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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18 23:48:52
  • 수정 2018-11-19 00: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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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의 소설전집은 지난 2월 권오룡 김수영 우찬제 이인성 이윤옥 정과리 홍정선등 7명의 전집 간행위원회가 꾸려진 후 10년만인 지난해 7월완간됐다.


▲ 김선두 화가/사진제공-변준성 작가


[강병준 기자]소설가 이청준의 소설전집은 지난 2월 권오룡 김수영 우찬제 이인성 이윤옥 정과리 홍정선등 7명의 전집 간행위원회가 꾸려진 후 10년만인 지난해 7월완간됐다.


1965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작인 ‘퇴원’ 이후부터 2007년 ‘이상한 선물’까지 42년간 써낸 작품을 망라해 전부 합하면 200자 원전고지 4만 8천 226매 정도이다.


이청준 전집은 다른 전집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매권마다 표지화가 있고 평론가 이윤옥이 작가가 남긴 초고와 교정지, 여러 출판사 판본들을 대조해 텍스트의 변모 과정을 밝힌 서지 비평이 각 권마다 달려있다.


전집의 표지화는 이청준의 동향(同鄕)의 후배인 화가 김선두가 그렸다. 전집의 그림들은 김선두가 40여년 가까이 구사해온 장지기법으로 그렸고 먹과 채색을 옅게 여러 번 덧칠해 장지에 깊게 스미고 번지고 쌓은 발색법이 장지기법의 특징이다. 먹과 채색을 맑게 칠한 전통 장지기법, 진한 먹선으로 형태를 그리고 옅은 먹을 구사한 수묵 장지기법, 강한 원색을 구사한 원색 장지기법, 유화 기법을 변용한 유채 장지기법 등 다양한 장지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 그림들은 2017년 7월 복합문화공간 에무갤러리에서 첫선을 보였고 올해는 장소를 바꿔 서초구에 위치한 흰물결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


흔히 문학과 미술의 만남에서는 그림이 글의 이해를 돕는 삽화 차원에 머물러 글에 그림이 종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두 작가의 만남은 늘 이런 점을 경계하면서 이뤄졌다.


▲ (왼쪽부터) 김선두 화가, 김명곤 前문화부장관, 김옥평 회장/사진제공-변준성 작가


이청준은 김선두의 그림이 자신의 글에 들러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런 작업을 장르간의 대화라고 의미부여를 했고 소설과 그림의 만남을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이 두 예술가의 작업은 글 혼과 그림 혼이 만나는 대화와 축제의 자리임을 보여줬다.


전시회 첫날인 이달 15일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 故 이청준 선생의 아내 남경자 여사, 김명곤 前문화부장관, 김형영 시인, 김영남 시인, 이봉기 파버카스텔 대표, 김옥평 팝콘필름 회장 등 많은 문학 및 예술계 인사들이 전시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오프닝 행사에서 흰물결 아트센터의 윤학 대표는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람과의 만남’이라고 대답하겠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김선두 화가는 소설가 이청준 선생을 만났다. 이청준 선생은 김선두 화가를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고향이 주는 자연의 외침을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오면서 이청준 선생은 글로, 김선두 화가는 그림으로 세상에 내 놓았다. 그리운 것은 언제나 멀리 있으나 그것은 공간적인 거리일 뿐, 그리운 것이야 말로 우리 가슴 속에 있으니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다. 김선두 화가의 그림을 보며 우리가 진정 그리워하는 것들과 깊이 더 가까이 만나고 가시길 바란다”라는 첫 축사와 함께 전시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화가 김선두는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작품을 접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더욱 풍성해 지시기를 바라며 그동안 애써주시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귀한 시간을 내어서 전시회를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참석 내빈이었던 영화 서편제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극 중 주연(유봉 역)으로 출연했던 김명곤 前문화부장관은 “1992년도에 서편제의 원작자인 이청준 선생과 첫 만남을 가지 게 됐다. 대가로서의 품격과 넉넉함을 지니신 이청준 선생을 인생에서 잊지 못할 분으로 기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김선두 화가의 그림에서 선생의 작품세계가 오롯이 담겨있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게 느껴졌다. 두 예술가의 교류가 아름다운 결과물을 낳았고 앞으로도 한국문학사와 미술사에 길이 남아 좋은 영향을 주시리라 믿는다”라고 축하했다.


전시회의 작품들을 감상한 뒤 인터뷰에 응한 ㈜팝콘필름 김옥평 회장은, “한명의 화가가 한국 소설의 거장의 전집 34권의 표지화를 그렸다는 것은 문화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면서, “김선두 화가와 이청준 선생의 이야기이다. 오늘과 같은 전시회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기획되고 지역을 순회하면서 계속돼야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 소설 <서편제> 표지화 60×90m 장지에 분채


또, 문학과 예술작품에 관심이 깊은 배우 지주연은 “소설을 보고 그림을 읽는다. 이청준 작가와 김선두 화가의 그 두 거장의 뿌리 같은 깊은 교감이 화폭 하나하나에서 느껴졌다”고 말했고, 타 작품 연극에서 화가 역을 열연하기도 했던 배우 조희성은 “삶의 소중한 것들이 녹아있는 김선두 화가의 작품을 보면 따스함을 느낀다. 감동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채색화에 한국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이번 ‘김선두 화가의 이청준 전집 표지화전’ 전시회에서는 김선두 화가가 옅은 색의 채색을 30~40번 이상 겹쳐서 표현하는 전통 장지기법으로 그린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해변 아리랑’ ‘눈길’ 등 이청준 문학전집 표지화 34점과 책 속의 관련 작품 등 총 6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그의 그림을 관람하며 故 이청준과 김선두 두 예술가의 삶과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을, 문학과 그림의 행복한 동행을 만나는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선생은 ‘그림이 문학적 설화성을 넘어 회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과제, 비록 문자 작품을 바탕 소재로 취했더라도 그림이 문학 작품의 내용을 충실히 베껴내고 설명하는 작업을 넘어서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를 염원하셨다. 한마디로 나의 그림이 그림 자체만으로 ’우리 삶의 대지와 우주의 숨겨진 중심에 닿아 그 생명과 삶의 대지, 그 대지의 꿈과 노래‘가 되라는 것이었다.”-김선두 화가


한편,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화가 김선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 장승업의 그림 그리는 대역을 맡아 호취도, 파초도, 매화도, 화조병풍 등을 그렸다. 수묵과 채색, 필선과 색채의 균형을 모색하면서 전통회화의 본질을 파고든 그는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제12회 석남미술상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바람에 날리듯 역동적인 필치와 간결하고 대담한 획, 층층이 쌓아 올린 깊이 있는 색감은 그의 작품 세계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국 현대회화를 이끄는 주요 작가로 손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호암미술관, 금호미술관, 헌법재판소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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