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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1 16:01:30
  • 수정 2018-01-21 16: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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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사진제공-혜화경찰서

[이정재 기자]20일 오전 1시경. 서울 종로5가 인근 중식당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유모씨(53)는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유씨는 홀로 술집을 나와 여관이 밀집한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유씨 눈에 들어온건 분홍색 페인트가 칠해진 2층 여관으로 오전 2시경 그는 여관에 들어가 카운터에 앉은 여관 주인 김모씨(71.여)에게 “여자를 불러달라”고 말했다.

 

김씨가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다”라면서 숙박을 거부하자, 화가 난 유씨는 오전 2시 6분경 경찰에 전화를 걸어 “숙박을 거부하는 업소가 있다”면서 신고했고, 여관 주인 김씨도 경찰에 “소란을 피우며 업무 방해를 한다”고 신고했다.

 

오전 2시9분경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본 유씨의 모습은 만취 상태가 아니었고 똑바로 의사표현을 하면서 여관 주인에 대해 항의했다. 이에 경찰은 “성매매와 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 경고를 하고 돌아갔다.

 

유씨는 이후 택시를 타고 2km 떨어진 주유소에 가서 주유소 직원에게 페트병에 휘발유를 담아달라고 하자, 주유소 직원이 만류했다. 유씨는 “차에 기름이 떨어진 급한 상황”이라고 거짓말을 해 주유소 직원은 전용용기에 휘발유 10여리터(ℓ)를 담아서 판매했다.

 

오전 3시8분경 여관에 다시 나타난 유씨가 휘발유를 여관 1층 출입구에 뿌렸다. 여관 1층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면서 유증기가 퍼져 불길은 더 빠르게 번졌다. 1층 한 가운데 복도에서 시작된 불은 양옆 방 4개를 삼켰다. 검은 연기가 2층으로 솟았다.

 

오전 3시 11분경 종로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관에서는 검은연기와 불꽃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16평(54m2) 면적인 1층이 순식간에 탔다. 가스가 터진 듯 ‘쾅’하는 폭발 소리가 들렸다. 벽돌·슬라브조로 지어진 50년된 여관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불길은 3층에 얹혀진 가건물까지 태웠다. 투숙객들은 이 가건물에 가로막혀 위로 대피할 수 없었다. 불은 소방당국이 차량 50대와 소방관 180여명을 현장에 투입한 끝에 약 1시간 만에 진압됐다.

유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상엽 혜화경찰서 형사과장은 “유씨가 불을 지르고 경찰에 나를 잡아가달라고 신고했다”면서, “오전 3시 12분경 현장에서 서성이던 유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홧김에 지른 불은 투숙객 10명 중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늦은 시각이었던 만큼 잠을 자던 피해자들은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들이 머물던 방은 2~3평 남짓한 쪽방이다. 나머지 투숙객 5명은 부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명은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심폐소생술(CPR)을 받을 정도로 위중했으나 이후 호전돼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한편, 경찰은 유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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