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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9-02 1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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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극단 캔버스(대표 마흥식)의 세계명작시리즈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원작,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A Doll House)>을 관람했다.

헨리크 입센 (Henrik Ibsen 1828 - 1906)은 노르웨이 최초의 극작가로 1828년 노르웨이 스키엔에서 태어났다. 입센은 15세때 약국의 도제를 노릇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났지만 1852년 그는 24세의 나이로 베르겐에 있는 극장의 제작자 된다. 1857년 그는 크리스티아니아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예술 극장의 예술 감독이 된다. 극장이 도산하자 그는 1864년 노르웨이를 떠나 그 후27년 동안 로마, 드레스덴, 뮌헨등지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1891년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와 작업을 하다가 1900년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1906년 사망하게 된다.

입센은 1850년경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다. 그의 초기 작품은 자신의 나라 전설에 기초하고 있으며 낭만주의 연극과 연결된다. 그러나 1877년 입센은 <사회의 기둥>을 시작으로 문제극으로 방향을 돌리고 그 이후<인형의 집 Et Dukkehjem》(1879), <유령 Gengangere>(1881), <민중의 적 En Folkefiende>(1882)등의 작품으로 이어나간다. <들오리 Vildanden>(1884)를 시작으로 사회문제에 관한 희곡에서 벗어나 <로스메르 저택 Rosmersholm>(1886), <바다에서 온 부인 Fruen fra Havet>(1888), <헤다 가블레르 Hedda Gabler>(1890)등의 작품 등에서는 개인적인 관계들에 관심을 가진다. 한 작품마다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세상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해외에서 체재한 후 귀국한 그는, <건축사 솔네스 Bygmester Solnes>(1892) <작은 아이욜프 Lille Eyolf> <보르크만 John Gabriel Borkman> 《우리들 죽은 사람이 눈뜰 때》(1898) 등의 작품을 발표한다.

류근혜는 현재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으로 상명대 미술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으로 1980년 극단 광장 연출부에 들어가, 연출을 시작해 100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혜화동 1번지 연극실험실 1기 동인으로 출발, 공연예술진흥회 청소년 축제 지도위원, 전국청소년연극제 심사위원, 전국대학연극제 심사위원, 전국연극제 심사위원,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부회장, (사)우리음악연구소 부이사장, 현 상명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현 극단 로얄 씨어터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고 연극계의 선도자인 미녀연출가다.

<인형의 집>은 입센이 1879년에 쓴 희곡이다. 19세기 후반,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경제활동을 전부 남성이 담당하고, 가정 내에만 머무는 여성의 역할은 줄어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인공 노라는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귀여운 딸로, 결혼 후에는 남편(토르발 헬머)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살고자 노력한다. 노라는 그것만이 여자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종달새’ ‘귀여운 다람쥐’ ‘놀기 좋아하는 방울새’라고 불리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간다. 이런 노라의 모습은 당시 유럽 여성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결혼 전에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오로지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지키는 것만 생각하며 예쁜 인형처럼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노라가 <인형의 집>을 박차고 나오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진다. 과거 노라는 병에 걸린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남편 몰래 아버지 서명을 위조해 남편회사의 변호사 크로그 스타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다. 노라는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기에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고, 당연히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지만, 회사문제로 남편이 크로그 스타를 해고하니, 크로그 스타는 노라를 찾아와 그녀를 도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해고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과거 서명을 위조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노라에게 린데부인이 찾아와 노라를 돕는다. 과거 크로그 스타가 자신을 사랑했지만 등을 돌린 적이 있는 린데 부인은 크로그 스타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면서 노라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남편 헬머는 노라의 옛 일을 알아내고, 8년이나 함께 한 부인을 몰아 부친다.

헬머: 지난 8년 동안 나의 기쁨이자 자랑이었던 사람이 위선자에 거짓말쟁이라니! 그보다 더 끔찍한 건 범죄자란 사실이야! 당신이 내 행복을 몽땅 망쳐 놓았어. 내 미래도 다 파괴해 버렸고.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경박한 여자 때문에 내가 이렇게 형편없이 허물어지고, 이렇게 비참하게 파멸하다니!

