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7-10-07 13:00:19
기사수정

자료화면

[이정재 기자]“우리 이병철 회장(삼성그룹 창업주)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겁니다. 대법원 가지 말고 꼭 여기서 이 사건이 해결되게 해주세요.”

지난달 18일 오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여부를 다투는 민사재판의 결심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66호 법정.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한 윤병강(87) 일성신약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해나 조정으로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윤 회장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삼성이 소액주주들을 약탈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이었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발해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로 책정된 합병 비율이 불공정했으니 합병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로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1년 6개월 넘게 ‘합병 무효’를 주장하던 윤 회장이 선고를 한 달여 앞두고 ‘화해’, ‘조정’을 언급하면서 재판부는 고심에 빠졌다. 1심 판결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는 오는 19일 오후 2시 이 사건의 판결을 내린다.

이번 소송은 당초 지난해 12월 판결이 날 예정이었으나 일성신약 측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특검 수사 결과를 재판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길어졌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비율과 관련해 ①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이 조작됐는지 여부 ②국민연금이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소액주주들에게 ‘불공정’한 비율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움직였는지 여부 등을 주요 잣대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 & Partners)가 일성신약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과 공모해 보건복지부 장관 및 국민연금에 합병 의결권 행사를 지시했다는 것이 (국정농단) 재판에서 밝혀졌다”면서, “이는 헌법에서 정한 주주들의 평등.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어떤 민사법이나 관습법을 적용하더라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측 변호인단은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회사법 등의 법리적 관점에서 합병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단체법적 성질을 갖는 회사법상 합병은 국민연금 외에도 8만여명의 소액주주가 합병 찬반에 대한 의사를 각자 밝혀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고,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취지다.

또 합병이 이뤄졌던 날(2015년 7월 17일)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비공개 단독 면담인 7월 24일보다 앞선 시점이므로 시간 순서상 박 전 대통령 및 청와대 등에 부정청탁을 했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양측은 결심에서 각자의 최종 입장을 마지막으로 밝혔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측은 윤병강 회장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윤 회장이 고 이병철 회장 손자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임직원이 겪는 고초를 외면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고 설명하며고 조정 또는 화해 의사를 밝힌 윤 회장의 만류로 최종 서면 제출을 보류하겠다면서도 “피고 측의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앤장 측은 ”합병무효소송에서 원고의 개인적 문제를 화해 사유로 삼을 수 없으며 원칙적으로 법리상 당사자 화해 등은 양립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부정적 의견을 개진하면서, ”합병이란 상장기업의 자율적 판단으로 이뤄지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업 내부 자율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합병비율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됐다“고 맞섰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www.hangg.co.kr/news/view.php?idx=3365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