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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5-07 13: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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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 기자]대선정국이라는 급박한 정치적 상황이 더 특별함을 안겨주는 최민식표 생애 첫 정치인 열연 영화 ‘특별시민’

3일 앞으로 다가온 제19대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변동이 더 묘하게 특별시민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버렸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을 얼개로 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 변종구(최민식)다. 달변가이고 지략가로 정치 9단의 면모를 지닌 인물로 무표정한 얼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정서를 빚어냈다.

‘특별시민’은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출신으로 서민형 서울시장이라는 가면을 쓴 변종구의 이중성을 들춰낸다. 겉으로는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뒤에서는 ‘정치는 쇼’라고 하거나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인물이다. 젊은이들과의 토크쇼에선 미리 짜맞춘 질문만 받거나 경쟁 후보들과의 방송 토론회에선 원고를 빼돌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변종구의 권모술수를 까발리는 과정에서 최민식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역할을 해낸다. 관객들은 스크린을 시종 장악하는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다가도 속임수로 이득을 취하는 모습으로 돌변하며 관객과 절묘하게 밀당을 한다. 영화 속에서 변종구가 경쟁후보인 양진주(라미란)와 벌이는 TV토론은 최근 열린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의 열띤 TV토론회와 오버랩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준다.

정책 선거는 뒷전이고 상대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 전략에만 관심을 쏟는 선거 풍토를 풍자한 초반부 템포는 시원하고 경쾌하다. 현역 시장 변종구가 스포츠 모자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가 힙합 듀오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흩날리는 바람 때문에 바닥에 떨어진 원고를 줍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가슴 라인을 드러내는 야당 후보 양진주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에 선거전 못지않게 뜨거운 연기력의 접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본격 선거전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무거운 음모극과 가벼운 풍자극의 갈림길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현역시장 딸의 뺑소니 사고 의혹과 야당후보 아들의 마약 투약 사건에 이르면 이런 의심이 극에 달한다.

‘특별시민’속 인물들에게 현실은 단순 명료하지 않으며, 정의나 진실 역시 독점되지 않는다. 음모와 배신, 되집기와 되치기의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진다. ‘개장수가 오면 개들은 피냄새를 맡고 벌벌 떤다. 그 피냄새가 몸에 배 감출수 없는게 정치인들’이라는 기자 정제이(문소리)에게 변종구 캠프의 젊은 광고전문가 박경(심은경)은 ‘선배 몸의 피냄새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말을 하는 박경 역시 폭로 동영상을 이용한 미디어 조작에 깊이 발 담근 상태다. 중반까지 ‘특별시민’은 군데군데 관객들의 폭소를 부르는 블랙코미디 감각도 발휘한다. 그 웃음이 지나친 정치 막장극으로 흐를수 있었던 이야기 흐름의 중심을 잡아준다.

‘특별시민’은 배우 최민식의 영화다. 연쇄살인마와 충무공 사이를 오가며 실존인물을 표현하며 터득한 듯한 특유의 카리스마는 ‘특별시민’을 쥐락펴락한다. 최민식은 변종구라는 한 인물의 선거전을 통한 권력에 대한 욕구를 그만의 색깔로 맛깔스럽게 끄집어내어 그가 처음 선본 정치인 연기가 명불허전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보여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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