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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05 16: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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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토니오 페트리스 연출가

(인터뷰) 연출 안토니오 페트리스-오페라 아티스트 전병호-솔오페라단 노이룸 부단장

S#1. 예술의 전당, Café Bauhaus (Day, In)

이탈리아 연출가 ‘안토니오 페트리스’가 오페아 아티스트 ‘전병호’, 그리고 솔’오페라단 ‘노이룸’과 함께 앉아있다. 그들은 연출가 ‘조영호’와 인터뷰 중이다.

조영호 : (페트리스에게)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떠한가?

페트리스 : 정말 훌륭하다. 음감이 정확하고 해석이 훌륭해서 이탈리아 배우들과의 합작에 전혀 무리가 없다. 기대 이상이다.

노이룸 : 옆에 계셔서가 아니라, 페트리스 교수는 정말 전병호씨 칭찬 일색이다. 민망할 정도다.

전병호 : (쑥스러워하며) 이번이 두 번째라 호흡 맞추는 게 훨씬 편했다. 2년 전에 ‘세빌리아의 이발사’도 함께 했다.

조영호 : (페트리스에게)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인데, 어떤 것이 주로 인상 깊게 느껴지나?

페트리스 : 방문 기간 내내 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정말 새로운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주로 사람에 관심이 많다. 사람이 가장 흥미로운 존재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한국인들도 나에 대해 흥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조영호 : 나도 이탈리아인 연출가를 만나는 건 처음이라 지금 매우 이 자리가 흥미롭다.

페트리스 : (크게 웃으며) 그거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든다! 경복궁을 가 봤는데, 이런 멋진 공간을 만들어낸 한국’인’들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처럼!

조영호 : 멋지다. 정말 연출가적인 관점이다. (전병호에게) 페트리스 교수는 매우 유쾌한 사람인가?

전병호 : 페트리스 교수는 재미있는 장면을 잘 만든다. 오페라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페트리스 교수가 연출하는 오페라는 완전한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극의 해석으로 인해 코미디를 유발시킨다. 그것이 오페라 연출의 실력인 것 같다.

노이룸 : 실제 코미디를 정말 많이 유발시키는 인물이 바로 전병호씨가 연주하는 네모리노 역할이다. 똑 같은 장면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

페트리스 : 코미디는 어렵다. 어렵지만 해결하고 난 뒤 만족감이 크다. 게다가 어느 정도 음악이 해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완성도가 있어서 뮤지컬처럼 모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그 힘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전병호는 음악적 완성도가 높아 코미디의 힘이 매우 큰 연주자이다.

전병호 : 과찬이다. 그건 극의 해석이 만들어주는 재미요소인 것 같다. 페트리스 교수는 그냥 동선만 짜는 연출가가 아니다. 짧은 기간에도 모든 장면을 해석해주고 이해시키는 지적인 사람이다. 그 에너지로 코미디를 만드는 것이다.

노이룸 : 전체적으로 연출가와 전병호씨의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좋아하는 감각도 비슷하고! 이번 솔’오페라단과 로마 오페라극장의 이런 대규모 합작이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웃으며) 사실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한국 오페라의 대중화와 수준 높은 공연문화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조영호 : 한국의 오페라 시장이 그다지 크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이번 [사랑의 묘약]은 상대적으로 큰 사업규모인 것 같은데, 경제논리가 맞는지 모르겠다.

노이룸 : 경제논리로 보면 이런 의미 있는 작업은 하기 힘들다. (웃으며) 오페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총체적인 종합예술이다. 이 분야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 이탈리아는 이미 대중적인 오페라임에도 대부분 국가지원으로 공연을 이끌어낸다.

전병호 : 많은 한국인들이 음악가로써 세계적인 위치에 있고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 행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학 강의 또는 레슨을 빼면 순수하게 공연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연주자가 드물다. 행사도 약간은 하고...

조영호 : 한국에서의 예술가들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백조’란 말인가? 우아하지만, 쉼 없이 발을 저어야 하는…

모두는 웃는다.

