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7-09 22:03:35
기사수정

제4대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자, 다음 달 선거의 단독출마로 연임이 확실시되는 정대경 이사장을 대학로 소극장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전에는 추대방식이었던 대표선출을 정관에 의거해 투표방식으로 바꾸고 소극장협회의 역할을 새로이 정립하였다. 한국 연극의 메카이자 150개의 소극장이 밀집하여 문화예술의 거리로도 알려진 대학로에서 소극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대책을 알아본다.

대학로가 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것은 1995년의 일이다. 서울대가 관악구로 넘어가고 명동의 문화시설이 이전되면서 대학로에 샘터 사옥이 생기고 문예회관이 들어왔다. 그러자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로에 모여들어서 자연스럽게 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게되었다.

“그때는 매주 토요일에 교통을 통제하여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콘서트도 활발히 열리는 등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몰리다보니 지금의 홍대나 청담동처럼 상업화되어 유흥관련 시설이 들어오게 되었지요. 이것을 우려한 서울시가 ‘극장을 지어라, 극장을 지으면 그 면적만큼 한층 더 지어도 된다’ 해서 공연장을 지을 경우 원래 5층 건물을 6층까지 용적률을 올려 허가를 내주게 된 것이지요. 용적률뿐만 아니라, 주차공간 면적도 반으로 줄여주고 세금도 낮춰주니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대학로에 극장을 짓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부흥정책은 공연장이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주차공간의 부족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학로에 밀집된 소극장의 환경이 경제논리에 휘둘려 공연예술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고질적인 병폐다.

“예전에는 200석이면 좋은 극장이었지요. 그런 공간을 운영하려면 건물세가 한달에 800-1000만원 정도이니 일회공연에 60-7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극단이 그런 대관료를 내고 공연을 하려면 수익구조가 맞지 않아요. 그래서 창작자들이 극장을 만들어버렸어요. 작은 창고극장에서 6개월, 1년 정도 공연을 해야 운영이 되니까 비정상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 지금 대학로에 소극장이 밀집하게 된 배경입니다.”

2010년 서울연극올림픽때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학로를 문화예술의거리로 선포하고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때에도 예총회관을 공연계에 필요한 시설로 전용하고, 지하의 소극장을 지상에 올려 소극장 환경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대학로 현실을 모르는 문화행정과 예술현장의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정 이사장은 대학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화지구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대학로를 대학로답게 만들고,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만들려면 문화지구 특별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특별법을 만들면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사유재산 용도를 침해하게 되는데 그런 만큼 세금을 감면받게 해줘야 하거든요. 그러려니 기재부에서 왜 세금혜택을 주냐고 들고 일어나고, 다른 지역에서도 그 지역의 잇권에 따라 인센티브를 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

문화강국인 프랑스의 경우, 문화정책은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가 원칙이다. 메세나 (후원) 제도가 잘 되어있고 지역특구를 지정하여 자율적으로 그 지역에서 기금을 육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무언가가 결핍되면 시설투자나 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다. 크게 보면 문화정책이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현상을 수습하고 부족한 면을 메우는데 급급해 삐뚤빼뚤한 처방이 되고 만다.

“좋은 정책이 없어서 실행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앞으로 문화예산을 2퍼센트 올린다고 하지만 지금의 문화정책은 문화공급자보다 유권자인 문화수요자에게 관심이 있어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사랑티켓(? 바우처) 사업도 그런 예입니다. 한가구당 5만원씩 분배해서 그것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구입하거나,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공연 한편 보는 것보다 아이들 참고서 한권 사주는 것이 더 절실할 수 있거든요. 분배는 투명해질지 모르나 이러한 정책은 실제 현장에 있는 문화종사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아요. 물론 지역을 찾아가는 순회공연 같은 경우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한 공연이 예술성보다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재미측면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이것이 진정으로 문화를 장려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

이러한 정책은 문화복지가 예술공급자보다 예술수요자의 관점에서 입안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 역시 잦은 부서 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2년에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을 둘러싸고도 누구를 예술인으로 규정할 것인가, 얼마만큼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예술인 복지법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예술인에 대한 노동자 의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예술가도 노동자 개념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누구를 예술인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요. 일 년에 몇편이상 작품을 한 사람이 예술가인가, 몇 년에 한편 해도 우수한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이 예술가인가? 그런 자격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안 됩니다. 우리 스스로 고민하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각 협회 안에서 정리되어야 할 문제라고 봐요. ”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의 대표로 있으면서 그 누구보다 소극장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대경 이사장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소극장과 네트워킹하면서 외국 소극장과의 국제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소극장 협회의 정관상 지역교류와 전국네트워킹이 중요한 사업입니다. 지역극단이 대학로에 와서 공연을 하고, 외국의 소극장 팀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하는 등 극장 간의 인적교류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아비뇽이나 에든버러, 시즈오카 등 해외 연극페스티벌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대학로를 동북아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류를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소극장 축제가 3회째에 접어드는데 나름대로 부가가치도 창출하고, 방향을 잘 잡아나가고 있어요. 이제는 우리 연극도 해외로 나아가 활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

예술인들이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수단으로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 이사장은 삼일로 극장에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는 어구를 붙여놓았다. 연극은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며 파수꾼이고 거울이다. 진정한 예술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사회의 환부를 비추어 치료할 수 있게 한다. 정 이사장은 음악이나 미술도 그런 역할을 하지만, 연극은 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이야기하여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나 다른 매체로 진출하는 연극인들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과학기술이 기초과학의 토대위에서 발전할 수 있듯이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문과학과 순수예술의 기반이 더욱 더 다져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핵심인 개체단위에 한국의 소극장이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1344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