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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05 17: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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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홉이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와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공포가’ 오는 13일부터 22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된다.

체홉은 작품을 통해 항상 ‘인간의 삶과 행동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하고 아직도 오늘의 우리에게 새로운 시험의 순간을 제공하고 있다.

박상현 연출은 연극 ‘공포’의 제작의도에 대해 안톤 체홉 자체를 조명하는 작업이라고 밝히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 같은데?’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우리가 알고 있는 ‘체홉의 작품’을 넘어 ‘체홉이라는 인물’에 대해 접근의 과정이고, 한 시대의 지식인과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체홉이 살았던 19세기 말 러시아는 사회 구조가 붕괴되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던 혼란과 격변의 시기로, 버지니아 울프는 이 시기에 대해 “소용돌이와 물기둥처럼 끓어오르면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안정된 사회였다면 보이지 않았을 인간의 여러 이변이 마구 떠올랐고, 체홉은 그 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고, 체홉이 만들어 낸 인물들은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늘 유폐된 상태에 있었다. 반복되는 오해와 거짓말은 어쩌면 삶에 대한 두려움이나 진부함에 대한 방어책이었다.

작가 고재귀는 “추가된 장치가 있다고 한다면 ‘시험’이라는 구성으로, 시험의 상태를 통해 오해와 거짓말, 폭력적이고 나약한 것, 선택과 지시의 결과를 보여주고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발견과 인과관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이 작품의 시사점에 대해 “‘공포‘에는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검고 깊은 구멍이 보인다. 매일의 일상에서 문득 문득 존재를 드러내는 심연, 침묵, 그리고 공포...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다가올 세상은 어떤 모습일 지 알 수가 없다”면서, “이 극에서 실린이 느끼는, 아니 사실은 체홉이 느꼈을 공포는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던 19세기말...근대라는 문명의 전환기가 깨어 나오는 고통일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에 등장인물들의 삶이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두렵고 진부하다. 그들은 과거의 행동 때문에 현재에 고통받고 있지만, 그 고통의 원인이 되었던 과거의 행동에 아직도 취해 있다. 이 삶을 끝내는 방법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뿐이지만 그들은 죽음을 선택하지 못한다.

체홉의 말대로 “삶이 생활의 고통에 대한 보답으로 끝나거나 오페라처럼 갈채를 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나 똑같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라면서, 왜 우리는 당장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연극적 탐구가 150분 간 무대에 펼쳐진다.(문의 02-9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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