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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09 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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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호프만의 이야기’로 대상을 수상한 누오바 오페라단의 강민우 단장을 만났다. 참신한 레퍼토리와 독특한 무대, 신인성악가의 발굴로 호평을 받는 그는 활달하고 웃음 띤 얼굴로 그간의 근황을 털어놓았다.

“ 한국 오페라도 이제 50년 역사를 맞이했잖아요. 척박한 여건에서 기초를 일군 1세대 단장님과 오페라 중흥을 위해 애쓰셨던 2세대 단장님이 계셨다면, 이제 저는 3세대 단장의 대열에 든 것 같아요. 그런 한국 오페라의 역사를 잘 융화해서 자기 마인드와 색깔이 확실한 오페라단으로 나아가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요.”

민간 오페라단만 120개가 넘는 상황에서 누오바 오페라단이 걸어온 길은 새로운 세대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추측하게 만든다. 2004년 성악가들이 모여 차한잔하다가 ‘한국에는 너무 유명한 작품만 무대에 올린다. 우리가 합심하여 새로운 작품을 한번 해 보자’라는 취지로 이태리어로 ‘새롭다’를 뜻하는 누오바 오페라단이 창단되었다. 2005년 1월, 한전아트홀의 무대에 올린 누오바 오페라단의 첫 작품 ‘베르테르’는 이에 부응했지만, 경험부족으로 인한 예산초과로 고생을 많이 했다.

“100원이면 만들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200원 이상 들어가더라고요. 그래도 작품을 올리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2010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음악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2009년도에 오페라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호프만 이야기’도 이를 계기로 한국 오페라의 레퍼토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고요. ”

이탈리아에서 13년 동안 성악공부를 한 바리톤 출신이기도 한 강민우 단장은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오페라도 볼거리를 많이 줘야하고, 의상과 무대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오페라도 공연예술인만큼 주목적은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오페라 관객 마니아층이 생겨야하고, 어느 오페라단이 무슨 작품을 올린다하면 전석 매진사례도 이어져야 하지요. 그러려면 예전 무대로는 오늘날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오페라단은 원전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11년 공연된 ‘라보엠’은 이러한 강 단장의 철학이 구현된 무대였다. 2막의 보헤미안 카페장면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나이트클럽으로 바꾸었고 미미와 루돌프, 마르첼로의 이야기는 젊은이들이 춤추고, 싸우는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런 창의적인 시도가 저항도 많이 받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흥미로운 무대, 재밌는 오페라라는 평을 들었다. 덕분에 누오바 오페라단은 새로운 무대에서 참신한 연출로 오페라를 구현하는 단체라는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강 단장에게 오페라는 과연 무엇일까?

“ 오페라는 사랑과 열정이에요.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들의 뜨거운 열정이 무대를 장악하고, 진실한 마음의 표현인 사랑의 힘이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감동시키지요. 그러한 사랑과 열정이 없다면 아마 음악으로 평생을 사는 일이 쉽지 않을 거에요.”

오페라는 모든 것이 축적되어있는 공연예술의 거대한 덩어리이지만, 역시 사랑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만들고, 표현하고, 전달하는 드라마인 것이다. 갈수록 사회가 험악해지고, 사람들의 정서가 메말라가는데에는 이러한 예술이 고갈된 데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짚어본다.

“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아이들의 정서가 메말라 로봇처럼 사고가 기계화 되는데에는 감성의 부족이 큰 원인입니다. 예술은 이러한 감성에 새로운 싹을 틔워 성장하게 만들어주지요. 그만큼 한 사회에 있어서 예술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예술이 상업화되고 자본이 프로덕션 과정을 잠식하면서 생기게 되는 폐해도 만만치 않다고 진단한다.

“한번은 기업에서 후원제의가 들어왔는데 프로덕션 과정에서 지휘자와 출연진 인선에 지나치게 개입하더라고요. 그래서 아깝지만, 그 제의를 거절했어요. 협찬은 감사하지만 자본을 지원한다고 오페라 제작사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라 트라비아타를 올리는데 뭐가 필요해? 연출자? 지휘자? 성악가? 다 사버리면 되지.’ 이런 마인드로는 예술의 자발성이 사라지고 예술가들이 주체가 아니라 고용인으로 전락해버립니다.”

올해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무대에 올리는 ‘카르멘’ 역시 누오바 오페라단의 새로운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 모던과 고전을 섞을거에요. 의상도 신경을 많이 쓰고, 특히 주인공 카르멘을 부각시키려고 합니다. 카르멘은 야하고 천박한 여자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상 그녀는 사랑과 열정이 있는 여자에요. 사랑도 그런 마음의 본능이구요. 그런 뜨거운 사랑과 열정을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
앞으로는 오페라 가수도 배우들처럼 연기연습을 철저히 하여 작품의 정서적인 면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민우 단장은 강조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단장뿐만 아니라 연출자, 가수, 스텝, 엑스트라까지 함께 호흡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 ‘왜 누오바 오페라단은 외국가수들을 데려오지 않느냐’고 물어요. 그 이유가 꼭 개런티 때문은 아닙니다. 외국 가수들의 경우에는 일정상 자기 할 일만 하고 가기 때문에 앙상블에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가수들과는 함께 연습하고 밥도 먹고 그러는 과정에서 동료애가 생겨서 무대에서 앙상블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지요. ”

오페라가 상류층, 부유층의 예술이라는 데에 강민우 단장은 공연예술의 총합체인 오페라의 역량을 일반대중들에게 더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처음 오페라를 접하면 음악도 생소하고, 외국어로 진행되어 내용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수록 오페라 관람 전에 작품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해오면 새로운 재미로 오페라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일반 관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전문가보다 그들이 하는 말이 더 실질적인 평가일 때가 많거든요. 항상 관람객의 눈높이로 무대를 보려고 객석에 앉아서 공연도 체크합니다. ”

마지막으로 누오바 오페라단의 단장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 저희는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오페라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투자자들도 인기 레퍼토리의 영역에서 벗어나 이러한 행보를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

오페라라는 무한한 바다에서 건져 올릴 작품들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고, 널리 공연되지 않았지만 가치를 지닌 작품을 발굴하여 보석으로 다듬는 일, 그것이 바로 새로운 세대의 오페라 단장으로서 강민우 단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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