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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15 2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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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조은컴퍼니의 정의신 작, 명진숙 역, 김제훈 연출의 ‘가을 반딧불이’를 관람했다.

정의신(鄭義信)은 1957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출생의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다.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문학부를 중퇴하고,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원(現 일본영화학교)미술과를 졸업 후 영화사 쇼치쿠 오후나(松竹大船) 촬영소 무대조수로 일을 시작하여 1983년 극단 구로 텐트(검은 텐트)에 입단했다.

1987년 극단 신주쿠료잔파쿠(新宿梁山泊) 창립멤버로 참가하고, 극단 소속의 전속작가로 활동하여 1990년 ‘천년의 고독’을 시작으로 ‘더 데라야마(寺山)’ ‘인어전설’ 등으로 일본 연극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왕성한 연극 활동뿐만 아니라 영화 각본에도 주력하여 1993년에는 혼잡한 현대일본의 풍경을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1996년, 극단 신주쿠료잔파쿠 퇴단 이후 영화와 연극분야에서 활약하며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고, 에세이집 ‘안드레아스의 모자’를 출판하는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프리라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천년의 고독’ ‘인어전설’ ‘영상도시, 치네칫타’ ‘잡푸, 돌’ ‘한 여름의 찰리 브라운’ ‘그 다음 여름’ ‘바다의 서커스’ ‘더 데라야마’ ‘푸르고 아름다운 아시아’ ‘겨울 선인장’ ‘물의나라 걸리버’ ‘봄의 키친’ ‘레츠 고’ ‘작은 물 속의 과실’ ‘겨울 해바라기’ ‘로봇의 로’ ‘행인두부의 마음’ ‘울림’ ‘가을 반딧불이’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아시안 스위트’ ‘마게몬’ ‘바케렛타!’ ‘가라후토의 큰아버지’ ‘돌즈타운’ 등이 있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대나무 숲이 펼쳐있고, 그 앞으로 목조 가옥 한 채가 있다. 가옥 주변은 물이 찰랑이고, 호수가의 선착장이라는 설정이다. 지붕에는 기와를 덮지 않았고, 바닥은 이중으로 된 마루다. 무대 왼쪽에 다리가 놓여있어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통로다. 가옥 벽에는 음식 메뉴를 적어 걸어놓은 것으로 보아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벽에는 자판기, 냉장고, 조리대, 창문,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차례로 있고, 입구 난간에 구명튜브가 걸려있고, 가옥 오른편 벽에도 한 개가 걸려있다. 실내에는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고,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소파와 탁자가 있다.

연극은 도입에 조리대 위 냄비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선착장 주인이 발을 저으며 내실에서 나와 조리대로 다가가 음식을 공기에 담는다. 청년이 버킷으로 호수 물을 푸고, 마포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잠시 후 입구 탁자 위의 시계에서 차임벨이 울리자, 청년은 울림소리를 중단시키고, 확성기를 들어 시간이 다 되었으니, 배를 돌려 들어오라고 외친다. 중년남성이 가옥 뒤쪽으로 해서 등장해, 주인과 청년이 국수를 들려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같은 것을 주문한다. 그러자 주인은 음식을 팔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중년은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원하는 음료수를 꺼내려 하지만 나오지를 않자, 발로 자판기를 냅다 걷어찬다. 그러자 주인은 백 원 동전 하나를 더 넣으라고 이른다, 가격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중년은 동전을 더 넣고, 음료깡통을 꺼내 마신다.

중년은 자기도 이 선착장에 유숙하게 해 달라고 주인에게 청한다. 회사에서 잘려 갈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주인은 거절을 한다. 중년은 사정을 한다. 백색정장에 중절모를 쓴 신사가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 청년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청년은 제대로 상대를 않고, 면박을 줘서 쫓아 보내려 한다. 두 사람의 대화로, 신사는 청년의 아버지이고, 청년에게만 보이는 아버지의 망령이라는 것이 객석에 전달된다.

아버지는 일찍 아들을 선착장 주인에게 맡기고, 다시는 찾으러 오지 않았기에, 아들은 21년을 이 선착장을 자기 집으로, 주인을 아버지라 여기고 성장했다는 내용이 전달된다. 아버지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증오로까지 바뀌어, 향후 청년은 망령이 등장할 때마다 면박을 주거나, 일하던 망치 같은 소도구를 휘둘러 망령을 쫓아 보내는 장면이 반복된다.

어느 날 이곳에 임산부가 등장한다. 임산부의 설명으로는 선착장 주인의 아이를 배었다는 내용이다. 주인은 여인을 환영하지만, 청년은 시큰둥하다. 좁은 장소에 임산부 여인까지 등장하니, 주인과 청년, 중년남성, 그리고 임산부 여인이 함께 기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네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거기에 망령까지 등장해 부산을 떠니, 청년은 자신이 집을 나가겠노라고, 짐을 싸들고 나갈 채비를 한다. 그러자 주인이 만류한다.

결국 네 사람은 선착장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네 사람 각자의 생활과 합동생활이 장면마다 차례로 펼쳐지고, 약방에 감초 격으로 망령까지 등장해 한 몫을 한다. 그런 와중에 임부가 때 이른 산통을 해, 병원에를 가는 일이 생기니, 남자들이 적극 병원 행을 돕는다. 임산부의 만삭이 다가오자, 청년은 짐 보따리를 싸들고 이곳을 떠날 의사를 내비친다. 비가 퍼붓기 시작하고, 주인이 청년을 적극 말리는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진다. 이것을 보던 임산부가 자신이 떠나야 한다며, 뱃속의 아이가 선착장 주인의 씨가 아님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여인은 떠날 차비를 한다. 주인이 여인을 다시 말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청년과 여인이 고집을 부리니, 이번에는 주인 자신이 이곳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다. 중년남성은 자신이 떠나야 하지만 갈 곳이 없다며, 자신은 회사에서 잘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회사가 파산을 했노라고 고백을 한다.

청년의 생일이 다가오고, 아버지의 망령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등장한다. 청년은 실제인양 선물을 받는다. 선물로 받는 단 과자를 나눠 먹기까지 하니, 이상스럽기는 하지만, 즐거운 풍경으로 이해가 된다. 모두들 식탁에 올려놓은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모두 청년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과, 촛불을 불어 끄면서, 어두운 하늘에 마치 명멸하는 별빛처럼, 수많은 반딧불이의 반짝임이 나타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선착장 주인으로 김정호가 출연해 중후한 연기로 극의 기둥역할을 한다. 중년남성으로 이도엽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로 호연을 보이고, 이항나가 임산부 여인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김 한이 아버지 망령으로 출연해 기존의 망령 역과는 다른 경쾌하고, 명랑하고 산뜻한 망령 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현응이 청년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객석의 갈채를 받는다. 배성우가 중년남성 역으로, 유승락이 청년으로, 송인경이 임산부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프로듀서 김현민, 무대감독 박민호,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김재억, 음향 이영배, 의상 정미용, 분장 김미숙, 포토그래퍼 이원표, 조연출 안하나 주민준,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인쇄물디자인 아리디자인, 기획 김연정 김나라, 홍보마케팅 장유진 권순실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조은컴퍼니와 한국공연예술센터 주최, 정의신 작, 명진숙 역, 김제훈 연출의 ‘가을 반딧불이’를 추운계절에 녹음이 우거진 선착장으로 피한(避寒)을 하는 듯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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