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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15 2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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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극단 미추

명동예술극장에서 극단 미추의 후쿠다 요시유키(福田善之)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을 관람했다.

모노드라마(monodrama)는 혼자서 하는 일인 극을 말한다. 그리스어 모놀로그(독백, monologue)와 드라마의 합성어로서 시종 혼자서 만들어 가는 연극을 칭한다. 주로 배우의 명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단편으로 공연되었고, 18세기 배우이자 극작가인 J. 브란데스에 의하여 독일에서 처음 유행했고, 루소의 ‘피그말리온’(1762)이 공연되었다. 19세기에는 안톤 체호프의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1886), 20세기에는 장 콕토의 ‘목소리’(1930) 등이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1977)과 김동훈의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1969), 그리고 박정자의 ‘위기의 여자’(1986) 등이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은 2005년에 초연된 이래, 2014년인 금년까지 10년째 공연이 이어져 한국연극공연 역사에 기록되는 모노드라마 중 걸작이다.

무대에는 대형 백색 스크린이 배경 막에 부착되어있다. 그림자 인형극을 백색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지나가는 영상을 투사해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무대 좌우에는 반다지 장롱이 놓여있고, 왼쪽 장롱에서 파나마 모자를 꺼내 쓰기도 한다. 무대 중앙에는 긴 차 탁자 모양의 평상이 가로 놓여있고, 그 위에 이부자리가 깔려있다. 오른쪽 반다지 앞에는 의자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객석 뒤편 계단 꼭대기에서 주인공이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관객과 인사를 나누며 계단을 내려와 갑자기 천정을 바라보며 “얘, 거기서 무얼 하니? 어서 내려와”하고 소리친다. 관객이 일제히 천정을 보면, “여러분도 보이시죠? 머리를 양 갈래로 딴 소녀를요?” “저런! 벌써 없어 졌어!” 하면서 날씨 이야기를 꺼내고, 이런 날씨에는 귀신이 다니기 십상이라며, “귀신이나 도깨비 말고 다른 말로 또 무어라고 부르지요?” 하고 물으면, 객석에서는 “요정(妖精)이요!”하며 대답을 한다. 그러면 객석과 무대의 조명이 잠시 꺼지고, 다시 켜지면, 주인공인 여배우가 무대 위로 다시 등장한다.

연극은 6·25동란 당시 북에 동조한 것으로 오해를 받을만한 행동을 한 인물이,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반공법이 강력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라, 자칫 공산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들어가 징역을 살게 되는 것이 두려워, 평생을 자택의 벽 사이 공간에서,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사망신고까지 하고 숨어 지낸 인물을, 벽속의 요정이라 일컬어 만든 연극이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감옥에 날개를 꺾고 수감생활(收監生活)하듯 지내며, 아내를 통해 사회변화, 여식의 성장과 결혼, 그리고 밤에만 베틀을 돌리거나, 낮에는 수건으로 여자처럼 머리를 감싸고 베를 짜며 은둔(隱遁)해 지내다가, 사회통합에 따르는 대 사면령(赦免令) 포고에 따라, 검은 머리칼로 스스로의 감옥에 들어간 이래, 40여년 만에 백발의 머리로 벽 공간에서 나와 자유의 몸으로 살다가 몇 년 뒤 저세상으로 떠나간 기구한 운명의 '벽속의 요정'의 일대기다.

복선을 깔아 물이 솟도록 하는 요술지팡이 이야기가 그림자인형극으로 배경 막에 투사가 되고, 딸이 태아나자, 벽속의 요정인 아버지가 러시아 민요 스텐카라친을 딸의 기억 속에 심어주는 등, 여주인공이 40여 년 동안 숨어 지내는 남편 역을 비롯해, 딸, 건달, 이웃사람, 딸에게 치근대는 청년, 인형극의 인물 등 수많은 역을 혼자 연기로, 또는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여주인공 역의 김성녀 국립창극원장이 발군의 기량으로 연기와 노래를 펼쳐 관객을 2시간 동안 극 속으로 몰입시키며 관객과 일희일비(一喜一悲)를 함께 하고, 소녀 역에서부터 웨딩드레스를 입은 성장한 딸 역, 그리고 대단원에서의 노부인의 역에 이르기까지, 마치 모노드라마 뮤지컬 '벽속의 요정'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혼신을 다해 열연을 한다.

박동우의 무대미술, 김철환의 작곡, 김창기의 조명, 최보경의 의상, 안은미의 안무용, 최은주의 분장, 강국현의 음향, 김동영의 장치, 손지형의 조연출, 김동영, 송태영, 김미영, 박은수, 박조호 등의 인형조종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작품에 드러나, 명동예술극장(구자흥 극장장)과 극단 미추 공동제작, 후쿠다 요시유키(福田善之) 원작,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의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을 세계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공감대가 형성될 감동적인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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