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지분율 39.4%)인 ‘천해지’는 지난해 11월 유병언 전 회장의 사진작품 판매를 주로 하는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연구소(이하 ‘헤마토’)의 문화사업부를 합병했다.

‘천해지’는 ‘헤마토’의 자산 160억원과 부채 95억원을 함께 떠안았는데 인수한 자산 160억원 중 126억원 가량은 '상품'과 ‘선급금’으로 액수를 평가하기 어려운 유병언씨의 사진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천해지’가 유 전 회장의 작품을 부풀려진 금액으로 구매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유 전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이 제3자와 거래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두 회사가 사들인 사진작품 가격 수백억원을 적정하다고 보고 감사의견을 낸 회계법인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합병 당시 순자산은 ‘헤마토’ 65억원으로 ‘천해지’ 755억원의 1/12에 불과했으나, ‘헤마토’ 주주들은 ‘천해지’ 주식의 1/4을 교부받아, 합병비율이 적법하게 산정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회장 측의 손병기 변호사는 “사진값 부풀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사진판매 사업부의 합병으로 18억원을 벌어들여 조선업 부문의 적자 2억원을 만회하고 16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천해지가 합병한 헤마토의 사진사업은 합병 후 42일 동안 38억원의 사진을 팔아 1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년으로 환산하면 137억원으로, 이는 천해지의 조선사업 영업이익 38.5억원의 3.6배에 해당한다. 영업이익의 규모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도 사진사업은 41%로 조선사업의 4%보다 10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헤마토’가 ‘천해지’에 합병되기 전인 2011년과 2012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6.25%와 19.7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합병 후의 사진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1%나 된다. 해마다 이익률이 2∼3배씩 증가하는 사업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사진판매가 흑자가 많이 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가공거래가 이뤄졌다거나 사진을 강매했다는 의혹이 있다.

설립년도인 2011년 ‘헤마토’의 재무제표를 살펴 보면, 미리 지급한 사진 구입비(선급금)이 46억, 보유한 사진값(상품)이 3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진값이 총 49억원으로 전체 자산 51억 중 90%를 차지한다. 설립 다음 해인 2012년에는 선급금이 83억, 상품이 51억원으로 늘어나, 보유한 사진값이 134억원으로 전체 자산 184억원의 82%나 됐다. 보유하고 있는 사진의 구입금액이 1년 매출액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이 정도로 재고가 많은 회사는 자금난에 봉착하게 된다. 이 부분은 유 전 회장의 비자금 마련을 위한 창구 중의 하나가 ‘헤마토’임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헤마토’는 설립 첫해인 2011년에 2.6억, 이듬해인 2012년에 8.9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런데 현금흐름 분석 결과, ‘헤마토’는 장부상으로는 흑자였지만 만성적 자금 부족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장부상 8.9억원의 흑자에도 사진작품을 구입하기위해 선급금과 재고자산 등의 증가로 115억원의 현금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영업활동으로 인해 현금이 104억원이나 빠져나가자 헤마토는 유 전 회장의 사진을 계속 구입하기 위해 70억원을 증자하고 34억원을 추가로 차입했다.

'천해지’도 ‘헤마토’ 합병으로 현금 사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천해지는 합병 전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연평균 101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으나, 합병년도인 2013년에는 131억원의 현금이 부족해졌다. 이는 합병 전에 10억원을 넘지 않았던 ‘천해지’의 선급금이 합병 후 두 달 만에 199억원으로 증가했고, 상품도 합병 전에는 전혀 없다가 합병 후 두 달 만에 13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부분은 사진 판매가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었다는 유 전 회장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사진 판매로 회사 돈을 빼돌리는 것이 ‘헤마토’같은 작은 회사에서는 너무 쉽게 드러나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한계에 봉착하자, 규모가 10배나 더 큰 ‘천해지’에 합병시켜 밖으로 표시가 덜 나는 방식으로 회사 돈을 계속 빼돌리려 한 것이다. ‘천해지’가 지난해 말에 가지고 있던 사진의 원가가 335억원으로, 그동안 ‘헤마토’ 등 다른 계열사와 신도들한테 매각한 것까지 포함하면, 유 전 회장은 사진을 팔아 최소 5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판매로 이익을 남긴 것처럼 회계처리하면서, ‘천해지’는 지난해 136억원을 증자했다. 증자에 참여한 주요 주주는 다판다, 문진미디어, 온지구, 아해, 세모 등으로 모두 유 회장 일가의 회사들이다.

유 전 회장 측 변호사는 "유 전 회장이 계열사 돈을 횡령하거나 사기를 친 적은 결코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사진작품을 계열사들을 상대로 백지수표처럼 사용하는 신종 기법으로 회사 자금을 계속해서 빼돌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새누리당 김재원 국회의원(군위군.의성군.청송군)은 “사진값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계속 빼돌리려고 사업상 아무런 시너지도 없고 매출액도 60억원에 불과한 헤마토의 가치를 부풀려 매출액이 1천억원이나 되는 ‘천해지’에 합병시킨 의혹이 다분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세월호 침몰 참사를 야기한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유 전 회장의 불법적인 곶감 빼먹기식 경영”이라면서, “세월호 참사 발생 후에도 얄팍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