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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7-27 01: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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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오윤정 기자]현대무용단은 안성수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안성수 감독의 전작 ‘장미’(2009년 초연)와 ‘혼합’(2016년 초연)의 확장으로 한국춤과 서양무용의 해체와 조립을 통한 탐구와 실험을 이어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의 라예송이 10여 개 이상의 전통 국악기로만 구성하고 작곡한 60분간의 무곡(舞曲)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지난 1월에 선발된 국립현대무용단 시즌무용수 전원이 출연한다.

‘제전악-장미의 잔상’은 초연 이후 다음 달 홍성 홍주를 비롯 9월에 함양과 계룡, 그리고 10월 천안의 지역문예회관 공연과 11월에는 콜롬비아 3개 도시(깔리댄스비엔날레, 메데진 메트로폴리탄극장, 보고타 마요르 극장/ 11월)초청공연이 확정됐다.

먼저 작품에 대한 동기는 2016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이슬람과 스페인 문화의 혼합을 목격하면서 부터였다. 두 문화가 만나 혼재된 듯 하나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재탄생한 것에 감탄하면서, 멀리 유럽에까지 전파됐다는 고대 한국과 서구 문화와의 혼합, 그리고 먼 옛날, 사람이 자연과 만났을 때 발생한 혼합, 과거와 현재의 혼합 등 역사와 문화 속에 숨어 있는 다각도의 ‘혼합’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스페인 플라멩코 음악을 비롯한 뉴질랜드 마우리족의 ‘하카’처럼 남자들이 땅을 수호하기 위해 전장에 나가기 전에 췄던 전사의 춤 등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 다양한 혼합의 요소들이 모티브가 되어 먼 과거로부터 먼 미래를 이야기한다. 죽은 이를 위한 제사가 아닌,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서 제전을 선보이면서 자연과 인간, 남자와 여자, 춤과 음악이 함께 하는 인간사 희로애락을 압축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소개한다.

안성수 감독은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창작 춤곡에 맞춰 춤추는 우리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발레, 한국무용, 서양무용의 장르적 구분 없이 동작 하나하나를 떼어 펼쳐놓고 적절한 조합을 새로 만들어보는 해체와 조립의 무한실험을 통해 안성수는 외형적 동작뿐만 아니라 호흡과 음악적 흐름까지 거침없이 섞으면서 특유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지난 해 그리고 올 3월에 선보인 ‘혼합’에서 얼핏 보면 상체는 한국춤, 하체는 서양춤의 믹싱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더 촘촘하게 혼합돼 있는 자신만의 움직임을 소개한 안성수는 이번 무대에서 15인 무용수들을 통해 더욱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진화한 움직임의 블렌딩을 선보인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움직임의 형식뿐 아니라 춤에 대한 접근까지도 확장했다. ‘혼합’에서 ‘춘앵무’를 모티브로 삼았고 ‘칼춤’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신작에는 ‘오고무’가 등장한다. 전통 오고무에서는 쓰지 않는 새로운 장단을 새롭게 사용하고 북가락을 변형한 춤동작과 호흡이 ‘혼합’의 절정을 보여준다.

또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 신작은 2009년 초연된 안성수의 ‘장미’와 깊게 연관돼 있다. ‘장미’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바탕으로 ‘여성과 땅’을 예찬한 작품이다. 작업 초기, 안성수 안무가는 라예송 작곡가에게 ‘봄의 제전’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전통악기가 구사할 수 있는 음악적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서양곡을 국악기로 그대로 옮기는 편곡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두 사람은 ‘제전’을 모티브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라예송은 ‘봄의 제전’이 아닌 안성수의 ‘장미’에 초첨을 맞췄고 ‘장미’를 주제로 끊임없이 이어진 대화 속에서 ‘여성’이라는 단어가 곧, 안성수의 안무관을 대변하는 상징어로 이해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미꽃이 아니라 장미라고 불렸던 과거의 모든 꽃들과 여성을 겹쳐보면서 화려한 색과 잎으로 만개한 첫인상의 장미를 넘어, 누가 주목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꽃처럼 피우고 사라졌던 여인들과 그들을 위한 제전의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으로, 라예송은 작곡을 시작했다. 그 향기를 상상하고 그들의 느낌을 음악에 담는 노력으로 탄생한 제목이 ‘제전악-장미의 잔상’이다.

안성수 감독은 철저하게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음악을 원했고 라예송 작곡가 역시 개량 악기가 아닌 전통 악기 사용을 고집했다. 이러한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안무와 작곡은 철저하게 동시에 진행됐다. 음악이 나오면 안무가는 동작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구성해나갔다. 또한 라예송은 연습실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을 통해 영감을 얻어 다음 곡을 작업했다.

쌍방향 피드백을 통해 음악과 안무는 직물의 날실과 씨실처럼, 음표와 움직임, 음악과 춤은 ‘고치고 바꾸고 버리고 다시 쓰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꼼꼼하게 완성돼 갔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그리고 전통 타악기 구성의 미니멀한 음악은 초단위로 짜여진 맥시멀한 춤과 만난다.

이번 무대에는 지난 해 1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최수진(뉴욕 시더레이크댄스 컨템포러리 발레 단원/댄싱9 시즌2, 3 출연)과 성창용(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단원, 모믹스 무용단 단원)을 비롯해 이윤희, 이유진, 김민진, 서보권, 김성우, 배효섭, 박휘연, 손대민, 정윤정과 지난 ‘혼합’ 공연에 출연한 바 있는 김지연, 김민지, 김현, 그리고 연습감독이자 무용수 이주희가 출연, 촘촘하게 구성된 동작을 소화해내면서 음악적 변주를 표현한다. 연주는 고진호(대금), 배승빈(피리) 이유경(해금), 홍상진(타악), 홍예진(가야금), 5인이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15인 무용수들과의 세밀한 대화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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