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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2-24 11:12:46
  • 수정 2018-01-18 1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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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강선 KTX/사진제공-코레일

[오재곤 기자]꼭두새벽에 출발해 밤늦게 돌아오는 강릉 여행은 이제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강릉이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정동진역까지 6시간 걸려서 갔을 때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지난 22일 개통한 서울엮과 강릉역을 오가는 경강선 KTX이 개통되면서다.

서울역을 출발해 강릉역까지 약 2시간이면 도착한다. 용산역과 청량리역, 양평역 구간까지는 기존 경원선과 중앙선 철로를 달리기 때문에 최고 속도까지 내지 못한다. 이 구간에서는 시속 150-230km로 달리지만, 서원주를 지나면서 경강선 KTX 운행을 위해 건설한 철로로 들어섰다. 만종역부터 속도가 높아져 시속 250km로 달린다. 물론 최대 시속 33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강원도 지형의 특성 때문에 속도를 조절했다.

천천히 경강선 KTX 내부는 앞좌석 아래에는 기차여행 중 노트북PC나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한 콘센트를 설치해 뒀고, 와이파이도 잘 잡혀 인터넷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앞뒤 좌석 간격도 넓다. 특실에는 잡지를 비치했고, 열차 칸 사이에는 음료 자판기도 운영 중이다.

강릉시 선교장(船橋莊)/사진-한국관광공사

경강선 KTX 구간에는 만종과 횡성, 둔내, 평창, 진부, 강릉 등 6개 역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대관령터널(약 21.7km)을 비롯해 터널 34개와 교량 53개도 새로 만들었다. 서울에서 경강선 KTX를 타기 위해서는 서울역, 청량리역, 상봉역을 이용하면 된다. 강릉역까지 열차 운임은 서울역 기준 2만 7600원, 청량리역에서 탑승했을 때는 2만 6000원, 상봉역에서는 2만 5600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인천공항에서부터 강릉역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인천공항에서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진부역까지 운임은 3만 4400원, 강릉역까지는 4만 100원이다. 기차역에 내려서 경기장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렸을 강릉에 2시간이면 강릉에 도착할 거란 코레일 담당자의 말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강릉역을 중심으로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비롯해 강릉 주요 여행지가 매우 가깝다.

열화당에서 행랑채를 따라 이동해 안채로 들어갔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강릉역에 도착해 첫 걸음을 옮긴 곳은 선교장이다. 선교장은 조선시대 상류층 가옥으로,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족제비를 잡기 위해 지금의 선교장 자리까지 왔다 명당자리를 알아보고는 집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선교장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약 300여 년 동안 후손들이 명맥을 유지하면서 가문과 집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 명당을 고른 이내번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드넓은 평지에 자리한 선교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주변을 둘러싼 낮은 산등성이가 보였는데 풍수지리를 잘 모르는 이가 봐도 집을 짓기에 썩 괜찮은 위치라 느껴진다.

열화당에서 행랑채를 따라 이동해 안채로 들어갔다. 열화당에서 행랑채를 따라 이동해 안채로 들어갔다.

본채에서 시작했했다. 사대부 집안답게 담장 위로 올라간 솟을대문이 여행객을 맞았다. 대문을 들어서 왼쪽으로 돌아 열화당 마당에 섰다. 햇볕을 가려주는 차양이 눈길을 끌었다. 선교장에 잠시 머물던 러시아공사관 직원들이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1815년 만들어 준 것으로, 차양과 처마 주변에 연꽃과 구름 문양으로 마감한 나무 기둥이 눈에 띈다.

선교장 동별당/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시선을 조금 높이자 열화당과 행랑채 지붕 위로 고개를 내민 나무가 보였다. 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 머리카락처럼 삐죽하게 뻗친 모양이다. 열화당을 비롯해 선교장에서 눈길을 건물에만 고정해서는 이곳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지붕의 곡선과 너머에 자리한 산자락, 또는 너른 평지까지 두루 살피고 즐길 자세가 필요하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남자 주인이 살던 사랑채다.

열화당을 둘러보고 행랑채를 따라 안채로 이동했다. 여성들이 머물면서 선교장 살림을 돌보던 장소다. 안채에서 동별당 뒤쪽으로 걸어가 얕은 언덕 위에 생각지도 못한 소박한 건물 한 채를 발견했다. 선교장 사당인 오재당(吾在堂)으로, 조상들 신주를 모시는 곳이다.

