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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10 16: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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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 멕시코 방문 관련 기고문

2012.8.12,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세계 최강 브라질을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에 열렬한 박수를 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가 그 순간을 기억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팀도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3위의 성적을 거두며 선전하여 멕시코와 함께 시상대에 섰기 때문이다. 올림픽 축구는 특히 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나라 축구의 미래를 말한다고 한다. 멕시코와 한국의 국기가 함께 올라가는 그 순간을 보며 두 나라의 국제사회내 위상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느낀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멕시코와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공통점이 매우 많다. 양국 국민들의 강인함과 역동성은 세계에 잘 알려져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하였으며, 100년 이상 특별한 인연을 맺어 오면서 서로를 풍요롭게 해왔다. 1905년 한인들이 처음 멕시코에 이주한 이래, 한인사회는 1만2천명 이상으로 성장하였고, 한국의 드라마와 대중가요로 대표되는 한류(K-wave)가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년 수 만명의 한국인들이 멕시코를 찾고 있고, 1,6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멕시코의 6번째 교역국으로서 필수적인 협력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관계 발전을 반영하듯, 멕시코 이민 100주년이 되던 2005년에 한국은 중남미 국가 중 최초로 멕시코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특히, 작년 10월 한ㆍ멕시코 정상회담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인상적인 회담이었다. 양국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국정 비전을 공유하고, 에너지ㆍ인프라 등 실질 분야 뿐 아니라, 정치ㆍ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정상간 대화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정상회담이 끝나고 양국 대표단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자축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2005년 외교안보수석 자격으로 멕시코를 공식 방문하는 우리 대통령을 수행하여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제 외교장관 자격으로 9년만에 다시 멕시코를 방문, 양국관계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하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금번 필자의 멕시코 방문은 지난해 양국 정상간 회담을 통해 다져진 신뢰 관계를 구체적인 정책적 협력을 통해 발전시키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사회는 Nieto 대통령의 광범위하고 성공적인 개혁 추진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창조경제의 기치 하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제2의 경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실질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보다 역동적인 파트너(dynamic partner)로 성장할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양국은 양자 관계를 넘어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의 여지도 매우 크다. 멕시코는 국제사회내 역할 강화를 주요 외교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지구촌 행복” 비전, 즉 국제사회의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에 기여코자 하는 비전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멕시코와 한국은 유엔 등 다자무대에서 많은 이슈에 있어 이미 유사입장 국가로서 긴밀히 공조해 오고 있는데, 안보리 개혁문제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 밖에 여성 및 장애인 권익과 같은 비교적 새로운 이슈에 있어서도 agenda-setter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함께 해오고 있다. 양국이 공동의 비전과 목표하에 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국제 협력을 추진할 경우, 양국 관계는 보다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관계로 한 차원 높게 격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멕시코는 이미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곳 멕시코에서 개최될 제2차 MIKTA 외교장관 회의와 이에 연이어 개최될 부산 글로벌파트너쉽 제1차 각료급 회의가 그 뚜렷한 실례이다. MIKTA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계기에 멕시코와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외교장관이 모여 발족한 중견국 외교장관 협의 메카니즘으로서, 멕시코의‘믿’외교장관과 필자는 MIKTA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특히, 금번 MIKTA 회의는 다른 다자회의 참가 계기가 아닌 MIKTA만을 위해 5개국 외교장관들이 별도로 모임을 갖는 것으로서, 5개국간 결속력과 상호신뢰를 확인하는 의미가 크다. 금번 회의를 통해 MIKTA가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이와 함께 MIKTA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발 분야에 있어서도 한국과 멕시코는 최적의 파트너이다. 한국은 이미 도움을 받던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성장하였다. 2011년에는 부산에서 개발원조 분야 세계 최고위급, 최대 규모 행사인‘세계개발원조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개발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기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멕시코는 이번에 부산 총회에서 합의된“부산글로벌 파트너쉽”이행을 위한 첫 번째 각료급 회의를 개최하는데, 이는 멕시코의 개발 경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반영한 것이다. '부산에서 멕시코로(from Busan to Mexico)' 로 상징되는 이러한 개발 분야에서의 양국의 협력은 국제사회가 2015년까지 타결짓고자 하는 Post-2015 개발 아젠다의 성공적 추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최근 외교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신뢰의 부족과 문제의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전환기에 처한 21세기 국제질서는 한국 및 멕시코와 같은 중견국들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강대국은 의심받기 쉽고 약소국은 능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과 의지를 갖춘 신뢰받는 중견국의 역할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한국과 멕시코가 함께 행동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말이 있다. 한국과 멕시코는 국제사회가 부러워할 정도로 빨리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성취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양국은 그간 양국이 이룬 놀라운 경험을 국제사회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비전, 의지 그리고 열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동질성에 기반하여, 양국이 함께 국제사회에 기여해 나갈 때,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을 뿐 아니라 양국 관계를 더욱 견고하고 풍요롭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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