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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13 00: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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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오윤정 기자]평소 어렵다고 느껴지는 현대무용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취지에서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의 박순호 안무가를 만났다. 이 자리를 통해 공연 전 안무가 및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추후 공연을 관람할 때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픽업스테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에서 좋은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외 안무가를 초청, 국립현대무용단의 우수한 제작 시스템 하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번 네 번째 픽업스테이지 ‘맨 투 맨’은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맨 투 맨’이다. 박순호 안무가의 ‘경인(京人)’과 조슈아 퓨 안무가의 ‘빅 배드 울프’. 오늘은 박순호 안무가와 함께 ‘경인(京人)’>에 대해 살펴보자.

박순호 안무가는 현재 ‘브레시트 댄스 컴퍼니’의 디렉터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적인 소재를 통해 박순호 만의 독창적인 현대무용을 선보이고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무용수로 활동을 하다가, 네덜란드에서 안무가 과정을 통해 유럽에서 안무가로도 활동을 하게 됐니다.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젊은 안무가로 선정 이후 2009년 ‘공연과 리뷰’에서 ‘올해의 안무상’을 수상하면서 안무가로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아시아, 유럽, 북남미 등 세계 유수의 극장과 페스티벌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하고 있다.

특히 박순호 안무가의 작품은 현대무용에 판소리, 유도, 바둑, 활쏘기, 사물놀이 및 합기도나 유도 등의 한국적인 소재들을 결합한 시도를 많이 했다. 이를 위해 먼저 박순호 안무가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3작품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살펴볼 작품은 2011년에 폴란드에서 초연된 ‘人-조화와 불균형’으로,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악기로 이뤄진 음악과 무용수의 몸짓이 상호 교감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으로 박순호 안무가는 2011년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고, 창무예술원이 주관하는 무용예술상의 ‘올해의 안무상’을 수상했다. 이후 미국의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페스티벌과 독일 탄츠메세 공식 쇼케이스에서 공연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바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두 번째는 ‘유도’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스포츠 유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공격적인 인간의 본성을 밖으로 표출키 위한 도구로 스포츠를 사용하는데 이를 현대무용으로 엮어 탄생했다. 남성적인 힘이 잘 나타나 있다. 무용수들이 서로의 무게를 느끼면서 메치고 들쳐 업고 추락하는 거센 동작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 작품은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에서 많이 초청을 받으면서 호평을 받으면서, 2014년에는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베스트5 작품상’을 수상했다.

박순호의 작품세계 마지막 작품은 ‘활-조절하다’이다. >입니다. 여기에서 ‘활’라는 소재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활을 제작하고 활을 쏘는 행위자체를 무용수가 몸으로 표현한다. 두 명의 무용수가 몸이 붙은 샴 쌍둥이처럼 무대에 등장해 끊어진 줄을 가지고 몸과 몸을 꿰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2014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미국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 페스티벌과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에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상 3편의 작품을 살펴보고, 이제 박순호 안무가의 새로운 신작인 ‘경인’을 만나보자. ‘경인’은 서울사람을 뜻하는 한자로, 현대인을 상징하는 단어를 찾다가 서울사람들이 생각났다. 현대사회는 물질 과잉시대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편의를 누리고 있는데, 왜 현대인들은 불안하고 초조하면서 공허한지에 대한 의문으로 리서치를 하다가 만든 작품이다.

박수호 안무가는 ‘경인’에 대해 “우리가 과거부터 가져온 문명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를 찾아봤다. 전쟁, 종교, 혁명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키워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봤다”면서, “쌓아올리고 무너뜨리고 하는 반복적인 움직임이 역사의 반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현대무용은 정보전달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질감의 이미지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박 안무가는 이 작품이 ‘어떤 영감을 받고 이런 작품을 만들게 돼는지’에 대해, “영감을 어디서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항상 받는다. 그런데 (저는) 따로 특별한 영감을 받는다는 것보다는 사회를 관찰하면서 저에게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나가곤 한다. 그래서 작업을 하는 과정보다, 하고 싶은 작업의 개념을 만드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드는 것 같다”밝혔다.

이어 “이번 ‘경인’은 ‘활-조절하다’ 작품을 만들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라면서, “(제가) 40이 넘어가니까 제2의 사춘기처럼 마음에 불안함과 공허함이 찾아오더라. 그래서 자꾸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수련과 같은 작품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어렸을 때 춤추는 것이 좋았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 즐거웠고, 졸업하고 안무를 해보고 싶어서 유학도 가고 하는 과정들에 있어 계속 무용에 대한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었다. 그렇게 달리고나니 목적을 잃어버린 느낌에 불안함과 공허함이 찾아오더라”면서, “그 후, 사회의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경인’이라는 작품이 나오게 됐다. 이 작품의 주제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인’을 만들기까지의 작업과정에 대해 박수호 안무가는 “순탄치 않았다”면서, “우선은 이번 작업을 들어가기 전에 마임, 북청사자춤, 소고춤, 비보이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한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수집을 하는 등의 많은 리서치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어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무용수들과 함께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활-조절하다’에서는 무용수들과 함께 궁 장인을 찾아가서 이야기도 듣고, 활도 직접 쏴보고, 활을 만드는 과정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이러한 경험들이 작품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의 공연 중간에 소품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박수호 안무가는 “사자탈과 100kg저울 그리고 손전등과 같은 소품들이 나온다. (제가) 이전 작품에는 소품을 잘 쓰지 않았다. 하지만 관객분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소품들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래서 이번 작품에는 크고 작은 소품들이 등장한다. 공연 중에 저울 위에서 무용수들이 밸런스를 맞추는 움직임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저울의 눈금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 장면은 사회의 구조는 안정적으로 돼있지만, 그 내부적으로는 불안하게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미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매 작품마다 각기 다른 컨셉과 주제를 가지고 있어서 볼 때마다 새롭다. 이번 ‘경인’은 어떤 무대 구성을 이용한 공연인지에 대해 박수호 안무가는 “이 작품의 무대구성과 스토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자탈이다. 경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긴 하지만, 어떨 때에는 사회를 상징하다가 사람의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면서, “무대 공간은 다른 안무가인 조슈아 퓨와 함께 써야하기 때문에 뒷벽을 제외하고는 올 화이트로 구성했다. 사자탈뿐만이 아니라 의자 등의 소품들도 흰색이다. 그 이유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오색영인목맹(五色令人目盲)’ 다섯 가지 이상의 색을 탐하면 눈이 먼다는 이 글귀에 착안했다. 현대사회는 어마어마한 색을 가지고 모든 것을 구분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이번 무대는 구분 없는 색을 위해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박수호 연출가는 끝으로 “예술가와 관객을 구분하는 것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렇게 가까이서 함께 하는 소탈한 시간들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했고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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