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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22 1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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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순천만정원 개장 홍보/사진-오기순 기자

[오기순 기자]역사는 과연 대중의 힘으로 움직이는가? 소수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는가? 아니면 소시민들의 삶인가? 어떻든 역사는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이다. 우리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 그 기록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역에 살면서 한 시대의 흔적과 흐름을 기록하는 노력도 대단히 소중하다. 기자는 근래 순천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 동력의 하나인 한 시민단체의 행적을 기록하고자 한다.

오늘날 명실 공히 대한민국 생태수도로 발돋움한 순천에는 특별한 봉사단체, 순천알리미회가 있다. 대개의 산업엑스포가 행사후 처리 방안에 고심하는 반면에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치른 순천만국가정원은 2014년 순천만정원으로 재개장한 이래 2015년 대한민국 제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날로 발전하여 지난 추석 연휴 때는 일일 입장객 14만 명을 기록하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순천은 하늘이 내린 자연의 순천만습지와 사람이 만든 순천만국가정원으로 국내 관광지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정원박람회 전인 5년 전 만 해도 그냥 남해안의 도농복합 소도시였던 순천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그 시작은 1990년대 말 시민 환경단체들의 활동에서 태동하였다.

순천만갈대밭의 가을/사진-오기순 기자

전전 정부의 개발정책에 따라 순천만도 직강화 개발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순천만의 환경과 생태에 주목한 시민 환경단체들은 순천만의 보전을 위한 활동을 개시하였던 것이다. 순천만을 두고 주민, 환경단체, 개발업자, 공무원들의 입장은 백가지로 달랐다. 이 때, 상황을 반전시킨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었다. 흑두루미의 출현이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는 시베리아나 헤이룽 강 유역에서 서식하다 겨울이면 한반도를 따라 남하해 대부분 일본열도에서 월동하는 세계적 멸종위기 희귀조류이다. 2차 세계대전 후 개체수가 현격히 줄어들어 한반도의 천수만이나 낙동강에서 소수가 관찰되다가 사라졌던 흑두루미가 1990년대 순천의 한 초등학교 조류 사육장에서 발견되어 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것이다.

곧 세계 조류 학계는 순천만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생태적 보존가치를 인정하여 2003년 습지보호지역, 2006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이후 순천만갈대제, 정원박람회, 국가정원 운영을 통해 순천이 민·관·학 공동체의 순천만갯벌 보전 노력이 높게 평가되어 최근 순천은 람사르습지 도시 인증,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 동문에서/사진-오기순 기자

이러한 순천시의 변화에 순수한 열정으로 봉사하는 시민봉사단체 ‘순천알리미회’가 있는 것이다. 2012년 순천시는 부시장 직속으로 시민소통과를 신설했다. 그 시민소통과의 주요 시책의 하나로 시민소통학교를 열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그 시민소통학교를 수료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단체, ‘순천알리미회’를 조직해 순천시민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정원박람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열정과 긍정으로 홍보에 나섰다.

당시 30여명의 순천알리미회 회원은 대중강의, 캠페인, SNS 등으로 박람회 개최전 6개월간 맹렬하게 활동했다. 2013년 정원박람회 동안에는 물밀 듯 밀려드는 관광객을 맞아 운영보조 자원봉사, 정원내 관람차 해설, 단체 가이드 등 박람회조직운영위원회의 긴급 요구에 일사분란하게 부응, 공헌했다. 그들은 4월 20일 박람회의 성공개최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10월20일 성공폐막 때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박람회 폐막이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라고 선언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순천알리미회가 칼레의 시민처럼 순천을 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가정원 서문 습지센터 뒤쪽에는 이들의 활동을 기념하는 후박나무가 한그루 심어져있고 당시에 활약한 25명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그들의 박람회를 위한 헌신은 ‘열정의 394일’이라는 백서로 남아, 2014 호주 세계자원봉사대회에 순천 홍보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순천만국가정원 호수정원/사진-오기순 기자

그리고 2014년 일본 오사카, 교토, 도쿄에서 순천만정원개장을 알리는 활동, 흑두루미 홍보, 2015년 순천 역사·인물 알리기, 봉화산둘레길 관리, 2016년 시민 기초질서 지키기, 2017년 순천 주소갖기 캠페인, 9988쉼터 자원봉사 등 쉼없이 활동하고 있다.

