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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3-10 15: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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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통해 보는 세계는 늘 새롭게 다가온다. 연기를 하면서 늘 갈망한다. 또 다른 세계를 계속 찾아 가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연기에 대한 욕심을 채워 가고 싶고, 학생들에게 그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고 또 전달하고 싶다.”

스스로 대학교수가 아닌 ‘배우 장인보’라고 주장하는 장인보 교수의 흔적을 뒤돌아본다.

- 배우이자 교수인 장인보와의 첫 만남.

우연한 기회를 통해 그를 알게 됐다. 기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 하며 늘 그렇듯이 기억 속에서 없어진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달랐다. 왠지 모를 정체성에 자꾸 머릿속에 돌고 도는 이 남자...훈훈한 미소를 가진 이 남자. 끌린다.

인터뷰를 하기까지 망설이고..생각하고...그러기를 몇 차례. 드디어 그와 만났다.

교수이기에 배우 장인보 라는 사람은 조연으로서 여러 영화와 드라마 작품에서 많은 활동을 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어떤 작품을 위해서 늘 긴장하고 준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연기과 교수로 미래의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 수줍은 많은 소년, 연기의 꿈을 꾸다.

그의 나이 서른 중반. 아직 배우로서의 욕심과 수많은 도전이 한창 일 때이다. 아직 누군가를 가르치기엔 이른 나이(?)아닐까? 배우와 교수로서의 삶을 들어 보기 위해 그의 짧은 인생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심지어 모델 활동까지 한 장인보 교수.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을 것 같은 그에게서 들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실로 놀랍기 까지 했다. 초등학교 4~5학년 까지는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매우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새 학기를 맞이하고 거의 1년이 지난 후 같은 반 친구에게서 “너 우리반 이였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 였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워진 가정 형편과 사채업자들의 방문(?)은 그를 더욱 내성적인 성격으로 이끌고 갔다. 그러다 고1, 친구들 장난에 떠밀려 억지로 나가게 된 학급 장기 자랑에서 노래를 부르고 받은 박수는 그를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에 대한 주목과 박수에 미묘한 매력을 느낀 그는 그 후로 누군가에게 박수 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 때 그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어둡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가요제에 나가서 인기상을 타게 되었고, 그 후로 <신놀부전>이란 공연에 섭외가 되었고, 뜻하지 않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많지도 않은 대사를 잊어버려 많은 NG를 내면서 오히려 연기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더해 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연기를 잘해 보고 싶다는 욕심,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지금까지 연기를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는 수줍고, 정체성 없었던 소년에서 남들 앞에 서는 배우로의 인생 최대의 반전을 시도했다.

- 조연 배우에서 대학 교수로

현재 그는 배우에서 교수로 잠깐 외도중이다. 교수라 하면 오랜 기간 동안 갈고 닦은 인생의 굴곡을 겪은 후 생기는 연륜 등을 겸비한 중년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장인보 교수는 이제 갓 서른 살의 교수다.

오히려 현장 감각과 열정으로 학생들에게 더 큰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젊고 매력적인 교수. 방송연예학부 전임교수라는 자리를 얻기 위해선 높은 경쟁률을 의식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경험과 노련한 나이 지긋하신 유학파 출신들의 교수들도 많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어떻게 보면 그의 현장감각과 열정이 한성전문대 총장에게도 인터뷰 때 큰 점수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다.

그의 대학교수로서의 시작도 가슴 아픈 사건에 의해 시작된다. 대학시절,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위험한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 때,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졌고, 나만의 욕심보다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작된 연기 학원 강사일과 과외를 시작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점점 더 큰 학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성전문대학교에서 방송연예학부 전임교수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자신감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밀어 붙였다.

총장님과의 면접에서 자신의 열정과 자신감, 배우로서의 현장감 등으로 어필하여 결국 전임교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 동안 교수의 꿈을 늘 꾸고 있었습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그 꿈을 계속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그 시기는 제가 중년이 된 후를 목표로 삼아왔던 것이지, 이렇게 빨리 교수가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어요. 후회는 없지만 너무 빨리 찾아온 이 큰 자리는 배우로서의 꿈을 잠시 접어야 할지, 병행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갖게 합니다.”라며 배우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 제자들이 진정한 배우로 탄생하기 위해

진정한 배우라면 꼭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단번에 “그야 당연히 진실성이죠.”라고 대답한다. 배우가 진실함으로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그들 역시 배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단호한 생각이다.

“배우가 본인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내가 나를 믿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만들어진 내 이미지에 스스로가 갇히게 되고 연기를 하면서도 외로움과 회의 등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가식이 아닌, 진실성을 강조해요.” 그 진실성을 위해 수업 초반에는 자서전 쓰는 것을 과제로 낸단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유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서전 수업을 진행하면서 거칠기만 했던 한 남학생이 본인 얘기를 하면서 그동안 숨기고 억눌러왔던 눈물을 토해내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또한 장 교수는 학교만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타 학교에 비해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롱런하는 배우들보다 반짝 배우들이 많은 현실은 쉽게 테크닉만 익혀서 연기를 하려는 지망생 또는 연습생들과 기획사의 짧은 생각에서 연유한다고 말한다. 테크닉만 익혀서 하는 연기는 곧 깊이에 대한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연기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방황하는 연기자들이 많다고 하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의 하드 트레이닝은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학교에서 먼저 연기의 한계를 깨우쳐 주는 것이다. 비닐하우스의 농작물들이 그 안에서는 잘 자라다가 비닐을 걷어내면 쉽게 죽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쉽게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오히려 더 혹독하게 훈련을 시킨다.

- 꿈..인생..고독..두려움 그리고 연기

다가올 미래에 대한 꿈을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환한 미소와 강렬한 눈빛으로 장애인 센터 극장을 세우는 것이라고 답한다. 장애인들이 좋은 공연을 쉽게 즐기고, 또 그들이 직접 공연을 할 수도 있는 자신의 이름을 건 센터. 하지만 이 큰 꿈을 빨리 이루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란다.

오랜 기간의 준비와 계획을 통해, 내가 당당하게 내 이름의 센터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해 나갈, 평생의 꿈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학생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고 싶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교수라는 자리에 안주해서 자기 개발을 미루는 안일한 삶은 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본인 역시도 배우로서 언제든 활동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그와 더불어 생생한 현장 경험까지 전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 연기의 완벽함??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장인보 교수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참 무서운 게, 예술과 연기는 내가 이제 좀 하네 라고 스스로 잘한다 싶으면 그 때부터 무너지는 게 연기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표현했다. 다시 말해 연기란 완벽함이 없는 예술이라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현재 제일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유능한 노배우, 노연출 예술가(학과장 전임교수)들이 학교에서 내려오지 않는 부분이다.

“역시 사람인지라 생활이 편해지게 되면 다시 어려운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안정직에 있다 보니 예술(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 부분이죠. 다시 배고파지고 피곤해 질테니...”라며 그는 끝내 말끝을 흐렸다.

또한 장 교수는 배우는 죽을 때 까지 끊임없이 배워야 해서 배우라고 한다. 자기중심과 깊이와 자기만의 개똥철학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미래의 상상을 하며 정진하라고 그는 얘기한다.

그와 나눴던 몇 시간의 인터뷰. 일반 인터뷰가 아닌 막 짧은 연극 한 편을 우리가 만들어 공연을 하고 나서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진정 그의 연기 철학과 그에게 배우는 학생들만큼은 세상의 찌든 그 어떤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 진실 담긴 연기를 보여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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