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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2-24 15: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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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 이를 갈고 닦아 예술의 최고 경지에 이른 이들의 작품을 우리는 명작이라는 표현으로 예찬하고 있으며, 그 작품들은 고가에 거래되어 소장자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인고와 노력을 해야 하고, 작가들은 혈실과의 타협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세상을 추구한다. 그러한 결과물들이 우리가 바라보는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또한 작품의 종류도 무수히 많다. 유화를 비롯하여 수채화, 판화, 묵화, 조형, 조각, 금속공예 등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재료와 소재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오늘은 본 기자가 우연히 만난 여성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첫인상이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예리한 모습을 본 것은 작년 11월 24일 종로에 있는 갤러리 고도에서였다. 본인의 전시회는 아니었지만 친구의 전시회 오픈을 축하해 주기 위한 자리에서 동석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지에 샤프펜슬로 완성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박미현 작가. 첫 번째 주장은 “류 작가만 너무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애교 섞인 항변이었다. 작가라면 누구나 기자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덕분에 본 기자의 입에서 “박 작가님 기사도 실어 드릴게요”라는 약속을 얻어낸 상황이 발생했다.

나름대로는 미술작품을 많이 보았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막상 작품도 보지 않고 한 약속이 ‘경솔한 것 아니었나’ 고민하는 찰라 박미현 작가가 슬그머니 건넨 엽서 트기의 “練習(연습)”이라는 초대장을 보고는 ‘이런 작품도 있었구나’하는 감탄과 약속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B4 크기의 종이를 두 번 접어 연하장 크기로 만든 초대장에는 작품 10점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며, 한지와 샤프펜슬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조화를 이루어내는 또 다른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한지 위로 샤프펜슬의 흑연이 퍼져 나가는 느낌은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펜에 비해 필압이 덜했다”며 “처음에는 기름 먹인 두꺼운 한지였는데 유지는 장판지로 쓰일 만큼 견고한데다 연필과의 궁합이 나쁘지 않았다. 유지에 묻은 흑연은 잘 지워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색도 좋았지만 유지를 주재료로 하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따랐다”며 한지를 선택한 배경을 이야기 했다.

박미현 작가는 “기름이 고르게 배이지 않은 유지는 같은 종이 안에서도 건조 시간이 달랐다. 특히 한여름에는 기름을 많이 먹은 부분이 끈적거려 작업에 적절한 상태를 가늠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표면을 잘 다져 비교적 매끄럽게 만든 한지가 압착으로 표면의 밀도가 높아 수채화지나 판화지보다 흑연이 뭉치지 않고 잘 퍼진다.”며 한지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 작가는 “비록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유지가 가진 매력도 포기할 수 없어 적절한 표현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새로운 재료들과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 중”이라고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밝혔다.

작품전의 제목을 “練習(연습)”이라고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몸에 習(습)을 붙이는 일과 다름없다는데 생각이 미쳤고, 내친 김에 사전을 찾아보니 연습에는 학문이나 기예 따위를 익숙하도록 되풀이하여 익힘이라는 뜻도 있었다. 작업은 내게 주어진 조건들을 잘 살피고 단련하여 익숙하게 하는 일이므로 연습과 다르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내 모든 작업이 ‘練習(연습)’인 셈이다”라고 겸손함을 표현했다.

작품에 나타난 형상들에 대하여는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이미지에 대한 선호가 있으나 이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언젠가 플라톤이 우주의 생성을 요소론으로 설명하려 한 내용을 접하고 흥미를 느꼈다”며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단테는 ‘신곡’에서 불행과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은유로 사람은 착한 사각형, 정육면체라고 노래하기도 한다”며 처음부터 플라톤의 입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그 연관을 발견하고 의식하게 된 것임을 설명했다.

또한 “좀처럼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의 소박한 답을 얻었다”며 “어설프게나마 내가 얻은 답이 담겨 있다. 그리고 형상들은 대체로 ‘기둥 모티프’의 조합과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형태의 조각이 각기 다른 조합들로 여러 가지 형상들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자신이 완성한 작품에 대한 접근법을 알려 주었다.

유화로도 드로잉처럼 작업 하고 있다고 밝힌 박미현 작가는 새로운 소재의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유지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 더욱 정진할 것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8월로 예정되어 있는 박 작가의 전시회를 더욱 기대하게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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