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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19 1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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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늘푸른연극제(정대경 위원장) 선정작 극단 컬티즌의 이만희 작, 최용훈 연출의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관람했다.

필자가 이호재 선생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은 1978년 극단 고향의 아돌후가드 작, 구희서 역, 박용기 오종우 공동 연출의 <시지위벤지는 죽었다>라는 작품에서다. 전무송과 함께 출연해 기존의 선배들의 연기를 답습하지 않은 새롭고 독특한 양상의 연기를 펼쳐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그의 공연을 빼놓지 않고 관람을 하게 되었다.

이호재 선생은 올해로 연기 인생 55년째다. 휘문고 다닐 때는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1962년 서울연극아카데미(서울예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전무송, 신구와 만났다. 입학 이듬해인 1963년 명동국립극장에서 직업 연극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친구인 음향전문가 김벌래 선생이 연출한 존 스타인벡 원작의 <생쥐와 인간>이었다. 이호재 선생의 연기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위엄이 실리고 자연스럽고 유연했다.

이호재 선생은 70대 중만이지만, 50대 역할이 꾸준히 한다. 2014년 데이비드 헤어 원작의 <스카이라잇>에서 성공한 50대 프랜차이즈 사업가 역, <소년B가 사는 집>에서의 50대 아버지 역, 무대분장 덕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생각과 신체가 젊다’는 것에 있다. 최근 국립극단 공연에 출연한 이호재 선생의 모습은 비록 나이든 역을 맡았어도 젊고 싱싱한 연기력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아마 이호재 선생은 100세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펴리라는 예감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만희 작가는 1954년 충남 대천 생으로 1973년에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출신이다. 1979년 동아일보 장막희곡 공모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미이라 속의 시체들>이 입선되어 등단했다. 이 작품은 <돼지와 오토바이>로 개작되어 1993년 3월에 북 창우극장 개 기념으로 공연되었고, 1997년에는 두산 소극장에서 장기간 재 공연되었다. 1980년에는 <처녀비행>을 발표하고, 1983년에는󰡔월간문학󰡕신인문학 상을 받았으며, 1989년에는 <문디>를 발표하였다. 1987년에는 <처녀비행>이 주 사랑방 소극장 공연되었고, 1989년에는 바탕골 소극장에서 <문디> 가 공연되었다.

1990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발표하여 삼성문예상과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받았으며, 1991년에 는 백상예술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불 좀 꺼주세요>를 발표하고, 1993년에는 <돼지와 오토바이>와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발표했다. 1994년에 영희연극상을 받았다. 1995년에는 원작 <문디>를 개명한 <한놈 두 놈 삑구 타고>를 공연하고, 2005년엔 <풍인>이라는 제목으로 바꿔 재공연 되었다.

1996년에는 <돌아서서 떠나라>와 <아름다운 距離>를 발표하고, 동아 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1997년에는 <용띠 위의 개띠>를, 1998년에는 <좋은 녀석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8년에 대표작 10편을 골라서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문디>, <불 좀 꺼주세요>, <돼지와 오토바이>, <처녀 비행> <피고지고 피고지고>, <좋은 녀 석들>, <아름다운 距離>, <돌아서서 떠나라>, <용띠 개띠>를 담아서 이만희 희곡집1, 2을 출간하였다.

최용훈 연출가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으로 극단 작은신화의 대표다. 연출작으로는 <차이메리카> <위대한 유산> <맨프럼어스> <엄마> <스카이라잇> <민중의 적> <꿈> <콜라 소녀> <음악극 백야> <인형의 집> <그냥, 햄릿> <동 주앙> <냄비> <너의 왼 손> <세 자매 산장> <왕은 왕이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에이미> <오늘, 손님 오신다> <다우트> <연두식 사망사건> <코리아 환타지> <불 좀 꺼주세요>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 <돌날> <똥강리 미스터 리!> <김치국씨 환장하다> <九 데 TA> <황구도> <매직 아이·스크림> <광주리를 이고 가시네요> 外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동창인 세 친구의 이야기다. 제법 많은 땅과 재력이 있으면서도 고물상을 운영하며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린고비처럼 살아가는 무뚝뚝하고 까다로운 성미의 구두쇠노인 완애(이호재)와 매사에 티격태격 하지만 완애 옆에서 갖은 구박에도 칠 년째 빌붙어 얹혀살면서 돈만 생기면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철부지친구 자룡(최용민), 완애의 고물상에 어린 시절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황혼의 나이에도 보험설계사로 뛰어다녀야 하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다혜(남기애)가 등장인물이다.

