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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2-18 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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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봉 박사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지도자료실 내 세미나실에서 ‘대한제국칙령 제41호(1900) 속 石島=獨島다’를 주제로 독도특별강연을 무료로 개최한다. 올해 여섯 번째로 실시되는 영토영해 특별강연은 우리나라 고지도와 지명 연구의 전문가 이기봉 박사(국립중앙도서관 고서전문원)가 강사로 나선다.

이번 강연에서 이 박사는 “독도의 명칭 문제를 이해하기 전에 지난 100년 사이 순우리말 지명의 90% 이상이 사라진 현상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원인이 “순우리말 지명을 한자의 소리와 뜻을 빌려 표기했음에도 한자의 소리로만 읽는 우리의 한자읽기 습관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서리푸리’를 한자의 ‘소리+뜻’ 형식의 ‘瑞草’(상서로울 서, 풀 초)로, ‘바람드리’를 ‘뜻+뜻’ 형식의 ‘風納’(바람 풍, 들일 납)으로, ‘너더리’를 ‘뜻+뜻’ 형식의 ‘板橋’(널 판, 다리 교)로 표기했음에도 지금은 한자의 소리로만 읽어서 옛 사람들이 사용하던 이름과 전혀 다른 ‘서초’, ‘풍납’, ‘판교’라 부른다.

이와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나타나면서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순우리말 지명의 90% 이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100년 전의 기록에 나오는 ‘瑞草’는 서초가 아니라 ‘서리푸리’로, ‘風納’은 풍납이 아니라 ‘바람드리’로, ‘板橋’는 판교가 아니라 ‘너더리’로 읽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한제국칙령 제41호(1900) 속의 石島와 심흥택보고서(1906) 속의 獨島도 ‘석도’와 ‘독도’가 아니라 순우리말 이름이었던 ‘독섬’으로 읽어야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909년 6월에 간행된 해도인 ‘죽변만지수원단(竹邊湾至水源端)’의 울릉도 깍세섬에 한자로는 鼠項島(섬목섬)이, 가타카나로는 ‘소모쿠소무’가 표기돼 있다. 일본 측의 주장을 대표하는 독도 연구자인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는 ‘소모쿠소무’가 石島의 한국어발음인 ‘소쿠소무’와 가깝다는 점을 들어 石島는 獨島가 아니라 깍세섬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시모조 마사오는 ‘석섬’이라 불리던 섬의 이름을 한자의 소리+뜻의 형식으로 표기한 것이 石島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타카나로 ‘소모쿠소무’라고 썼던 것이다. 이 박사는 “石島가 ‘석섬’에 대한 한자 표기라는 주장 자체가 틀린 것이지만, 만약 그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말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하는 성의를 갖고 있었다면 ‘석섬’과 ‘섬목섬’이 같은 소리라는 어리석은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박사는 이어 “어떤 나라의 학자도 다른 나라의 지명을 연구해 주장하려면 최소한 다른 나라 지명의 소리 전통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오류를 범하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은 국적을 떠나 객관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학자의 기본 예의이자 자세인데, 자신의 선험적 결론에 집착해 학자적 양심을 잃은 시모조 마사오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강연의 마지막에 100년 사이에 사라져버린, 조상들의 삶과 정신이 서려있는 순우리말 이름을 행정지명으로 되살리는 조그만 움직임이 울릉도부터 시작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또한 울릉군청의 홈페이지까지 울릉도의 주민들이 늘 불러왔던 ‘댓섬 또는 대섬’이 아니라 한자 표기였던 竹島의 한자 소리인 ‘죽도’로 기록돼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한다.

이기봉 박사의 독도특별강연에 관심 있는 국민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http://www.nl.go.kr/)의 ‘도서관소식’ [행사안내]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2-59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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