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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13 18: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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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처럼’은 헤롤드핀터의 ‘배신’을 원작으로 이은준 연출이 개작한 연극이다. 남편의 친구 성훈과 내연의 관계였던 정윤은 남편 대일의 외도를 알고 이혼을 고민한다. 자신들의 밀회를 전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성훈의 생각과는 달리 이미 4년 전 대일이 알게 됐었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대일과 성훈은 출판사 일을 하고 있는데 김 작가에 대한 이견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소설로서 성공을 거둔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김 작가의 신작 소설이야기는 왠지 낯설지가 않다.

정윤의 이기적인 사랑 법은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간단하다. 그저 성훈을 ‘포기’할 수 없다. 심지어 외도사실을 들키는 순간에도 그녀는 남편인 대일에게 정말 미안하다면서도 끝내 성훈과의 관계를 이어나간다.

무려 4년을...그건 어떤 관계인가? 끝이 빤히 보이는 관계임에도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어떤 마음인가? 흔히 말하는 남의 떡이 커 보여서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져보는 즐거움이라기에 오히려 남편보다 성훈과 있을 때 정윤은 더 여자 같고 행복해 보였다.

친구의 아내와 밀회를 즐기면서 친구인 대일과 여전히 일하고 있는 성훈. 친구와 아내를 믿은 대일의 잘못인가? 그 둘 사이를 편안하게 오가는 성훈이 뻔뻔한 것인가? 너무나 태연해 오히려 당황스러운 그의 모습은 마치 그저 사랑하게 된 여자가 정윤이었을 뿐, 그게 무슨 잘못이냐 라고 묻는 듯 했다.

그럴 듯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곁에 있는 사람을 배신하고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 사람을 포기할 수 없으니 둘 다 놓지 않을 거야라는 태도였던 정윤이 결국 대일의 외도를 알게 되자 이혼을 고민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자신의 마음은 소중하고 누군가의 마음은 그저 불륜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세상의 중심이 내 마음이고 그 마음이 끊임없이 바뀌고, 중요한 관계에서의 영향으로 인해 뒤틀린다. 결국 배신이란 상대적인 것이지만 누구보다 깊은 배신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 아닐까? 거짓말로 지어진 성에서 자신만을 지켜내려고 애써봐야 그 성조차 거짓이니 말이다.

성훈 역에 권혁, 정윤 역에 박윤정, 대일 역에 김주헌, 김 작가 역에 이경호배우가 열연한다.

# ‘동백 아저씨’는 박근형 연출의 작품으로 변두리 모텔에서 살고 있는 이동백과 여관주인, 그 아들에 얽힌 이야기이다. 고아원 원장이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를 듣다가 남자아이에게 동백이란 이름을 지어줫다는 설정부터가 참 쓸쓸하다. 그래도 그런 원장을 원장 아버지라고 부르는 동백은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만 기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요즘 여자가 고프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여관주인은 돈을 받으면 4~5묶음으로 나눠 여기저기 갈무리한다. 그녀에겐 소원이 있는데 하나있는 아들이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9급이 높은지 7급이 높은지도 모르지만 아들이 직장 다니는 걸 보는 것이 소원이다. 아들은 평소 엄마의 말을 잘 들어주지만 다중인격이라 얼굴을 가리고 들어와 폭력을 행사하고 돈을 갈취해 간다.

공무원이 되기보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아들은 예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취직 얘기만 하는 엄마 때문에 힘들다.

어린 시절 당한 성적인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여자를 안고 싶지만 막상 하지 못하는 동백아저씨. 선원이 되려고 하던 일마저 그만두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곁에 아무도 없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관주인과 아들의 관계가 더 애처롭다. 자신을 갈취하는 강도가 아들인 것을 알면서도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있는 여관주인, 차마 볼 수 없는 것인지,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더 정답일까? 자신을 향한 폭력 앞에서도 그녀는 눈을 꼭 감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단 둘뿐인 가족이지만 다가설 수 없다. 마음이 등지고 있으니까.

아들이 직장에 다니는 것. 그 소원 앞에서 여관주인은 아들마저 잃었다. 살펴야하는 것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일 텐데...결국 아들의 본 모습을 인정하고 마는 여관주인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아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동백 아저씨는 마지막 순간에서야 자유를 경험한다.

여자의 마지막 말이 이 연극의 모든 것을 요약한다. “아저씨, 참 불쌍한 사람이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하다.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도 결국 다가설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가족이라 해도 마음을 등지면 끝내 멀고 멀 뿐이다. 변두리 후진 모텔에서 의지하고 사는 인생들이든, 화려한 도시에서 그럴 듯해 보이는 인생들이든, 보이는 것은 다를지 모르지만 그 본질은 같다. 그래서 연극이 있는 것일까?! 그토록 슬픈 삶은 피해보자고.

이동백 역에 심성효, 여관주인 역에 정은정, 아들 역에 김동원, 여자 역에 조지승 배우가 연기한다. 두 작품은 극단 ‘골목길’ 신작으로 연작으로 오는 23일까지 선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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