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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9-28 1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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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정 기자]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은 ‘쓰리 볼레로’ ‘권령은과 정세영’에 이어, 세 번째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 Man To Man’을 오는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 프로그램은 안성수 예술감독 작품을 선보이는 ‘레퍼토리’와 국내외 안무가들을 초청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픽업스테이지’ 무대로 구분된다.

앞서, 이미 3월 ‘혼합’, 7월 ‘제전악-장미의 잔상’ 두 편의 레퍼토리 작품과, 그리고 6월 ‘쓰리 볼레로’, 8월 ‘권령은과 정세영’ 픽업스테이지 작품까지 전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면서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오는 10월 새롭게 선보이는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에 거는 기대 또한 높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스테이지는 국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타일의 안무가를 초청한다.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 권령은, 정세영에 이어 세 번째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에서는 국내외 현대무용계를 넘나드는 박순호와 미국의 떠오르는 안무가 조슈아 퓨(Joshua L. Peugh)의 신작을 한 무대에 올린다.

전통적 소재들의 의미를 현대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해 온 박순호의 신작 ‘경인 京人’과,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혁신적이고 참신한 작품을 선보여 온 조슈아 퓨의 신작 ‘빅 배드 울프 Big Bad Wolf’를 더블빌(double bill)로 소개한다. 남자 대 남자, 안무가 대 안무가로서 서로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관전 포인트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픽업 스테이지 ‘맨 투 맨’ 초연에 앞서, 지난 25일 오후 국립현대무용스튜디오에서 박순호 안무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오픈-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박순호 안무가의 기존 작품과 신작 ‘경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직접 무용수들의 시연으로 작품의 일부분을 미리 공개했다.

박순호의 신작 ‘경인(京人)’은 서울 경(京), 사람 인(人), 즉 서울 사람을 의미한다. 그는 서울 사람에 대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현상을 관찰해보면 이중적인 요소가 만연하다. 개별적이면서 집단적이기도 하고, 우발적이다가도 계획적인 특성을 보이곤 한다”면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욕망이 있고, 이것이 인간 삶을 형성한다. 욕망은 인간의 의식과 삶의 밑바탕에 깔린 존재의 근원적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물질적 욕망과 정서적 결핍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서울사람을 고찰하고 이를 춤으로 표현한다.

박순호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오색영인목맹(五色令人目盲) 오만가지 색깔이 눈을 멀게 한다’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경인’은 무엇인가를 원할수록(욕망) 오히려 채워지지 않고 텅 비어버리고 마는(결핍) 우리 시대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예술가도 예외는 아니다”면서도, “지나치면 마음이 다치게 된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듯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품에서는 밸런스(balance)와 오프-밸런스(off-balance)의 교차 장면 구성에서 마치 현대 사회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는 사람들을 저울 위를 오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균형과 조화의 ‘밸런스’ 그러나 불안정하게 끊임없이 흔들리는 저울 눈금의 ‘오프-밸런스’가 동시에 포착된다. 마치 현대 사회에 적응해 가는 서울 사람들의 내면은 위태하고 불안한 모습을 ‘부조화’와 ‘모순’으로 교차하면서 그려낸다.

박순호 안무가의 기존 작품들은 유도, 활(궁) 등의 특정 스포츠나 판소리 등의 전통예술 장르와 형식적, 주제적 접합을 시도해 왔으나, 이번 신작 ‘경인’에서는 ‘서울’이라는 상징적 공간과 그 공간 안의 ‘서울사람’이라는 주제로 접근한다.

안무가 박순호는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안무가 중 하나이다. 한성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유럽무용개발센터(European Dance Development Center, EDDC)에서 안무자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브레시트 댄스 컴퍼니 (Bereishit Dance Company)의 디렉터 겸 안무가로 활동하는 박순호는 “한국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정교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해 내는 안무가”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조슈아 퓨는 어렸을 때 부기맨(bogeyman: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상상 속의 두려운 존재)의 많은 버전들 중 ‘빨간모자’ 이야기 속 커다란 나쁜 늑대가 아주 무서웠다고 한다. 단지 그의 이름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히스테리를 보일 정도였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상상 속 악마에 대한 두려움은 그의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그의 신작 ‘빅 배드 울프 Big Bad Wol’>는 말썽 부리는 아이들을 겁주어 착한 행동을 강요하는 전 세계 여러 버전의 부기맨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하인리히 호프만(Heinrich Hoffmann), 이솝(Aesop), 그림 형제,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등 여러 동화 작가들의 무서운 이야기들을 읽었고,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아이들을 무섭게 하는 경고성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조슈아 퓨는 특히 하인리히 호프만의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더벅머리 페터 Struwwel Peter’의 캐릭터인 재단사에 매력을 느낀다. 그 책은 엄지손가락을 계속 빨아대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가 어머니의 경고를 듣지 않자, 재단사가 나타나 커다란 가위로 아이의 엄지손가락을 잘라버린다. 어렸을 때 엄마 말 안 듣고 울고 떼쓰는 아이는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고 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귀신보다도 무서운 존재가 바로 망태 할아버지다.

이러한 망태 할아버지 또한 이번 작품에 영향을 줬다. 그는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망태 할아버지 캐릭터가 한국 뿐 아니라 독일, 레바논 등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이러한 부기맨 캐릭터는 한국의 민속 신화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무서운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들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다. 지역마다 신화적 캐릭터는 다른 형태를 띠지만, 전 세계의 사람들은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무섭게 하는 데 이 이야기를 사용한다.

조슈아 퓨의 신작 ‘빅 배드 울프’는 장난스럽고 연극적이다. ‘빨간모자’에 나오는 커다란 나쁜 늑대를 제목으로 삼았고, 어린이의 선한 행동을 유도키 위해 지역마다 존재하는 공포적 캐릭터들을 흥미진진한 보드빌(vaudeville: 노래와 춤과 촌극 등을 섞은 극형식)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 작품은 민속 신화들을 함께 비틀어 사람들로 하여금 착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방법으로 공포의 사용에 대한 사색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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