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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29 14: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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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황금연못(연출 : 이종한)’은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으로 1979년 초연으로 토니상을 수상, 1981년에는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돼 아카데미상 남·여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각종 영화제 17개 부문 수상, 20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 명작이다.

영화에 출연했던 헨리 폰다.제인 폰다 부녀는 실제로 서로 소원한 사이로 지내다 이 영화를 통해 화해를 했다고 한다. 특별한 클라이맥스가 없이도 작품은 진실한 울림과 감동으로 잔잔하게 관객들에게 스며든다.

오래 된 별장. 황금연못이라 불리는 호수를 끼고 있는 낡은 집에 노만과 에셀이 48번째 여름을 보내러 온다. 이제 죽음을 예감하고 있는 노만과 그런 그를 독려하기도 하고 나무라면서 곁을 지키는 에셀. 전화한통 걸려오지 않는 한적한 곳에 그들의 외동딸 첼시가 남자친구 빌과 노만의 생일날에 맞춰 오겠다는 연락이 온다. 빌과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13살 빌리를 부모님께 맡기러 온 것이다.

엄마와 딸이 싸우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면서 눈물 흘리는 관계라면 아버지와 딸은 참으로 답이 없다. 요즘에야 ‘딸 바보’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아빠들의 딸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지만 권위적이고 서툴기만 했던 아버지세대는 달랐다. 걱정되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는 아버지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서 덜덜 떨면서도 다이빙대에 섰을 첼시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기껏 집에 돌아와서도 늘 아버지를 불편해하고 화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실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비록, 마음은 어린 시절 그 때부터 조금도 자라지 못했을 지라도.

▲ 사진/수현재컴퍼니 제공.

잘 찾아오지 않는 딸을 늘 기다렸으면서도 막상 만나고 나면 퉁명스레 뱉어지고 마는 말을 하는 아버지는 어떤 마음일까? 분명 그 말이 뱉어지는 순간에 후회했을 것이다. 굳어지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순간이었을 테니까.

그런 아버지 노만이 딸이 여행을 떠나며 맡기고 간 남자 친구의 아들 빌리와 진한 우정을 나눈다. 함께 낚시를 하고 에셀이 싸준 도시락을 먹으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해가면서. 어쩌면 첼시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빌리와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달라진 노만의 모습을 보며 첼시는 비로소 화해를 시도하고자 용기를 내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한 딸에게 당연한 인사, “축하한다”는 말에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마음을 꽁꽁 얼려놓았던 찬바람이 따사로워진 것이다. 어린 빌리와 지내며 어쩌면 노만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익혔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 조각 따스한 바람이 긴 겨울을 봄으로 바꿀 수 있게.

딸과 빌리가 떠나고 황금연못에서의 여름을 마무리하던 노만은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다. 에셀은 비로소 남편과 자신에게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실감하지만 황금연못에 인사한다, 내년에 또 보자고. 아무렇지도 않은 인사조차 울컥하게 만드는 것은 소박하고 따사로운 그들의 삶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일 것이다.

우리 시대의 영원한 아버지 국민배우 이순재, 신구가 고집쟁이에 고약한 심술쟁이지만 알고 보면 귀여운 할아버지 노만을, 나문희, 성병숙이 까다로운 남편을 잘 보살피며 딸 첼시와의 화해를 돕는 에셀, 그들의 하나뿐인 딸 첼시 역에 우미화, 우편 배달부 찰리 역에 이주원, 첼시의 새로운 남자 친구 빌 역에 이도엽, 노만과 새로운 우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으로의 첫발을 내딛게 하는 귀여운 빌리 역에 홍시로가 출연한다.

단지 무대에 서 있어도 존재감 가득한 진짜 배우들이 함께 하는 소박하지만 진한 울림이 있는 아름다운 연극 '황금연못'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에서 오는 11월23일까지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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