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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04 18: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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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현행 법률상의 뇌물죄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처벌기준이 되는지 여부다. 이런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대해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4일 대한변협 등 법조계에 의하면, 현행 뇌물죄(형법 제129조)나 배임수재죄 등은 기본적으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으면 금품을 받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조계는 그동안 뇌물죄 적용의 큰 허점으로 지적돼 온 문제들을 김영란법이 해소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뇌물죄와 같은 부패범죄는 개인과 개인이 은밀하게 청탁과 금품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 수사기관이 '대가성'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금품거래 사실이 드러났고 부정한 청탁의 정황이 있음에도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아예 기소조차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스폰서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 같은 경우도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대가성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고가의 금품을 주고받으면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조계를 비롯해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관행을 척결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하지만 ‘대가성이 없는 금품’까지 처벌 범위를 넓히고 그 처벌의 최저범위가 연 300만원(회당 100만원)까지 낮춰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 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위헌 시비가 일고 있다. 처벌기준이 너무 일률적이고 지나치게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자칫 부정부패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해외에서 개최하는 주요한 행사에 언론인을 초청할 경우 김영란법의 처벌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비판적 기사를 쓴 당사자는 아니라도 소속 회사나 동료 기자를 수사선상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처벌은 꼭 필요한 범위로 한정돼야 하는 것”이라면서, “부패범죄를 척결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광범위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부패척결의 초석을 마련하는 김영란법 통과를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적용 범위'와 관련해 위헌요소가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에 이른 시일 내에 헌법소원 심판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김영란법은 규율대상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민간 언론'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해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했다”면서, “이는 평등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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