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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16 22: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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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윤정 기자]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직무대리 최선식)은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리골레토’는 한국인에 가장 익숙한 오페라 레퍼토리 중 하나로,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빅토르 위고의 ‘환락의 왕’을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상에 대항 분노와 저항심으로 가득한 주인공인 ‘리골레토’에게 닥친 잔혹한 운명과 비극적 최후를 그리고 있다.

베르디의 강렬한 시대고발의 정신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부도덕하고 방탕한 귀족사회를 벌하려다 되려 자신의 딸을 죽이게 되는 광대 리골레토의 절망적인 운명을 다루지만, 작품 곳곳에 비극적 스토리를 뛰어넘는 ‘여자의 마음’ ‘그리운 이름이여’ 등 우리의 귀에 익숙한 아리아로 가득하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는 연륜의 마에스트로 알랭 갱갈과 젊은 연출가 알렉산드로 탈레비가 당대 부조리한 사회를 통렬히 비판했던 베르디의 정신을 새롭게 펼쳐낸다. 이번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펼처진다.

딸의 죽음 앞에 절규하는 리골레토/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연출가 알렉산드로 탈레비 연출은 “이 오페라는 어두운 요소, 색깔을 많이 지니고 있다. 어두움뿐만 아니라 사악하기까지 하다. 이걸 표현하기 위해서 중요했던 것은 만토바 백작의 세상 속의 살인을 비롯한 폭력과 사악함과 위험한 요소였다”면서, “이 사악한 세상 속에서 권력 싸움은 계속됐고, 여성은 안팎으로의 나약함 때문에 끊임없이 안간힘을 써야했다. 목숨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고, 물질주의가 극도로 커져있는 세상이었다. 그 속에서 여자는 물건 또는 여신으로 상징됐다. 그 중간지점은 없이, 여성은 사고 팔고 하는 그런 존재로 취급됐다. 이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현대적으로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적 감각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무대에는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어둠의 세상, 부패한 사회를 상징하는 나이트클럽이 들어섰고, 만토바 공작은 아버지의 클럽을 물려받은 나이트클럽의 오너, 리골레토는 그 클럽에서 쇼를 하는 코미디언이다. 질다는 아버지의 과잉보호에 의해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격리에 의해 ‘왜곡된 순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현대사회를 투영한 시공간적 상황과 캐릭터의 설정은 인간 내면에 잠재한 본능적 역할을 비판한고 있다. 특히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강렬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중심 메시지에 대해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째는 리골레토도 그랬듯 선하게 살고 있던 우리도 사악함이 나의 직접적인 경험이 됐을 때는 모두 사악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그런 사악함속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위선과 부패 속에서 살다가 그게 실제로 나의 경험이 될 때 아픔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면 설명 중인 연출 알레산드로 탈레비/사진-국립오페라단

