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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18 18: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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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디스라이프’

창작뮤지컬 ‘디스라이프’는 2013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예그린 앙코르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2012년도 대구 뮤지 페스티벌에서 창작지원작으로 쇼케이스를 거쳐 관객들이 뽑아준 만큼 신선하고 즐겁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사랑받은 가수 최도원이 오랫동안 준비해 공연제작자로서 변신했고,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예술감독 조용신이 협력 연출을 맡았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자꾸만 길어지자 저승은 비상사태이다. 저승차사, 천사, 악마들은 저마다 영혼을 수거해가려고 난리다.

다른 쪽(?)에 자꾸만 영혼을 빼앗기자 저승에서는 엘리트였다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천년차사 태을에게 영혼을 데려오라는 특명을 내리고 잠시 유예기간을 준다. 50년을 갇혀있어 심하게 변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30년밖에 안되었지만 수완이 좋은 신입차사 호경을 파트너로 붙여준다.

명부대신 아이데드를 들고 첩첩산골 장수마을인 우스리로 영혼을 데리러 간 두 차사는 티격태격하다가 중요한 차사완장을 잃어버린다. 완장을 잃어버린 두 차사는 인간처럼 보이게 되고, 완장을 차고 있을 때는 알 수 없는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경험하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뿐인 시골 마을에 젊은 남자가 둘이 나타나자 수상한 행동과 모습에도 그저 반기고 친절히 대해준다.

아이데드라던가 차사완장의 중요성 같이 톡톡 튀는 신선함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연기를 하는 젊은 연기자들의 모습과 개그 콘서트처럼 유행어인가 싶을 만큼 반복되는 대사로 인해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한다.

불분명한 발음 때문에 살짝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유쾌한 분위기가 많은 부분을 감싸주고 있고 가볍게 지나가다가 자연스레 깊어지는 이야기의 진행은 함께 몰입해 울컥하게 한다. 흔한 말로 감동과 재미를 둘 다 잘 잡아냈다. 남녀노소 가족단위 친구, 연인끼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마음에 남겨지는 따사로움이 있다.

사람으로서의 기억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아기. 엄마 뱃속에서 있었던 시간이 전부였던 아기에게도 기억이 남아있었던 걸까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본능적으로 남아있는 기억 한 조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으로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것인가? 태을 차사의 이야기와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즐기는 호경 차사의 모습을 통해 엉뚱하게도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은 아기들이 한없이 아쉽고 사랑스러워졌다.

이제 죽는 것도 아쉽지 않은 거북 할매와 온 가족이 다 이민 가서 혼자 있는 것이 쓸쓸한 것이 아니라 이제 인생시작이라는 근식, 황혼의 로맨스로 설레는 소피와 정구, 환갑이 지났음에도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이장이 됐지만 늘 밝고 인심 좋은 강덕. 극의 진행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지고 마음은 따뜻해진다.

오는 26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태을차사 역에는 고상호와 황건이, 호경차사 역에는 고훈정과 김시권, 거북할매 역에는 박주희와 서태영, 강덕(이장) 역에는 서예림과 나세나, 그리고 근식 역엔 서정식과 한규정이, 소피 역에는 허은미와 서미정, 정구 역에는 유승국과 윤승욱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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