무대는 거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고 나무 그림자가 동양화처럼 드리워져 있다.
하수 쪽은 조리대와 위쪽으로 그릇장이 부착되고, 식기들이 보인다. 조리대 옆으로 쓰레기통이 있다. 선반에 라디오가 놓여있다. 정면 창 오른쪽에는 냉장고가 있고, 상 수쪽은 책장과 장서,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고, 금고도 보인다. 중앙에는 긴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정면 오른쪽에 이집 출입문이 있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도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이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현미의 “보고 싶은 얼굴”을 들으며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설거지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친구가 등장하면 주인공은 라디오를 끄고 친구에게 나가라고 고함을 지르며 냅다 식기를 집어던진다. 친구든 그걸 피해 문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 그런 장면이 반복이 되지만 친구는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주인공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노라 약속을 한다. 연극에서 도박이야기와 상처를 하게 된 이야기, 거기에 복선으로 주인공이 유기 견 여덟 마리를 데려다 기르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남학생들의 연모의 대상이었던 여학생의 이야기와 그 여학생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여학생이었던 동창여인을 껄끄럽게 대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친구는 그 여인과 무척 다정한 사이로 설정이 된다.

그리고 그 동창여인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된 동기는 노름꾼 친구가 사고로 양손과 다리를 다쳤기 때문에 위로 차하는 방문이다. 드디어 70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날씬한 체격에 미모를 갖춘 동창여인이 등장을 한다. 무대는 붓꽃향기가 흩날리는 듯싶은 분위기로 바뀐다. 당연히 주인공은 본체만체 껄끄럽게 여인을 대하고, 친구는 동창여인을 대하는 태도가 삽살개가 주인마님을 대하는 모습에 방불하다.

친구는 손목이나 팔이 잘리어 나가도 노름버릇을 끊지 못하는 노름꾼들의 양태를 드러내고, 주인공이 가출을 했을 때에는 여인이 보는 앞에서 주인공의 예금통장을 선반에서 찾아내어 다른 장소에 감추기도 한다. 동창여인은 아들의 사고 치료비를 비롯해 나름대로 무척 어려운 입장이지만 하소연이나 발설을 하지를 않는다. 여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으로 그런 사정이 객석에 전달될 뿐이다. 친구가 다친 데가 다 낳아 병원에 붕대를 풀러 갔을 때 동창여인이 주인공이 혼자 있는 집에 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람 다 껄끄럽고 서먹하게 대하지만, 주인공은 동창여인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는지 천 여 만원이 든 봉투를 여인에게 조용히 쥐어준다.

여인은 눈물을 쏟으며 고마워한다. 그러면서 여인은 왜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에게 껄끄럽게 대했는가를 주인공에게 묻는다. 주인공이 주저주저하고 대답을 못하자 동창여인은 주인공이 즐겨 듣는 라디오가 실은 자신이 어렸을 때 주인공에게 남몰래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주인공은 현재까지 궁금해 했던 라디오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리자 비로소 자신도 동창여인을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겨울시냇물처럼 얼어붙었던 두 사람의 마음이 봄바람에 눈이 녹듯 풀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장면이 바뀌면 친구와 여인이 여행가방과 옷차림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가려한다는 것이 소개가 된다. 드디어 주인공이 말끔한 백색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내실에서 나온다. 어두컴컴한 옷만 입던 주인공의 변신을 보고 객석은 환호성으로 뒤덮인다.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려고 문을 나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호재가 주인공, 최용민이 친구, 남기애가 동창여인으로 출연해, 완벽한 연기트리오로 연극을 이끌어가고 발군의 기량과 성격창출로 관객은 환호와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낸다.

의상 이승무, 조명 신 호, 음악 이형주, 분장 백지영, 무대 김혜지, 무대제작 TAF무대술 대표 김동경, 조연출 임지민, 무대감독 손성현, 분장팀 김은혜, 조명팀 김지원 이건혁 염광일 신의정 김수은, 홍보 명랑캠페인, 프로듀서 정혜영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발휘되어, 늘푸른연극제(정대경 위원장) 선정 작, 극단 컬티즌의 이만희 작, 최용훈 연출의 <언덕을 넘어서 가자>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밝고 건강하고 유쾌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공연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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