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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06 11: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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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제64회 토니상 최다 수상작이자, 2011년 한국 초연에서 관객과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화제의 연극 ‘레드’가 오는 21일부터 2014년 1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레드’는 다양한 붉은 색의 향연으로 추상표현주의 절정을 보여준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스와 가상인물인 로스코의 조수 켄의 대화만으로 구성된 2인극으로, 이들은 로스코의 예술세계와 ‘미술’이라는 공통 영역을 놓고 언쟁을 벌인다.

마크 로스코라는 미술가는 우리에겐 낯선 인물이다. 이 작품의 내용의 대부분이 로스코의 예술가로서의 삶과 고통, 그의 작품미학에 대한 이야기로, 최대한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특히 이 작품에는 현란한 미학적 수사들이 두 명의 등장인물의 극적 행동에 잘 녹아있다. 등장인물들은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행동한다. 극이 진행되면서 무대 위에선 공간을 압도하는 사이즈의 미술 작품들로 가득차 있다.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캔버스를 짜고, 물감을 만들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 등이 무대 위에서 생생한 재현으로 펼쳐진다.

그들의 언쟁은 예술을 논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예술의 영역뿐 아니라 세대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의 역사상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신화,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이른바 ‘살부의식’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하고,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한다. 그러한 의식을 통해서 인류는 생존해왔고, 거대한 삶의 순환은 옛 것이 사라져야 새것이 다시 탄생할 수 있게끔 조직돼 있다.

하지만 이 작품속의 자식은 아비를 죽여야만 살 수 있지만, 자식에 의해 죽는 아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죽인 아들의 몸에, 기억에, 영혼에, 생생하게 각인된다. 살부의식은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서로 공생하는 것이 가능케 하는 대자연의 제의식이라고 할까?

특히 이 작품의 제목인 ‘레드’의 의미는 ‘살아있음에 대한 열망’으로, 로스코는 이 시대의, 이 시대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가벼움을 극복하려 투쟁한다. 니체가 말했던 ‘비극’을 온 몸으로 껴안고, ‘레드’라는 무기를 가지고 매 순간 살아있으려 분투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매 순간 존재하고, 숨을 쉬고, 움직이면서 육신은 사라지더라도 그의 영혼은 작품을 통해 담아두려 하는 비극적 인물이지만, 그는 불멸을 꿈꾼다. 그는 진실을 추구하면서 그의 투쟁은 켄에게 넘겨져 영원히 지속된다.

2011년 국내 초연 된 연극 ‘레드’는 강신일과 강필석은 격렬한 대화를 속사포처럼 쏟아 놓으면서 긴장감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이어갔다. 이들이 펼치는 촘촘한 이야기는 평단은 물론 미술사를 전혀 모르는 관객들까지 사로잡으면서 평균 관객점유율 84%를 기록하면서 그 해를 대표하는 화제작이 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는 강신일과 강필석이 초연보다 더 밀도있는 호흡으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배우 한지상이 캔 역으로 합류해 극의 신선함을 더해준다.

로스코 역의 강신일은 “연극 ‘레드’는 미술을 빌어서 인생을 이야기 하고 어떻게 이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만들어 준다”면서, “기다렸던 작품의 재공연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필석은 “초연 막바지에 이르러서 로스코와 캔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더 아쉬움이 많아 남았던 작품이었는데 다시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년 만에 대본을 다시 살펴보니 ‘켄’이 다시 마음 속으로 다가왔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번 작품에 새롭게 합류한 한지상은 “무대 데뷔 10년이 되는 지금 만난 연극 ‘레드’는 큰 축복이다. 이 작품이 배우 한지상에게 정신적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고, 공연 이후의 변화된 내 모습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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