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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11 09: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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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발전소 301의 신은수 작, 정범철 연출의 ‘가미카제 아리랑’을 관람했다.

▲ 사진/권애진 기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발전소 301의 신은수 작, 정범철 연출의 ‘가미카제 아리랑’을 관람했다.


신은수(1979~)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2008년 거창국제연극제 세계초년희곡부문 대상, 2009년 옥랑희곡상, 2011년 명동예술극장 창작팩토리 연극대본공모 선정, 2014년 명동예술극장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대본공모 선정, 2016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 대상, 2017년 통영연극예술축제 창작희곡공모 희곡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작가다.


정범철(1976~)은 경기대학교 무역학과와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극 발전소 301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2006 옥랑희곡상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등단, 2006 옥랑희곡상, 2007 제4회 파크 희곡상, 2009 AYAF 차세대 예술인력 집중육성지원 1기 선정, 2011 차세대 희곡작가 인큐베이팅 선정, 2014 제34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 희곡상, 연출상, 대상 ‘만리향’, 2015 제35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돌아온다’, 2018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 ‘분홍나비 프로젝트’, 2019 (사) 한국극작가협회의 올해의 극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테러’ ‘논두렁연가’를 발표했고, 연출작은 ‘점’ ‘도로시의 귀환’ ‘총각네 야채가게’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만리향’ ‘돌아온다’ ‘인간을 보라’ ‘그날이 올텐데’ ‘아일랜드 행 소포’ ‘액션스타 이성용’ ‘주먹쥐고 치삼’ ‘너 때문에 발그레’ ‘분홍나비 프로젝트’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 사진/권애진 기자


‘가미카제 아리랑’은 일제치하 가미카제 특공대와 연관된 연극이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일본 항공부대의 ‘아버지’로 불리는 해군중장 오오니시 타키지로(大西瀧治郞)가 처음 고안한 것이다. 그는 특공작전을 실용화하기 이전부터 전투기나 어뢰에 탄 채 적함 몸체에 부딪쳐 공격을 가하는 ‘타이아타리(體當た’, 몸체공격, 육탄공격)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를 신풍(神風), 즉 가미카제라고 불렀다.


가미카제는 미국의 일본 본토 침공에 대비한 방위계획으로 시작됐는데, 첫 출격은 1944년 10월 25일 시키시마(敷島)부대가 필리핀 레이테만의 미군 함정에 몸체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특공작전은 확실한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에 정규군대로 편성되지 않은 채 천황의 이름으로 이들은 죽음을 맞았다.


특공대의 장비는 비행기와 어뢰로, 그 어디에도 탑승원을 위한 구명장치는 구비돼 있지 않았다. ‘제로센(零戰)’으로 불리는 단발엔진 탑재 함상전투기는 고도 2만 피트(약 6100미터)를 최고 시속 372마일(약 600km)로 비행하는 성능을 가졌는데 250kg의 폭탄을 적재할 수 있었다. 폭탄 무게와 가속도로 인해 일단 급강하하면 비행기를 제어하기 어려워 결국은 적함이나 바다에 내리꽂히게 돼 있었다. 잠수어뢰 ‘카이텐(回天)’은 탑승원이 탄 채로 적함 몸체에 부딪쳐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흔히 ‘인간어뢰’로 불렸다. 대개 2인승이었는데 탑승원은 무게 9t의 어뢰 중앙에 쪼그려 앉아 1550kg의 탄두를 가지고 30노트로 잠행했다. ‘카이텐(回天)’이란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대원들의 무참한 죽음을 미화한 표현이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처음에는 미군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갈수록 그 위세는 시들해졌다. 이들이 탄 제로센이 바다에 추락하는 경우가 많아 명중률이 생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폭탄이 너무 무겁거나 속도가 너무 빨랐고 게다가 조종사가 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공대는 1944년 8월 21일부터 패전 때까지 총 출격기 3300기 가운데 명중률은 11.6%에 그쳤다. 어림잡아 미군함의 피해는 격침, 손상을 합쳐 375~455척이며, 잠수어뢰 카이텐에 의해 격침된 것은 미군의 유조선 한 척 뿐이었다. 육군보다는 해군의 특공작전이 훨씬 더 큰 성과를 올렸다.


▲ 사진/권애진 기자


치란(知覽) 특공평화회관 입구 왼편에는 돌비석이 하나 서 있다. 비석에는 ‘아리랑의 노래 소리도 멀리 어머님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진 사쿠라 사쿠라’라는 노래가 새겨져 있다. 이 비석은 조선인 가미카제 11명을 기려 세워졌다. 조선인 가미카제의 전체 숫자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대략 16~20명 정도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경우 일제 패망 서너 달 전에 오키나와 부근 해상에서 전사했으며, 전사 당시 계급은 오장(하사)에서부터 중위(최정근)까지 다양했다. 나이는 대개 20세 전후인데 최연소는 17세(박동훈), 최연장자는 27세(이시바시 시로오)이며, 전사 후 이들은 2계급 특진하였다. 김상필, 탁경현, 노용우 등 3인은 학도병 출신이다.


