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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08 15: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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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영국의 대 문호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기를 기념하는 해다. 현대적인 감각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감각적이고 미학적인 움직임과 다양한 영상이 더해진 극단 물결의 ‘햄릿, 여자의 아들’의 송현욱 연출을 지난 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났다.

Q. 올해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인데, 특별히 ‘햄릿, 여자의 아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혹은 이 작품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사실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450주년이었다.(웃음)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05년도에 이미 한번 각색해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여성적인 관점에서 햄릿을 해석해보고자 했고, 언젠가 꼭 제대로 된 극장에서 올리고 싶다고 희망하고 있었으나 여유가 없었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여러모로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극장규모, 출연진, 무대...여력이 없어 햄릿을 올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해에 ‘돈데보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이 사후 지원작으로 선정돼 지원받게 됐다. 이게 어쩌면 내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리게 되었다.

Q. ‘햄릿’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각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인데, 각색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햄릿을 볼 때 마다 ‘to be or not to be. Death the question?'의 이분법적인 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삶이고 죽음인지, 그리고 무엇이 사랑이고 증오인지 등의 많은 갈등, 인생에 대한 많은 수수께끼 때문에 고민하고 그것에 대한 질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에 하나가 여성적인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Let (it) be‘라는 것을 마지막에 얘기한다. ’그냥 놔두자‘ 굉장히 순리를 따르게 되는 말이다. 언제든 올 것은 오고 안 올 것은 안 오고, 신의 섭리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 햄릿이 분노와 슬픔을 갖게 되는 것이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어머니의 욕망 때문이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남자들은 ‘어머니와 창녀’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데, 그런 편견을 넘어서 차츰 변하게 된다. 오필리어에 대한 잘못, 어머니라는 모성신화에 대해 갇혀 있었던 사고들이 성장해가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인간이기에 무엇이 진실인지, 정의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 무수한 고민을 했고, 또한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상의 이면, 본질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것들의 최고봉인 햄릿이 ‘Let be’가 되어가는 과정은 여성에 의한 변화라고 보았다. 오필리어와 거트루트를 통한 변화라고 본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거트루트가 독배를 마시는데 사실, 원작에서는 왜 거트루트가 독배를 마시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독이 든 것을 알고 마시는지, 모르고 마신건지, 아들에 대한 감정은 어떤 것인지, 남편에 대한 마음은 어떤 것인지 나와있지 않다. 저는 어머니가 독배를 마신 사건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Q. 이 작품에서는 거트루트가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마시는 것으로 보았는데?

A. 그렇다, 알고 마신다. 결국은 아들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사랑, 이 두 가지를 다 포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원수일 수 있지만 거기에서 그 누구에게도 신념을 포기하라고 종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두 남자가 극한까지 다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 그녀가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쪽모두를 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머니적인 세계관이 햄릿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상상해본 것이다. 그래서 연극의 마지막 부분이 조금 다르게 연출됐다.

Q. 이 작품은 무용과 연극을 결합시켰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A. 요즘에 TV를 켜면 다양한 채널이 정말 많고 드라마도 영화도 굉장히 많다. 그런데 TV나 영화와 같은 스타일의 연기를 해서는 거리감도 있고 또 공연장을 일부러 찾아오는 관객에게 같은 스타일의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보다 스타일리쉬하고 연극적인 스타일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아버지의 영향이다. 추상조각의 선구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새미 앱스트랩을 무척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내 작품이 여성적이고 실존적이거나 스타일은 반추상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관객들이 접하게 하고 싶고 이런 새로운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갖게 됐다. 즉, 방송이나 매체의 연기와는 다른,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선이 매우 아름답다.

A. TV는 작가의 예술, 영화는 편집의 예술, 그러나 연극은 배우 예술이다. 온전히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몸의 선, 동선마저도 미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러면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이 이것은 꼭 마음에 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A. 저희 극단 스타일이 무용과의 결합을 추구하고 있고 상징적인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그래서 좀 어렵게 볼 수는 있지만 (제) 연극을 보는 시간동안은 굉장히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즐기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요즘의 시대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현대에 필요한 것은 어머니적인 세계관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다. 정의를 찾는다는 것은 불의가 있어야 정의가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세계는 수직와 수평, 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본인들은 수평이라고 하지만 그건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고 선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상.하, 좌.우로 나눠져 있으나, 여성적인 세계관은 원이다. 모든 것을 두루두루 안아주고 끝과 시작의 경계가 없는 그런 세계를 찾아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보니, 관객들이 많이 우시던데, 본인들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우시는 것도 기대하진 않았지만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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