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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6-18 21: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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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구성 연출의 국부(國父)를 관람했다.

전인철은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2006년 <고요>로 본격 데뷔한 이후 <시동라사> <목란언니> <순우삼촌> <노랑 봉투> <터미널> <게임> 등의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대부분의 또래 연출가와 달리 그동안 자신의 극단을 만들지 않은 채 제작 극장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해야 된다>는 2015년 극단 돌파구를 만든 뒤 그가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극단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창단작인 <고제>의 경우 극작가 백하룡의 희곡을 올렸다면 <고제>는 극단 돌파구의 단원들이 함께 극작 및 구성에 나서 공동 작업을 했고,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나왔을 때 제작자가 연극계를 주도하는 분위기에서 굳이 극단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고 싶어서 지난해 극단을 만들었는데, 딱 10년만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출가로서 텍스트에 충실한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엔 배우들과 함께 대본도 쓰는 등 공동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부(國父)>는 박정희(朴正熙, 1917~1979) 대통령의 일대기다.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이야기,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 입학한 후에 졸업성적우수자 추천을 받아,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1등으로 졸업한 이야기.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할 때까지 일제가 수립한 만주국의 장교로 근무하였고, 일제가 패망하자 1946년 7월에 귀국하였다. 귀국 이후 대한민국 국군 장교로 지내며 남조선로동당에 입당하였다가 김창룡이 주도한 숙군에서 여수·순천 사건 연루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보국에 남조선로동당의 실체를 증언한 후, 육군본부 정보 국장이었던 백선엽의 최종 면담에서 사형을 면하고, 한국 전쟁이 나자 대한민국 국군 장교로 참전한 이야기가 극으로 전개된다.

5·16 군사 정변을 주도하였고, 이로써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되어 독재정치를 시작한다. 1963년 12월부터 1979년 10월 26일까지 제5·6·7·8·9대 대통령으로 장기집권을 하고, 3선 개헌 및 유신헌법 등의 장기집권을 반대하던 여야 및 학생운동 세력을 탄압한다. 1979년 10월 무렵 김영삼 의원 제명 파동으로 부마항쟁이 일어나고, 같은 해 10월 26일 궁정동에서의 연회 도중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쏜 총에 저격당함에 따라 서거한다.

박정희의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가 극 내용에 등장한다.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과 새마을 노래 관련이야기, 월남전, 유신헌법과 장기 집권, 독재에 따른 1979년의 부마항쟁 사건, 같은 해 궁정동 안가에서의 만찬과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하기까지가 무거운 주제이지만 희극적으로 연출된다.

교사시절 일본인 교사에게 굽히지 않던 모습, 해방 후 공산주의자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최종 변론에서 묵묵히 의연하게 버티던 모습, 특히 궁정동 김재규의 총탄을 가슴에 맞고도, 초청된 여인과 가수에게 “나는 괜찮다”고 하던 초인 같은 모습이 극중 재현된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입법부의 결정으로 박근혜가 탄핵을 당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법정에서 불법부정행위 진위의 선고를 기다리는 현재, 박정희의 일대기가 공연된다는 것은 모험심과 패기만만한 젊은 연극인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무대는 1m 높이로 붉은색 카펫을 깐 듯한 정사각의 통로를 무대중앙에 설치해, 출연자들이 그 사각의 통로를 시계방향이나 반대방향으로 돌며 연기를 한다. 극중 남자배역을 여성출연자가 하는가 하면, 여성배역을 남자출연자가 연기하고, 1인 다 역을 하며 기타반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정면에 스크린이 있어 영상과 자막이 투사되고, 국부 國父라는 글자 영상이 극의 도입과 마지막에 투사가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애중 대장부답고 존경받을만한 의연한 모습이 연출되고, 궁정동 장면에서는 사각의 통로 내부에 입체 사각의 조형물을 의자와 탁자처럼 배치하고, 대통령을 저격하는 장면에서는 당시 초인 같은 의지를 가졌음을 나타낸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과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장면은 여러 차례 반복 재현된다.

유병훈, 조영규, 안병식, 백성철, 이지혜, 권 일, 김민하, 윤미경, 하현지 등 출연자 전원의 경쾌한 동작으로의 출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선뜻한 분위기 창출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최효정, 무대디자인 이윤수,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이윤중 조환준 정우상 권오준 전 혁, 조명팀 Stageworks, 조명디자인 최보윤, 조명어시스트 지소연, 조명팀원 신동선 정주연 최인수 홍유진 정하영, 의상디자인 김지연, 의상어시스트 김선아, 분장 소품 장경숙, 음악 박민수, 영상 정병목, 영상기술 김성하, 안무 금배섭, 노래지도 김경진, 무대감독 김상엽, 조연출 주애리 김유림, 사진 이강물, 인쇄물디자인 ㈜디자인컴퍼니, 포스터이미지 선무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구성 연출의 국부(國父)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드러나는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박정기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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