시작돼 극장 내부로 들어온다. 공연 한 시간 전 극장 앞마당에서는 ‘유령산책’이라는 남산투어가 시작된다. 투어를 이끄는 배우는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가 안내하는 형식으로, 극장 주변의 장소들로 관객들을 안내하고, 극장 밖 곳곳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만난다.

산책이 끝난 뒤 들어간 극장에서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햄릿’을 연습한다. ‘햄릿’은 드라마센터의 개관작이자, 연극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에 중요한 재료로 쓰이고 있다.

공연 중 ‘햄릿’의 연습은 종종 정지되고, 1960-70년대 드라마센터와 남산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뉴스로 전하기도 하고, 드라마센터 건립 배경 당시의 에피소드를 재현한다. 또한 당시의 연극을 짤막하게 연습해보기도 하고 드라마센터가 미8군의 재즈 공연장으로 사용됐을 당시의 상황을 코믹하게 재현한 재즈강습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극의 후반부에 진행되는 ‘남산 오디션’ 장면은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빌어 남산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연극’이 어떻게 같을 수 있고 또 다를 수 있는지, 연극적 현실과 현실의 연극이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이처럼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은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이 ‘연극의 연습’ 속에서 지금 무대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이 연극인지, 실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인지를 끊임없이 스스로, 그리고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한편, 이 연극에서 다루고 있는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와 뉴스기사, 문헌 자료 등을 작품 속에 적극 끌어들이고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위해 SNS에서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60-70년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을 관람한 관객, 결혼한 부부를 찾아 인터뷰하고, 남산을 산책하는 일반인 및 남산 일대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남산’과 ‘드라마센터’에 대한 기억을 수집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103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