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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7-11 11: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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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곤 기자]탁 트인 하늘과 초원을 배경으로 묵묵히 서 있는 얼룩말. 푸른 들판은 사실 벽에 붙은 그림일 뿐 말이 딛고 있는 현실은 삭막한 콘크리트 블록이다. 그리고 캔버스에서 눈을 떼면 제주도에서 봄직한 현무암이 의자와 테이블의 일부분이 되어 갤러리를 채우고 있다. 익숙한 현실과 초현실적인 이상(理想)의 상징들이 뒤엉켜 위로와 재미를 더하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의 한남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송형노 서정화 작가의 2인전 ‘이상(理想)한 나라의 새로운 초현실주의자들’로, 송형노의 회화 26점과 서정화의 아트퍼니처 12점이 어우러져 있다.

단단한 석벽과 이와 대조된 이미지의 동물은 송형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콘크리트 벽이 각박하고 건조한 현실을 상징한다면 그 앞에 자리잡은 동물의 무덤덤한 눈동자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리고 차마 버릴 수 없었던 희망과 꿈은 누추해진 풍경화의 모양새로 벽에 붙어 있다. 그의 그림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들이 한데 모여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풍기지만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는 현대인들의 정서를 어루만지며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송형노는 동물들의 특성이나 의미가 의인화 혹은 감정이입에 적합해 자주 소재로 활용한다고 고백했다. “내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은 두 가지 양식이 있다. 석벽 앞에 선 동물들이 꿈을 꾸고 있다면 토끼인형과 함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동물은 행복한 가족을 상징한다. 흔히 토끼 같은 딸이라고들 하지 않나.”

송형노의 그림이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 있다면 서정화의 작품들은 조형예술과 가구의 경계에 서 있다. 그의 작품들은 만져도 되고 앉아 봐도 된다. ‘손대지 마시오’ 경고문으로 상징되는 갤러리의 엄숙주의를 경쾌하게 흩뜨리는 시도다. 강화도의 완초(왕골), 제주도의 현무암, 건축재로 쓰이는 화강암 등 독특한 소재를 결합한 서정화의 아트 퍼니처들은 가구의 실용성을 넘어 예술적 확장성을 추구한다.

서정화의 작품은 시각과 함께 ‘촉각’으로 감상해야 한다. 강화도의 수공예 장인이 쫀쫀하게 직조한 완초는 장미목으로 만든 의자 프레임 위에 얹혀져 관객들에게 까끌하고 시원한 감촉을 선물한다. 크고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린 현무암 의자는 거칠게만 보이지만 막상 손을 대보면 의외의 부드러움에 놀란다. 표면을 꼼꼼히 다듬어 부드럽게 마감했기 때문이다. 만져보지 않으면 절반의 감상에 그치게 되는 이유다.

작가는 점점 좁아져 가는 촉감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었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가구에 쓰이는 소재들이 몇가지 안된다. 가공하기 쉬운 소재들만 가구에 쓰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촉감의 종류가 줄어들고 있음을 발견했다. 조금 어렵더라도 독특한 소재를 찾아내 가구제작에 쓰는 이유다.”

관객들이 전시공간에서의 경험을 일상 속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송형노 작가는 아트프린트를, 서정화 작가는 현무암으로 만든 펜홀더 등 아트상품을 준비했다. 전시는 오는 8월 5일까지 열리고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상주 큐레이터의 도슨트는 물론 작가와 함께하는 아트토크 강의도 예정돼 있다.

한편 블루스퀘어는 스테이지B, 솔로스키친 등 직영레스토랑 두 곳을 포함해 뮤지컬, 콘서트, 도서, 전시까지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서울 한남동의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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