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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16 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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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가 지난해 남산 예술센터 낭독 공연으로 시작,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대학로 정보 소극장에서 본 공연 때 32회 전회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올해 극단 ‘간다’ 10주년 퍼레이드의 두 번째 작품으로(첫 번째 작품은 올모스트 메인)선정됐다.

멜로드라마가 쓰고 싶은 혈기 왕성한 공연 대본 작가 준희. 선생님께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얘기하다가 그가 소재만 정해놓고 신경도 쓰지 않았던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를 관찰하고 완성해보라는 권면을 받는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시고 이전에 “할아버지가 누구 찾는다고 하면 절대 도와주지 말라”고 당부했던 일도 호기심 반으로 함께 나서게 된다. 할아버지의 얘기를 녹음하면서 함께 하는 짧은 여정.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고집이 조금 센 할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이라면 궁시렁 거리면서도 기꺼이 돕는 손자 준희의 이야기이다. 또한 극 속에서 준희와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가’를 따로 두어 다양한 시각과 섬세한 표현을 더해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전달하고 있다.

휑할 정도로 아무런 장치가 없는 무대.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무로 만든 세트는 침대도 되고 자동차 안도 되고 식당이 되기도 한다. 조금 많이 비어있는 듯 보이던 공간은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와 관객들의 몰입으로 채워진다. 마침내 공연이 끝나고 나면 휑해 보이던 공간에 지나지 않던 무대가 바라보기만 해도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엇이 된다. 그건...무엇일까?

할아버지의 잔소리와 간섭이 싫어 외출을 할 때면 방에 자물쇠를 걸고 나오는 할머니와 고집이 세서 남의 이야기는 잘 듣지 않는 할아버지. 어르신들의 부부싸움은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절묘하다. 서로의 얘기는 전혀 안 듣는 싸움인데 상대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싸움이라서 일까? 그 사이에서 어느 쪽도 편들 수 없어 난처한 손자 준희 모습은 너무나 친근하다.

할아버지가 “시간 있느냐” 물으면 “무조건 바쁘다”고 거절하라던 할머니의 이야기. 하지만 준희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녹음하고도 싶고 할아버지의 부탁을 계속 거절하기도 애매해서 함께 춘천을 향한다. 가볍게 생각했던 여행은 그러나 할머니의 위독함과 겹쳐서 곤란한 상황이 되지만, 끝까지 강행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에게 첫 사랑을 만나는 일은 어떤 의미였을까? 정말 할머니가 아직 곁에 있을 때 만나야 아무런 사심 없는 순수한 만남이 될 수 있기에 끝까지 고집을 부리신 걸까?

확실한 것은 질타어린 가족들의 시선 속에서 할아버지의 편을 들어주진 못했지만 준희만은 할아버지의 진심을 헤아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그 언젠가부터 곁에 있었던 할아버지. 하지만 그 짧은 여행을 통해서야 비로소 할아버지를 만났다는 준희. 언젠가 내 손자가 나에게 내 삶에 대해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준희의 고백은 깊은 울림이 되어 남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한 그 누군가를 진짜 만나는 일은 일생에 얼마나 될까? 작가의 말처럼 그 만남으로 인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특유의 반짝이는 재치, 재기발랄한 유머와 함께 과하지 않은 잔잔한 이야기는 마치 봄 햇살처럼 따사롭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짧은 여행을 지켜본 것 뿐 인데 고집쟁이 할아버지가 담배피우는 뒷모습마저 먹먹해지는.

극 초반에 길을 잘 몰라서 내비게이션에만 의지하던 준희는 어느 새 기계의 도움 없이 길을 떠나게 된다.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몰라서 가지 못했던 길을 이제 그는 갈 수 있게 되었다. 길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몰라도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금 헤맬지라도, 돌아가게 될지라도.

작.연출을 담당한 민준호가 배우로 합류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반갑다. 좀 더 가까이 이 작품을 “만나게 될까?”하는 기대가 생긴다.

한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4월 20일까지 공연하고, 고집쟁이에 똑같은 잔소리, 모르는 것도 시침 뚝 떼는 할아버지 역에 초연 멤버 오용역에는 진선규와 김승욱 배우가 합류했고, 할머니 역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 역 멀티까지 손지윤과 정선아, 할아버지와의 진짜 만남을 통해 행복해진 손자 준희 역에 이희준.오의식.홍우진, 자신이 쓴 수필을 소개하고 이야기의 진행을 돕는 작가 역에 양경원과 이석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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