본채를 지나 활래정(活來亭)을 관람한다. 활래정은 인공으로 판 연못에 돌기둥을 박고 세운 정자로, 주변 경치와 조화를 이뤄 선교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다. 선교장 집안은 대대로 만석꾼 소리를 들을 만큼 대지주였다. 정자와 연못 풍경을 감상하면서 선교장 후손들이 재물만큼 풍류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을 거라 짐작해봤다.

활래정(活來亭)/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선교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조선시대 건축물로 유명한 장소가 한 곳 더 있다. 조선시대 예술가로 유명한 신사임당의 본가, 신사임당의 아들이자 조선 최고 학자인 율곡 이이가 태어난 장소, 바로 강릉 오죽헌이다. 집 주변에 줄기가 까만 대나무가 많아 이름을 오죽헌으로 지었다.

이곳에는 문성사를 비롯해 몽룡실, 어제각, 안채, 바깥채 등이 있다. 조선시대 중기 예술과 학문의 꽃을 피운 두 주인공이 머물던 장소라 그런지 오죽헌의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에는 율곡의 어머니로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천재 예술가로 재평가 받는 신사임당이 머물던 집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가장 안쪽에 있는 어제각부터 둘러봤다. 율곡이 지은 ‘격몽요결’이란 책과 어린 시절 직접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하는 집으로, 어제각과 담장을 하나 두고 연결한 바깥채 주변에 서 있는 감나무 몇 그루가 겨울 운치를 더한다.

오죽헌 어제각(御製閣)/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바깥채 건물에 새겨진 글씨가 눈에 띄었다. 조선시대 정조 때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새긴 시구로, 나무 기둥 열 군데에 글씨를 새겼는데 이를 발견하고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자가 어려워 포기하려는 순간, 건물 앞에 글씨의 위치와 뜻을 표기한 해설을 발견했다.

어제각과 바깥채 구경을 마치고 문성사와 몽룡실이 있는 마당으로 이동했다. 몽룡실은 신사임당이 율곡을 낳았던 방으로, 신사임당이 아들을 낳을 때 용꿈을 꾸었다 해서 몽룡실이라 지었다. 지금은 신사임당의 영정을 보관 중으로, 마당 정면에 자리한 건물이 문성사다. 율곡의 영정이 있는 사당이다.

강릉 하루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안목항 커피거리를 둘러보았다. 이날의 여행을 은은한 커피 향과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마무리하고 싶어서다. 커피 맛을 잘 몰라도 분위기에 취할 마음만 있다면 안목항 커피거리는 여행지로 매우 훌륭하다. 안목항에 처음 온 여행객은 어느 카페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 살짝 당황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관광지에서 유명한 맛집 찾듯 스마트폰을 꺼내 이름난 카페를 검색하지는 말자. 정보보다 자신의 감성을 따라 마음 끌리는 곳, 걸음이 이끄는 커피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이 어디인들 좋지 않을까.

안목항에서 영업 중인 카페들/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안목항 커피거리 안목항 커피거리안목항에서 영업 중인 카페들 안목항에서 영업 중인 카페들안목항에서는 커피를 마시다 해변 산책을 즐겨도 된다. 안목해변 안목항에서는 커피를 마시다 해변 산책을 즐겨도 된다.

안목항에 있는 카페는 대부분 바다 쪽으로 좌석을 두고 영업 중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순간, 해변 산책을 즐기기 위해 일어서는 연인들의 자리를 발견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좌석에 앉았다.

안목항에서는 커피를 즐길 장소로 카페만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도로 중간에 설치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셔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설탕커피, 블랙커피, 밀크커피뿐 아니라 대추생강차, 코코아, 율무차 등 여행자의 기호를 고려해 판매품목도 다양하다.

안목항 커피 향을 뒤로한 채 강릉역으로 출발했다. 서울역으로 출발하는 오후 5시 30분 기차에 몸을 실은 채 강릉에 올 때처럼 서울로 돌아오는 귀갓길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눈이라도 와 길이 막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을 마친 후 밀려오는 피곤함에 기차에서 잠시 단잠에 빠졌다. 어렴풋하게 꿈속에서 강릉의 하루를 다시 여행한 것도 같다. 달콤한 잠에 얼마나 취했을까.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했다./글-사진, 한국관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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