2013정원박람회 기간 동안에는 페이스북으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일본홍보위원회’와 교류하게 되어 박람회 후 한일 마로니에그룹을 결성하여 현재까지도 상호 왕래하고 있다. 그들의 징표로 국가정원 일본정원과 태국정원 사이에 마로니에 나무 한그루가 기념 식수되어 있다. 이제 시민소통학교 6기 수료자 까지 받아들인 순천알리미회 회원 70여명은 순천을 알리기 위해 ‘공부해서 남 주자’는 모토를 가지고 항상 공부한다. 그 멘토 역할은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힘쓰며 남도를 이야기하는 사람, 모세환 대표가 맡고 있다.

초대회장 하태일은 지난 10월 15일, 그간의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으로 사회복지 분야 순천시민의 상을 수상했다. 2대 회장 오기순은 2013~16, 4년간의 순천의 생태, 문화, 역사, 사람 이야기를 엮어 ‘신강남악부’(401.p)를 출판해 순천시지정 문화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알리미를 격려하는 조충훈 순천시장/오기순 기자

대한민국 생태수도, 정원의 도시 순천이야기에는 몇 가지 특기할 날짜들이 있다. 우선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4월 20일에 개막, 10월 20일에 폐막했다. 순천만 철새들의 대표격인 흑두루미는 매년 10월 20일경에 와서 이듬해 4월이면 완전히 떠난다. 덩치가 큰 흑두루미는 경계심이 많아 소음과 불빛을 피해 항상 조간대 멀리에서 머물며 먹이 활동을 한다.

정원박람회는 이 흑두루미가 순천에 없는 날에 진행됐던 것이다. 순천시는 2007년 순천시의 시조로 지정했고, 천연기념물 228호임에 착안 매년 2월 28일을 ‘흑두루미의 날’로 지정해 흑두루미를 브랜드화 시켰다. 정원박람회 때는 마스코트로 ‘꾸루와 꾸미’를 내세웠다. 흑두루미는 우리 전통문화 속에 고고한 기품, 선비적 기상으로 장수와 행운, 부부애의 표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순천알리미회는 지난 10월 20일을 ‘제1회 순천알리미회의 날’로 정해 순천만국가정원에서 4년 전의 감동을 재현하는 행사를 가졌고 조충훈 순천시장이 직접 참여해 “시장의 주요 행정 철학인 시대정신에 동참해준 알리미들에게 감사하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정원박람회 당시 순천알리미회/사진제공-오기순 기자

현 회장인 임진국은 인터뷰를 통해 “태어나고 자란 사랑하는 순천을 대내외에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칠 것”이라면서, “열정과 긍정의 알리미 회원들과 함께하는 나날이 즐겁다. 순천알리미회가 앞으로 2세에까지도 계속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황금연휴와 주말을 기해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에는 연일 방문인파가 넘친다. 파란 눈의 외국인도 꽤나 많다. 순천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생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실 남도의 유서 깊은 도시 순천에는 낙안읍성, 고인돌공원, 선암사, 송광사 등 역사 유적지도 많고 각종 문화재의 보유수도 전국 어느 도시 못지않다.

정원박람회 홍보를 위해 한 알의 밀알로 탄생했던 순천알리미회는 순천의 모든 것을 배우고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재능을 겸비한 순천알리미회 회원들은 스스로 서로 격려하면서 발전하고 있어 이 시대 시민단체의 미래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혹 순천에 오거나 문의할 시민자원봉사자를 찾는다면 순천알리미회에 연락하면 틀림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연락처 : 순천시 시민소통과 ☏ 061-749-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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