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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6-07 20: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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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유도소년!!” 연극 ‘유도소년’의 별명이다. 90년대 후반,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유도소년’이 연일 매진되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별명처럼 케이블 방송임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 그 시절의 음악, 문화들이 작품 곳곳에 맛있게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인 경찬은 한 때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하던 유도 유망주였으나 슬럼프로 힘들다. 무엇보다 힘들고 아픈데 참아야하는 것이 견디기 어렵다. 코치와 부모님께 혼이 나도 그 때뿐,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중요한 전국체전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경찬은 화영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데 그녀의 곁엔 복싱 국가 대표선수인 민욱이 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화영을 가운데에 둔 삼각관계가 되는데.......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올모스트메인’ ‘나와 할아버지’에 이은 세 번째 작품, 연극 ‘유도 소년’을 공연한다. 실제 박경찬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6년 만에 극단 간다에 복귀하는 이재준이 연출한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스포츠 선수이다. 민욱은 복싱, 화영은 배드민턴, 경찬과 요셉, 태구는 유도 선수이다. 연습 기간 동안 오전에는 운동을, 오후에는 모여서 연극연습을 했다는 배우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실제로 연극이 시작되고 나면 객석에선 저절로 탄성이 들끓는다. 진짜 땀을 흘리며 열연하는 모습에, 또 오랜 시간동안의 단련을 보여주는 근육질의 몸에.

유망주였다는 과거의 기억조차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경찬의 모습도, ‘up’를 ‘업’이라고 읽어서 좋아하는 여자에게 핀잔을 듣는 민욱도, 밝게 웃고 있지만 아픔을 감추고 노력 중인 화영도 참 정겹고 사랑스럽다. 서툴고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그 모습은 그대로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초상이었으니 말이다.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는 게 또 너무 돌려 말해서 실패하는 민욱의 모습을 보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에 웃음을 꾹 참게 되는 동질감. 객석의 모습이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웃게 되다니. 이처럼 건강하고 밝고 유쾌한 연극은 꽤 오랜만이라 굉장히 신선하고 즐겁다. 자극적인 요소하나 없이 정직하게 가슴에 와서 탁! 부딪혀오는 게 상쾌하다.

“내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랑께!”하는 대사가 뭉클한 것은, 어쩌면 그 청춘의 시절 순진하게 믿었던 대전제여서 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 말을 믿고 있는 순진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 일까, 아니면 연극이 “이봐, 힘내라고! 끝낼 수 있는 건 오직 너 뿐이니까!” 라며 등을 밀어주고 있기 때문일까? 모든 것이 보이는 겉치레에 평가되어 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기에 바라고 소망해도 미련해보일까 차마 놓아버린 찬란한 꿈이 떠올라서일까?

연극은 흔한 해피엔딩으로 경찬이 메달을 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참 좋았다. 여전히 경찬은 포기하지 않기 위해, 유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민욱은 좋아하는 복싱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화영에게 고백하는 연습을 하고 있겠지.......작품 속의 청춘이 서툴지만 여전히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를 응원한다. 어쩌면 아직 청춘인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의 꿈에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연극 ‘유도소년’은 박경찬 역에 박훈, 홍우진, 민욱 역에 차용학, 박성훈, 두 사람의 첫사랑 화영 역에 정연, 박민정, 요셉 역에 오의식, 박정민, 태구 역에 윤여진, 조현식, 코치 역에 우상욱, 양경원 배우가 맞춤옷을 입은 듯 열연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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