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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21 13: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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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자 벌써부터 심각한 후폭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법원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3점)에 대해 ‘정답이 없는 오류’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교육부 스스로 복수 정답을 인정한 전례는 있었지만 재판에서 명백한 오답을 정답 처리했다고 인정된 것은 수능 도입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민중기)는 지난 16일 김 모 씨 등 수험생 4명이 “수능 등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수험생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논란이 된 문항의 정답률은 49.89%였다. 지난해 이 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은 50점 만점에 48점으로 이 문항 하나만 틀렸더라도 등급이 내려갔다. 세계지리를 선택한 3만7000여 명 중 오답 처리로 피해를 본 수험생은 절반가량인 1만8000여 명에 이른다.

서울고법은 교과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교과서 내용만을 정답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능의 출제 범위가 교과서로 제한되는 것은 (그 내용이) 진실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명백히 틀린 지문을 옳다고 해 출제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보고 수능 등급을 매겼다. 수험생들은 총생산액을 비교할 기준시점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지도 우측 하단에 적힌 ‘(2012)’라는 표시에 의하더라도 2012년 세계은행 자료 기준으로 19조8860억 달러였던 NAFTA의 총생산액이 17조3508억 달러대인 EU를 앞질렀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세계지리 교과서와 교재 등에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내용이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2010년 이후의 총생산액은 EU보다 NAFTA가 더 크므로 해당 지문은 명백히 틀렸다”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수험생들은 고를 수 있는 정답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대입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미 재수를 하고 있는데 어떡할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최종 판결과 무관하게 법원이 수능 문제 오류를 인정함에 따라 국가 주관 수능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데만 급급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의 대응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문제 오류로 불이익을 받았을 수험생들이 구제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판결의 효력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22명에게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고 4명과 다른 항소심이 진행 중인 18명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개별적으로 지망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 문제 때문에 탈락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59명이 소송을 냈지만 나머지는 1심 패소 후 항소를 포기했다. 나머지 수험생들은 행정소송법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한인 90일이 넘어 소송을 낼 수 없다.
 
해당 문제는 3점짜리여서 등급 산정에 변수가 됐을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이날 “판결문 내용을 살펴본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당장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문제의 결함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박대훈 전 EBS 지리 강사는 “EBS 교재에 나왔다는 이유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방심했다”면서, “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태도가 더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2007년엔 수시전형이 끝난 상황에서 물리II 문항의 오류 논란에 물리학회가 가세하자 복수 정답으로 인정됐다.

등급이 오른 학생들에게 새 성적표가 배포됐고, 교육부는 해당 사유로 탈락한 학생을 구제하라고 대학에 공문을 보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청소년들에게는 꿈이며 희망이다.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입시제도와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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