전병호 : 이외수씨가 그랬던가. 예술을 선택하고 배부르고자 하냐고…?

조영호 : 연극을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오페라 쪽은 그나마 조금 더 부유하게 보였는데… 조금 우울해진다.

전병호 : 밖에서는 그렇게 보이나? 아니다. 우리는 ‘예술일용직노동자’이다.

다시 일동 웃음.

사진/[사랑의 묘약] 오케스트라 지휘자 잔카를로 데 로렌조를 비롯한 출연진(사진 좌측 두 번째 전병호 오페라 아티스트, 좌측 일곱 번째 조영호 선임기자)

조영호 :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산업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유럽에서도 산업혁명 후 소극장 문화가 생기면서 사실주의 연극이 주를 이루었고, 이후 시장이 커졌다. 물론 시대의 요구였을 수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중이 있다. 오페라는 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페트리스 : 물론 오페라도 변하고 있다. 현대적인 해석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근본이 흔들리는 재해석 작업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매우 파격적인 오페라를 시장에 내놓기도 하는데, 간혹 대중들이 너무 낯설어하며 주제에 대한 왜곡을 하기도 한다.

조영호 : 이탈리아가 오페라 종주국이라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도 있을 것 같다.

페트리스 : 물론 이탈리아인으로서 오페라를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긴 하지만, 뭐든 정형화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근본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의 변화를 추구하는 걸 즐긴다.

조영호 : 아드리아 국립 음악원에서 오페라 교육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수업을 맡고 있나?

페트리스 : 기초적인 발음부터 오페라연기 훈련은 물론 극장의 역사, 복식사까지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다.

조영호 : 현장에 한국인들도 많이 있지 않나?

페트리스 : 훌륭한 재원들이 많다. 오페라에 국적 혹은 인종의 문제는 없다. 잘하고 못 하고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결국은 해석과 음악의 힘이 실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조영호 : (전병호에게) 한국의 오페라 교육은 어떠한가?

전병호 : 지금은 대학과 현장에서 연출가를 키워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연주자는 많다. 대부분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분들이고 실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이들을 데리고 섬세한 해석으로 무대에 올려줄 연출가가 부족한 현실이다.

조영호 :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페라 공연이 많지 않은 국내 현장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법도 하다.

전병호 : 독일에서 9년간 오페라 공연을 하고 왔는데, 한국은 연출가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작업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오페라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작업 환경상 디테일한 연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연주자가 해석과 표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에서 작업하는 오페라 연주자들만의 과제인 것이다. 좋은 연출가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적으로 오페라 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도 많은 조율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영호 : 결국은 정책이 또 문제다. (노이룸에게) 국내는 현재 스타마케팅을 적절히 활용한 뮤지컬 시장이 비대해진 상황이다. 기획자로서 오페라만의 매력을 언급한다면?

노이룸 : 단 한가지! 오페라는 몇 천 석 극장에서도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조영호 : (깨달음) 아하!! 새삼 확연히 다른 게 느껴진다. 완전한 음악적 검증은 오페라에서만 살아있다는 뜻인가?

노이룸 : 바로 그거다. 오페라는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예술장르이다.

전병호 : 음악이 그렇다. 30대에 시작해서 세계 최고가 된 파바로티가 그 상징 아닌가?!

조영호 : 희망이 느껴진다. (페트리스에게) 마지막으로, ‘솔’오페라단과 다시 한번 작업한다면 어떤 작품으로 한국에 방문하고 싶나?

페트리스 : 음… (고민하다가) 베르디의 작품을 좋아한다.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음악적으로 한국 연주가들과의 작업은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에 다시 한다면 O.K.이다.

마침, [사랑의 묘약] 오케스트라 지휘자 잔카를로 데 로렌조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café 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모두 반갑게 인사하며 기념촬영을 하는 동안 서서히 F.O.

조영호 선임기자.
극작가,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칼럼니스트. 現 극단'매미들' 상임연출가, (주)네오무비 대표, 예술교육공동체 NABA CENTER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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