조선인 가미카제 가운데 특별히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미당 서정주의 친일시 ‘마쓰이 오장 송가(松井 伍長 頌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쓰이 히데오(松井秀男, 한국명 인재웅(印在雄). 소년비행병 13기 출신인 그는 1924년 조선 개성 출신으로, 1944년 11월 29일 필리핀 레이테만에서 전사했다. 조선인 가미카제 가운데 그는 첫 희생자인데 당시 그의 나이는 20세였다. 전사 후 그는 2계급 특진(소위)했다(마쓰이 오장에 대해서는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일제 패망 후 그가 살아서 귀환했다는 보도도 있어 그의 전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다음은 학도병 출신의 탁경현. 그의 일본 창씨명은 미쓰야마 히로부미(光山博文)로, 1920년 경남 사천 출생이다. 일본 교토약학전문학교 졸업 후 학도병으로 징집된 그는 특별조종견습사관 1기생 출신으로 일제 패망 3개월여 전인 1945년 5월 11일 오키나와 비행장 서해상에서 가미카제로 출격했다가 전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로 전사 후 2계급 특진(대위)했다. 치란 기지 특공대원 시절 그가 특공대 지정식당 주인과 나눈 이야기가 일본서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또 수년 전 한 일본인 여성이 그의 고향 경남 사천에 그를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고향 사람들은 그를 '친일파'로 여겼다. 지금까지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기록물은 나치 치하에서 처참한 일생을 보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 300건에 이른다. 미나미큐슈시의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만약 받아들여질 경우 탁경현 등 조선인 11명의 유서도 가미카제 특공대 일원으로 세계기록유산에 포함될 전망이다. 야스쿠니신사 합사에 이어 또다시 이들을 욕보이는 셈이다.


무대는 일본 가고시마현 치란의 조선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무대 하수 쪽에 식당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있고, 식당 문을 들어서면 정면 벽 가까이 계산대가 있다. 그 옆으로 술병을 진열한 벽장이 있고, 중앙의 벽에는 음식 메뉴를 헝겊에 일본어로 써서 나란히 걸어놓았다. 그 옆으로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상수 가까이 방이 있어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는 외등이 켜지면 나무 밑 드럼통 두 개를 나란히 놓은 앞에서 출연자가 하모니카로 아리랑을 분다. 가끔 가미카제 특공대 출격소리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수 쪽 골목에는 나무와 바닥에 문양석이 깔리고, 대단원에는 천정에서 벚꽃 잎이 눈보라처럼 낙화하도록 연출된다.


▲ 사진/권애진 기자


가고시마 현(鹿児島県)은 일본 규슈 남부에 있는 현이다. 현청 소재지는 가고시마 시이다. 세계 유산으로 등록된 야쿠 섬(屋久島)이나 다네가시마 우주 센터, 기리시마 산(霧島山) 등이 있어 자연.문화.관광.산업 등의 면에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활화산인 사쿠라지마 섬(桜島) 같은 화산이 있어 온천의 수도 많아서 현 내의 입욕 시설의 대부분이 온천이다. 가고시마는 2월 하순부터 4월 초순에 벚꽃이 절정을 맞이하며 많은 벚꽃놀이 명소가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이 연극에서처럼 이 시기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조선인이 하는 식당, 남성은 절름발이에 성질이 사나운데다가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당시 대다수의 조선인이 그랬듯이 조선의 독립을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딸은 고등보통학교을 다니고 글쓰기를 좋아한다. 이 식당에는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가 자주 들러 막걸리를 마신다. 자전거로 음식재료 배달이 오고, 죽음을 자원한 특공대원들이지만, 그들 중에는 고국을 그리며 하모니카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대원도 있다. 바로 이 연극에 등장하는 특공대원들은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고국을 그리고 고향을 생각하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난세라도 꺼지지 않는 사랑의 감정이 극 속에 전개된다. 조선인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감정, 애환, 갈등이 극에 하나하나 묘사가 되고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당시에나 현재나 똑같은 조선인들끼리의 갈등이, 일본 패망 직전까지 일본천황 만세를 삼창하는 특공대원의 모습에서, 그리고 일본이 패망하고 광복을 맞아 고국으로 귀향하는 장면에서조차 귀국하지 않고 가고시마 현에 그대로 머무르려는 인물의 모습이 제대로 묘사 연출된다. 대단원은 조선인들이 가고시마 현과 작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벚꽃 잎이 눈처럼 흩날리며 쏟아져 내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출연 배우로는 체코슬로바키아 세계연극제 모노로그 그랑프리를 수상한 변주현. 방송드라마와 연극에서 눈부신 기량을 발휘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경기대학교수인 미녀배우 이항나. 연극과 영화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리 민과 임일규. 대학로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활동 중인 박신후, 강유미, 권겸민, 한일규. 극발전소301의 신인배우 김채이. 그리고 작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경남 등이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탁월한 감성표현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제작PD 김효준, 무대디자인 이창원, 조명디자인 배대두, 의상디자인 양재영, 소품디자인 정미리, 조연출 정민찬, 음향오퍼 유시우, 조명오퍼 한새봄, 크루 안진기 조승민, 홍보마케팅 임숙균 정하나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발전소 301의 신은수 작, 정범철 연출의 ‘가미카제 아리랑’을 과거사와 현대사를 되돌아보도록 만드는 한편의 에픽드라마(Epic Drama)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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