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5-29 19:34:49
기사수정

사진/뮤지컬 '오필리어' 공연 장면(제공-아리인터웍스 제공)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문화 예술계는 변주와 재창작으로 뜨겁다. 명작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작품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요즘, 햄릿의 여인, ‘오필리어’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 막을 내렸다. 아버지를 위한 복수와 햄릿을 향한 열정적인 사랑을 놓고 ‘죽느냐 사느냐’만큼 깊은 고뇌를 짊어진 오필리어, 그녀는 또 다른 햄릿이었다.

햄릿과의 즐거운 데이트. 오필리어는 돌아가신 선왕이 “복수하라!”고 외치는 꿈 이야기를 한다. 햄릿은 못 알아들은 척 미친 척하지만 끝없이 고민한다. 오필리어는 그런 햄릿을 도우려고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범인을 밝혀낸다. 하지만 오히려 범인을 확신하게 된 햄릿은 오필리어에게 냉정하게 대한다.

햄릿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만큼 사랑받는 비극. 햄릿을 여성적인 세계관, 오필리어의 관점으로 바라봤다는 것만으로도 원작 비틀기의 묘미가 기대됐다. 거트루트의 시점으로 보았던 ‘햄릿, 여자의 아들’이 재밌고 신선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거트루트와 오필리어는 어떻게 다를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 앞에 사느냐 죽느냐를 고뇌한 햄릿만큼이나 무거운 오필리어의 고뇌. 그녀는 원작의 청순가련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으로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다 죽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햄릿과의 추억이 담긴 상사화를 보다가 실족사한 것처럼 꾸미고 직접 사건을 풀기위해 동분서주한다. 운명과 맞서 결코 굴복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햄릿보다도 믿음직스러웠다.

관점을 달리한 작품의 흐름은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도 많았고 가끔은 뜬금없었지만 기지에 넘쳤고 배우들의 훌륭한 가창은 뮤지컬의 묘미를 더욱 살려줬다. “셰익스피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이것은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김명곤 연출의 말대로 뮤지컬 ‘오필리어’는 원작 ‘햄릿’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게다가 김명곤 연출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대 설화를 오필리어에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 실제로 햄릿이 자기아버지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울며 절규하며 부르는 노래가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컷 수컷 정다운데, 외로워라 이내 몸은 누구하고 날아볼까”이다. 고구려 유리왕의 시조 ‘황조가(黃鳥歌)’로 사랑하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자신의 연인이라는 믿기 힘든 현실 앞에 복잡한 심경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이밖에도 ‘노인헌화가(老人獻花歌)’, ‘공무도하가’, ‘상사화’등, 향가와 고대 시조를 사용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장치를 드러내는 음악이 건반과 바이올린, 클래식적인 악기들로 세련된 옷을 입혔다는 것이다. 특히 광대로 분한 바이올리니스트 콘의 연주는 중간 중간 무대 위까지 도입돼 상당한 즐거움을 주었다.

햄릿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설정이라던가 극의 후반부, 뭔가 정리가 덜 된 듯 급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쉬웠다. 햄릿과 오필리어, 단지 주인공이 바뀐 것뿐, 등장인물이 다 같은데 결말은 완전히 다르다. 마지막까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오필리어. 다음에도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운명을 개척하고 복수보다 화해를 위해 움직였던 인물. 씩씩한 오필리어라서 반가웠다.

전(前)문화부장관이자 배우, 작가, 연출가로 멀티 예술인 김명곤이 직접 대본과 연출을, TIMF앙상블 예술 감독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최우정이 작곡, 호페시 쉑터 컴퍼니 등 세계적인 무용단에서 활약한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안무를 담당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1207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