노라: 토르발, 난 지금껏 이곳에서 8년이란 세월을 낯선 남자와 함께 살았고, 그 남자와 함께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 난 그런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어요! 난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어요.

헬머에게 진정 중요했던 것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노라는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자신은 아버지나 남편에게 한 사람의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을 나간다.

“행복하지 않았어요.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어요.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요, 단지 즐거웠을 뿐이에요. 당신은 늘 내게 친절했지요. 하지만 우리 집은 놀이를 하는 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난 당신의 인형 같은 아내였지요. 아빠 집에서 인형 같은 아이였듯이.”

희곡 <인형의 집>이 1879년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이런 노라의 행동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은 누구의 아내가 아닌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가고자 했던 노라의 선택을 점차 인정하고 지지하기 시작한다. ‘노라’는 여성의 권익 보호와 페미니즘(feminism)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고, 유럽 각지에서 여성 해방 운동이 일어난다. 남녀가 불평등한 사회 인습에 대항하여 여성의 지위를 확립하고자 하는 사상을 뜻하는 ‘노라이즘(Noraism)’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하게 된다.

그러나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에서는 이러한 19세기식의 여성상과 상투적인 극적 결말에 대해 작별을 고하고, 21세기의 여성상과 여성들의 생각과 이념을 현실에 맞도록 변혁을 가해 충격적인 귀결을 맺는다.

무대는 배경 중앙에 이 저택의 정문이 있고, 상수 쪽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하수 쪽은 헬머의 서재다. 중앙은 현관 안의 응접실 겸 거실이고, 탁자와 의자 옷걸이 등이 배치되어 있다.

연극은 도입에 크리스머스 캐롤이 들려나오면서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의 원작에 따라 연극이 연출된다. 다만 크리스머스 트리를 가져오는 인물이나 어린이들은 생략되고, 노라, 헬머(헬메르), 랑크 의사, 크로그스타(크로그 스타트), 린데부인 그리고 하녀 헬레네가 등장한다. 노라 역의 김서현은 우아하고 유연한 모습에 맑은 물결의 흐름 같은 대사와 동작 그리고 무용을 곁들여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며 탁월한 연기력으로 시종일관 연극을 이끌어 간다. 헬머 역의 마흥식은 훤칠한 미남에 귀족적인 풍모와 품격을 지닌 연기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랑크 의사 역의 김성남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비록 불치병을 몸에 지닌 인물로 설정이 되지만 밝고 낙천적인 표정과 활발하고 명랑한 대사로 무대를 따뜻하고 환한 분위기로 이끌어 간다. 크로그스타 역의 윤여성은 우울해 뵈는 중년의 신사로 흠잡을 데 없는 미남이지만 우울함과 괴로움 그리고 직업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해서 마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한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린데 부인 역의 김미경.... 이런 미모에 연기력을 갖춘 연기파 여배우가 있었다니...어두운 색조의 의상과 애써 들어내지 않으려는 듯싶은 매력적인 모습, 그리고 절제된 동작과 대사로 무대 위에 그윽한 꽃향기를 흩날린다. 하녀 헬레네 역의 강유리는 예쁘고 따뜻하고 환한 모습에 발랄한 동작으로 청년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원작의 내용대로 연극이 연출되지만, 대단원에서 노라의 가출, 즉 인형의 집에서의 탈출이 아닌, 상상불허의 귀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트루크 손현석, 조연출 강유리, 조명디자인 김정호, 공연PD 박경희 이상우, 분장 강대영, 무대감독 유준기, 기획 한해성, 소품 유재희 이 진, 진행 백지연, 음향 박인환, 기획 이정선, 음향 안준현, 영상 김명현, 의상 김태희, 무대지자인 엄진선, 홍보 이지완 손정희 등 스텝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캔버스(대표 마흥식)의 세계명작시리즈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원작, 류근혜 연출의 <인형의 집(A Doll House)>을 장기공연을 해도 좋을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공연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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