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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21 10:00:35
  • 수정 2018-01-18 2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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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자료사진

[이정재 기자]의사의 포괄적인 지도.감독 하에 이뤄진 간호사의 채혈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A간호사가 지방검찰청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B씨가 지난해 3월경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B씨는 호흡측정에서 혈중알콜농도가 높게 나오자 채혈을 통한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것을 요구했다.

C병원 응급실에 근무하고 있는 A간호사는 경찰 입회하에 혈액을 채취했다.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 벌금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A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채혈, 의료법을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 판결이 확정됐다.

B씨는 소송과 별도로 관할 지자체에 A간호사가 의사의 지시.감독 없이 채혈행위를 했다며 민원을 제기하자 관할 지자체는 A간호사와 병원 대표자 C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A간호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 기소유예로 불기소처분하고, 병원 대표자 C씨에 대해서는 의료행위를 지시·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처분 했다.

A간호사는 “채혈할 당시 담당의사가 당직 근무 중이었으므로 의사의 감독이 있었고,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채혈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검찰은 “채혈 당시 의사가 응급실에 있었는지, 채혈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채혈대장에 채혈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고, 의사와 간호사의 서명란이 아예 없었던 점에 비추어 관행에 따라 의사의 지시.감독 없이 임의로 채혈한 것”이라면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그 보조행위의 유형이나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숙련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진료 내지 건강검진에 수반한 채혈의 경우 이를 통해 질병의 예방 및 조기발견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신뢰한 피검진자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을 가진 의사의 지도.감독이 필요하지만 통상 채혈은 간호사에 의해 특별한 위험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가 채혈행위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의사의 포괄적인 지도·감독하에 간호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채혈행위는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한 행위이거나 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면서, “채혈행위가 간호사로서의 정당한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수사와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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