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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03 13: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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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 기자]# ‘제3세대 학자’가 제시하는 남북관계 ‘제3의 길’

 

‘평화, 새로운 시작.’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격을 압축하는 공식 표어다. 한국전쟁 이후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서울과 평양에서 남과 북의 예술단이 번갈아 공연을 가지면서 그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시간’으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의 봄’이 남북관계를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뿐 아니라 학계가 더욱 진지하고 냉정하며 실현 가능한 담론을 제시할 때다. 돌아보면, 한국전쟁 이후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남북관계가 분석돼 왔지만 정책지향적 연구와 이념지향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햇볕정책 이후 화해와 교류에 관한 연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역풍을 맞았고 남쪽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휴전선은 세계에서 가장 완강한 국경으로 자리 잡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북한 체제의 정체성과 전략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당파나 이념을 기준으로 남북관계를 재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통해 남북관계에 접근한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은 4월 『남북관계의 이해』를 출간했다. 제3세대 남북관계 전문가의 오랜 연구 결실인 이 책은 남북관계에 대한 기존의 연구방식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으로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제3의 길’을 제시한다.  

 

# 남북관계.북한정치.대북정책에 관한 입체적 분석

 

제1부에서는 남북관계사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남북관계 관련 주요 과제를 점검한다. 제2부에서는 데탕트 시기 남북화해와 한미동맹의 동학을 살피고 제3부에서는 북한이 국제질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주변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탐구한다. 제4부에서는 북한 체제의 성격을 구명하고 북한이 선진화 또는 정상국가화를 위해 스스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는 한편 한국이 실천해야 할 과제를 조명한다.

 

제1부 1장에서는 남북관계 60년사를 분단확정기, 냉전기, 탈냉전기로 분류해 고찰하며, 2장에서는 그간의 연구를 국제정치이론, 남북화해, 남북갈등, 경제협력, 북핵, 평화, 인권 등의 주제로 나눠 그 성과와 한계를 정리한다. 3장에서는 인권개념의 보편성과 문화적 상대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북한인권 침해의 증거, 원인, 해법 등을 논한다.

 

제2부 4장에서는 진화기대이론 관점을 적용해 남북대화의 원인을 외적 위협의 변화, 레짐 성향의 변화, 경쟁 능력의 변화, 제3자의 압력, 경영 능력, 상호성에서 찾는다. 5장에서는 데탕트 시기 남북대화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제3부 6장에서는 2007년 북한이 핵을 협상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논지를 비판하면서 북한의 궁극적 목적이 핵무장에 있다는 사실을 적시한다. 7장에서는 북한이 세계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하고 8장에서는 김일성 사후 북한이 내우외환 속에서 생존을 위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추적한다.

 

제4부 9장에서는 국가 성격과 관련해 북한이 현상유지 국가인가, 아니면 현상타파 국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10장에서는 북한이 ‘요새국가’에서 ‘수륙양용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배경과 맥락을 살핀다.  마지막 11장에서는 향후 대북정책이 과거 정책의 장점들을 보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 북한문제에 대한 ‘창조적이고 유연한 관여’ 시급

 

남북관계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담은 연구서는 많지 않다. 한 연구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일관성을 갖고 저술한 책 또한 많지 않다. 이 책은 남북관계 전문가가 20년 가까이 연구해 저술한 논문 10여 편을 모아 엮은 것으로, 남북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다.

 

반세기 넘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매순간 복잡하게 전개돼 왔다. 이제 한국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은 두 세대를 거쳐 새로운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할 것인가 하는 과제는 대북정책의 실천과 관련해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과거를 읽고 현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북한 포용론과 압박론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를 배경으로 남북관계가 요동치는 이때, 제3세대가 제시하는 북한담론과 남북관계 연구는 평화를 향한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있어 하나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관계의 이해’의 저자 우승지 교수는 “향후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은 관여의 포기가 아닌 관여의 진화여야 한다. 일방적 압박과 일방적 양보를 벗어나 과거 정책의 장점들을 보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열린 사고와 유연성, 적극적 자세와 전략적 관여, 공진화와 복합적 방법론 등이 새로운 관여의 원칙이다. 북한의 선민노선 유도, 사회통합, 평화의 정착, 주변국과의 공조, 남북한과 주변을 잇는 네트워크 형성이 실천 과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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