또 “두 번째는 비극이다. 궁극적으로는 부녀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싶다. 살고 있는 사회 자체가 폭력, 위협적이고 내딸(질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생각에 딸을 과잉보호하게 된다. 그런 보호 속에 질다는 성숙하지 못하게 자라나게 된다”면서, “아빠의 ‘나는 너의 모든 것이다. 너는 나만 있으면 된다. 너도 나의 모든 것이다’ 등 이런 말들이 어린 소녀에겐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결국엔 반항으로 다가오게 된다. 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궁극적으로 그녀를 파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적으로 표현하는데 고민의 과정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연출가 알렉산드로 탈레비는 “무대 위에서 위험한 분위기가 계속 풍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가장 도전적인 것은 현실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으로, 동작, 안무 등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 가도록 했”면서, “요즘 옷을 입고 요즘 동작들을 입혀 TV나 영화를 보듯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1막에 나오는 플라스틱 커튼, 질다의 침실, 질다를 유괴하는 계단, 문, 마당도 굉장히 현실적이어야 했다. 대문이 있음으로서 마치 철장에 갇혀있는 느낌을 표현했다. 이렇게 베르디의 음악 안에서 우리의 동작들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베르디는 사회 비판에 관심을 많았던 인물인 것 같다. 메이저 음악 안에서 즐겁게만 표현되지 않고 합창, 안무까지 사악함을 즐기는 캐릭터들을 잘 표현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음악설명 중 마에스트로 알랭 갱갈/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 작품에서 지휘를 맡은 프랑스의 명장 알랭 갱갈 지휘자는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아비뇽 오페라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탁월한 음악적 해석으로 오페라 전문지휘자로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는 그는 명료하면서도 특유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음악적 리드로 세계 오페라 무대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휘자 알랭 갱갈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특징에 대해 “(저에겐) 베르디의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일트로바토레’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중 ‘리골레토’가 가장 선호하는 작품이다. 지금 리골레토를 생각하면 평범해 보이나, 그 당시 앞선 음악이라 할 수 있다”면서, “이 작품은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으로 대본을 만들었다. 빅토르 위고는 작품 안에 나오는 네 명의 개성 강한 인물들을 다 잘 표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베르디는 가능하게 실현시켰다. 예를 들면, 폭풍우가 나오는 장면 등 그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표현. 대단한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엄청난 시도였다. 베르디의 전편 작품들과는 다르게 리골레토는 먼저 큰 장면이 나오고 그다음에 아리아와 2중창이 나오는, 이전 작품과 반대되는 형식이고 새롭고 충격적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리골레토 음악 또한 예전의 형식을 뒤집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베르디는 성악가들을 위해서 이 오페라를 만들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스의 각각 개성이 상당히 뚜렷하다. 이런 면에서 이번 캐스팅된 모든 성악가들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면서, “굉장히 훈련이 잘되어진 성악가들을 캐스팅 해줘서 너무 흡족하다. 또한 연출가의 컨셉, 연출 의도에도 동의를 하고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답하는 소프라노 제시카 누초/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 공연에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제시카 누조, 테너 정호윤과 신상근,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와 다비데 다미아니가 낙점됐다. 소프라노 캐서린 김은 지난 2007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이후 매 시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를 통해 질다 역에 새롭게 도전하는 그는 내년에는 뮌헨 바이에른 국립극장 ‘후궁탈출’, 뉴욕 메트로폴리탄 ‘신데렐라’에 출연할 예정이다.

‘질다로서 어둡고 악한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에 대해 제시카 누초는 “질다는 어린 소녀이고, 또 쉽게 정신을 놓는 그런 캐릭터이다. 특히 1막에서 심하다. 건강하지 않는, 과잉보호 속에 있는, 쉽게 세상에 적응하기 힘든 그런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면서도, “더 나아가 여기에 베르디만의 중요한 키가 있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린 질다지만 결국 사랑이 승리하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결국 사랑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슬린 김은 “제시카 누초의 말에 좀 더 덧붙이겠다. 어둡고 위험한 모든 상황들이 억지로 어두움을 표현하는 게 아닌 저절로 어두운 질다로 만들어 가는 것 같다”면서, “12세 정신연령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는 질다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답변 중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다비드 체코니는 ‘한국 성악가들과 오페라 공연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에 대해 “한국 성악가들에 대해서 경의를 표한다. 이탈리아 사람인 저도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하며 전문적인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데, 한국인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면서, “전 리골레토 공연만 80번을 했다. 할 때마다 똑같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이번 프로덕션은 구식적인 옛날 버전이 아닌 먼지를 털어낸 느낌을 받았다. 음악적인 요소도 마찬가지다. 음악, 연출 모두 오리지널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신선함을 주고 있다. 이런 훌륭한 작품에 참여하게 돼영광이고 재밌게 즐기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 외에 베이스 김대영을 비롯해 메조소프라노 양계화, 김향은, 김보혜, 바리톤 서동희, 테너 민현기, 베이스 최공석, 한진만 등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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