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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21 17: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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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미타삼존불 복장발원문, 고려 1333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오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불교미술을 후원한 옛 사람들의 삶과 염원을 살펴보는 특별전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를 개최한다.

‘발원(發願)’은 공덕을 쌓으며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다. 사찰을 짓거나 탑을 세우고, 법당에 불상과 불화를 봉안하면, 경전을 간행하는 등의 불사(佛事)는 부처님의 말씀을 널리 알려 공덕(功德)을 쌓는 일이었다. 크고 작은 불사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은 불교미술의 후원자가 됐고, 그 공덕으로 아름다운 불교미술 작품이 우리에게 남겨졌다. 이번 특별전 또한 과거 누군가로부터 비롯된 발원의 공덕이 모여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불교미술 작품과 함께 전해지는 ‘발원문’에 주목한다. 사리구와 불상의 명문(銘文), 경전의 간기(刊記), 사경에 기록된 사성기(寫成記), 불화의 화기(畫記,) 범종.쇠북.향완의 명문 등 다양한 형식의 발원문을 통해 불교미술품 제작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적 신분과 계층에 상관없이 곳곳에 드러나는 불교미술 후원자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신심(信心)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작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불상과 함께 전시된 복장(腹藏) 유물이다. 발원문, 사리, 경전, 직물, 곡물, 복식 등 다양한 물품이 불상 속에서 발견됐다. 이번에 전시된 불복장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진행하는 소장 불교조각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연구 사업의 최신 성과이기도 하다. ‘금동아미타삼존불’ ‘목조관음보살좌상’등 불상 속에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복장물과 명문 기록들이 보존처리를 거쳐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이외에도 수덕사 소장 ‘문수사 아미타불 복장물’(보물 1572호)의 복식과 아름다운 직물은 고려시대 수준 높은 직물 문화를 보여주고, 파계사 원통전의 관음보살상 복장물인 ‘영조대왕 도포와 발원문’(중요민속문화재 220호)은 임금이 입던 도포가 간절한 염원을 간직한 채 복장물로 납입된 신심어린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번 전시는 왕공귀족, 관료, 향리(鄕吏), 향도(香徒), 백성, 여성 등 불사를 후원했던 각계각층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 시대에 따라 어떤 계층이 어떤 분야를 집중 후원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전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하는 열쇠다.

전시 작품은 모두 126건 431점에 이른다. 그 중 34건 134점이 국보와 보물이고, 시도유형문화재가 3건 3점이다. 또한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는 성보가 7건 77점에 달한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불교미술의 걸작들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구’ ‘황룡사 찰주본기’(보물 1870호)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시품은 여러 점으로 이뤄진 한 벌의 유물이 함께 전시된다. 작품 하나하나의 의미보다는 불교미술의 제작 배경과 후원의 맥락에서 접근하는 이번 특별전의 성격에 걸맞는 연출을 시도한 것이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불상과 다양한 불교공예품 이외에도, 화사한 색채의 직물이 특징인 ‘흑석사 목조아미타불 복장물’(국보 282호)과 인목대비의 ‘금광명최승왕경’은 파란만장한 삶 속에 불심에 의지했던 왕실 여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문정왕후가 발원한 ‘약사삼존도’와 새롭게 밝혀진 순조 임금의 세 공주님이 발원한 ‘아미타불도’또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승려와 일반 백성들이 함께 조성한 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 ‘영산회상도’와 원광대학교 박물관 소장 ‘감로도’등 법당을 장엄하는 화려한 불화 역시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이끈다.

전시실에 펼쳐진 불교미술의 세계를 돌아보고 나면, 마지막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울진 불영사 소장 ‘불연’(아기부처를 모시는 가마, 경북 유형문화재 397호)을 만날 수 있다. 1670년에 만든 이 불연(佛輦)은 지금도 사찰의 석가탄신일 의식에서 사용되며, 과거의 공덕으로 이루어진 불교미술을 통해 현재에도 이어지는 발원의 의미를 상징한다.

한편, 국가가 후원한 사리구에서 백성의 소박한 바람이 담긴 작은 불화에 이르기까지, 불교미술에는 신앙심과 염원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현대인의 마음 한 편에 자리 잡은 삶의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전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를 통해 우리 삶을 지탱해 온 종교적 정서와 위로에 눈을 돌리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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