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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12 19: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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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함화당과 집경당 앞 넓은 마당에서 한국의생활문화원과 친잠례보존회의 ‘제9회 조선왕조 친잠례 재현행사’가 열렸다.

한국의생활문화원 오이순 원장의 예술총감독과 박소동 민족문화추진회 교수의 친잠례 의궤번역, 그리고 필자의 행사대본과 연출로, 2007년의 행사 이후 7년 만에, ‘제9회 조선왕조 친잠례 재현행사’가 이뤄졌다.

‘친잠례 재현행사’는 왕과 왕비, 혜빈, 왕세손빈과 내외명부, 잠모 그 외 100여명의 궁중여인들이 고증에 따른 의상을 입고 등장하기에, 50여 년 간 조선왕조의 궁중복식을 연구하고 제작한 한국의생활문화원 오이순 원장의 수백여벌의 궁중의상제공이 없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행사다. 10년 가까이 행사를 주관하고 계속한 오이순 원장의 집념과 노력이 ‘제9회 조선왕조 친잠례 재현행사’에서 그 면모가 드러나 빛을 발했다.

한나라 때 사마천이 쓴《사기》를 일명 蠶史(잠사)라고 한다. 사마천이 宮刑(궁형: 생식기를 거세하는 형벌)을 받고 회복을 위해 蠶室(잠실)에 보내져서 그곳에서 사기를 집필했기 때문이다. 누에 키우는 방을 잠실이라고 한다.

조선 초기, 세종 때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잠실을 두었다. 지금의 서대문구에 있는 것을 西蠶室(서잠실)이라 하고 송파구에 있는 것을 東蠶室이라 했다. 잠실의 국립양잠소에 해당하는 蠶室都會(잠실도회)가 이곳에 설치되어 지명이름이 유래되었다. 본래 잠실은 한강의 지류인 탄천 하구에 있어, 큰물이 지면 사방에 물이 들어 꼭 섬 모양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듯이 보였기 때문에 浮里島(부리도)라고도 불렸다. 조선 前期(전기) 서울에는 총 3개의 잠실이 있었는데 후에 서초구 잠원동에 생긴 잠실을 新잠실이라고 했다.


의복을 만드는 데 원료가 되는 양잠이 중요했기 때문에 세종 때와 성종 때까지 양잠을 장려했으며 양잠의 主공급원이 되는 누에와 뽕나무를 신성시 여겼다. 부리도의 부렴마을에서는 뽕나무를 수호신으로 삼아 매년 10월에 桑神祭(상신제)를 지냈다. 조선왕조에서는 백성에게 양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장려하기 위해 先蠶祭(선잠제)와 親蠶禮(친잠례)를 행했다.

선잠제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누에치는 법을 가르쳤던 西陵氏(서릉씨)를 치제 제사하는 의례다. 《國朝五禮儀:국조오례의》에 따르면 선잠제는 5일간의 齋戒(재계)와 2일간의 제수 陳設(진설), 전날의 犧牲(희생: 제물로 쓰이는 살아있는 소) 검사와 香祝(향축) 전달 같은 준비 단계를 거쳐 제사 당일 헌관이 제단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의식은 奠幣(전폐)와 酌獻(작헌), 送神(송신)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친잠례는 조선왕조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주체가 되었던 국가의례였다. 선잠제 후 왕비가 직접 採桑檀(채상단)에서 뽕잎 5가지를 따고, 내외명부 1품은 7가지, 내외명부 2품과 3품은 9가지를 차례대로 따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채상을 마치고 內外命婦(궁중에 봉직한 女官, 왕실·종친의 여자 및 文武官의 처)가 잠실에서 뽕잎을 누에에게 주면 친잠례가 끝난다.

무대는 함화당과 집경당 앞마당에 높이 1m, 가로 12m, 세로 10m의 무대를 가설하고, 선잠제의 제사상과 제기와 제수용품은 물론, 관세위에서 손을 씻을 용기, 그리고 임금이 앉을 용상도 준비했다. 마당에는 광주리마다 뽕잎을 담아놓고, 누에 수천마리를 풀어 뽕잎 먹는 광경을 보도록 했다. 남쪽에 막차를 지어, 그곳에서 분장을 하고, 출연자의 대기 장소가 되도록 했다. 집경당 안에는 국화차와 한과, 그리고 다식을 마련해 관람객이 시식을 하도록 했다. 우중충한 날씨였으나 다행스럽게 행사 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행사를 마치자 폭우가 쏟아졌다.

출연진은 영조대왕 전양재, 정순왕후 이연환, 왕세손(정조) 최영준, 혜빈(혜경궁 홍씨) 황인영, 왕세손빈 권민경, 대비 김옥영 성의순, 공주 박현진, 화순옹주 양국희, 내명부 황매숙 김정주 이경복, 외명부 민지영, 서현자, 집례 황명희, 대축 정순임, 상의 한경희, 집준 김화수, 봉작 박다영, 전작 김경미, 봉향 홍선희, 봉로 오미화, 전빈 지순희 이영숙, 집건자 김혜수 장혜란, 황등 오유진 김연희, 상공 이남순, 상전 한지민, 상복 홍현주, 상기 고재희, 용선 왕정혜 변부용, 봉선 김보연 장유정, 작선 현승진, 홍일산 유인선, 사찬 문인옥, 상공 이남순, 전제 김해마, 여시 김순호 이민정 이국주, 잠모 홍현주 이미애 이미선 박은숙 홍선희 오미화 김혜수 장혜란, 집광 홍서영 박가영 서지현 김예원 김하늘 문사랑 문세준 조문경, 집구 이연수 최지원, 사찬 정성진 이춘복 유승균 등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노력이 친잠례 재현행사의 수준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우리것 보존회의 홍성덕 총장의 서언과 김정주의 대북연주가 행사에 박진감을 가했고, 아리예술단의 민지영 단장 외 13인의 태평무와 어린이무용단의 청사초롱이 관객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오이순 원장과 박현진 총무의 사회, 그리고 이상은의 영어통역, 황명희의 창홀이 국내 관람객을 물론 좌중의 외국대사와 외국인들의 이해와 감상을 돕는 역할을 해, 한국의생활문화원(원장 오이순)과 친잠례보존회(회장 성의순) 주최, 박소동 친잠례의궤번역, 박정기 행사대본/연출의 ‘제9회 조선왕조 친잠례 재형행사’를 성공적인 행사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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