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7-08-20 22:28:56
기사수정

[이춘무 기자]“김정일 만세”를 목이 쉬도록 부르는 밴드가 있다. 국가보안법에 정면으로 맞선 인디밴드 이름은 ‘밤섬해적단’이다. 이들의 발칙하고 정신없는 행각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제목조차 불온하다. 이달 24일 개봉될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이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펑크한 매력이 가득한 밴드 밤섬해적단의 일생일대 위기를 다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은 지난 2013년 희대의 살인집단 지존파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를 내놓은 정윤석 감독의 신작으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면서 그 ‘기발함’과 ‘소란함’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정윤석 감독과 ‘밤섬해적단’의 두 멤버인 권용만, 장성건, 이들의 매니저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박정근, 그리고 이들의 음악과 삶을 평가하는 뮤지션 ‘단편선’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윤석 감독은 연출의도에 대해 “2011년부터 6년에 걸쳐 찍었다. 이 친구들이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들의 음악을 영화로 잘 번역한다면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박정근 프로듀서가 구속되면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레드 콤플렉스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어 “극장에서 김정일 만세를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연출자로서의 호기심과 쾌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밤섬의 음악이 소음으로 들리는데 그 안에는 명백한 메시지들이 있고 그것들을 영화로 잘 번역해주고 극장 스크린에 투사됐을 때 관객들에게 다른 강력한 의미로 전달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에서 밴드 ‘밤섬해적단’은 ‘그라인드코어’ 장르의 음악을 하는 밴드로 등장한다. 무대 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면서 ‘락 스피리트’를 발산한다. 그들이 내지르는 가사 속에는 ‘제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 듣기엔 기겁할 내용도 들어있다. 물론, 이들이 빨갱이거나, 불순분자이거나, 선동가는 아님에 분명하지만, 그들은 지독한 사회불만분자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밤섬해적단의 드러머 권용만은 “만약에 내가 이 영화를 안 찍고 이 영상이 없었더라면 기억하지 못했을 일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보컬과 베이스를 맡은 장성건은 “다시 보니 창피한 장면이 있다. 앞으로는 저렇게 창피한 말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겠다. 생업에 집중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말했다.

밴드 ‘밤섬해적단’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박정근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트윗을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김정일을 맘껏 풍자한 트윗질’이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것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정근은 “지금은 북한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재판에서 워낙 많이 이야기를 했다. 재미가 없기도 하다. 지금은 본업에 종사 중”이라고 말했다.

밤섬해적단의 음악에 대해 평가하고, 멤버들의 미래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인터뷰어로 등장하는 단편선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구들을 찍은 영화를 보니 일반사람들이 겪지 않은 고생들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봤던 다큐멘터리 중 감독이 가장 맘대로 만든 거라서 좋다”고 작품을 평가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이달 24일 개봉 예정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3186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