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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26 11: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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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멕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변주되고 있는 명작이다. 여전히 전무후무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 ‘오셀로’ ‘햄릿’은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는데 반해 ‘멕베스’는 욕망에 휘둘리고 끝내는 파멸하는 내용으로 악인이 주인공인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스코틀랜드의 국왕 던컨의 사촌으로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가던 멕베스 장군은 황야에서 세 마녀의 예언을 듣게 된다. 새로운 영지 코오더의 영주가 될 것이고 왕이 된다는 것. 함께 있던 뱅코우 장군도 왕이 되지는 못하지만 왕들의 선조가 될 거라면서 마녀들은 만세를 부른다. 진짜 코오더의 영주가 되자 멕베스의 마음속에선 왕이 되고 싶은 욕망이 불처럼 일어난다. 한편 그는 편지를 써서 부인에게 마녀들의 예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세 마녀는 앞은 빨갛고 뒷면은 검은 옷을 입었다. 빨간색은 유혹하는 듯 보이고 검정색은 유혹에 빠지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암시일까, 마녀들의 말에 휘둘린 멕베스는 욕망에 휘둘리다 못해 야금야금 먹혀버린다. 마녀들을 만난 것도 아닌 레이디 멕베스는 남편이 주저할 때마다 더욱 다그친다. 그리고 그는 아내의 말에 또다시 피를 묻힌다.

멕베스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아내의 유혹인지, 마녀들이 심어놓은 욕망인지, 아니면 어딘가 도사리고 있다가 이때다 하고 불쑥 튀어나와 멕베스를 지배하는 그의 숨겨졌던 욕망인지...아니면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무료한 듯 남편의 편지를 읽다가 마녀들의 예언을 읽으며 반짝, 생기가 살아나는 김소희 배우의 연기는 흠칫, 오싹함마저 들었다. 도덕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인 듯, 국왕을 시해하는 계획을 세우면서도 뭔가 재미있는 장난을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정해진 일을 해치우는 것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남편이 막상 피를 묻히고선 덜덜 떨고 있음에도. 그녀는 함께 세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뒤처리마저 해치운다.

그리고 그는 정말 왕이 됐으나, 죄책감은 그에게 자꾸 환영을 데리고 온다. 그는 왕들의 선조가 된다는 예언이 겁이나 절친한 지기였던 뱅코우와 그 아들을 죽이려하지만 아들은 도망가고 만다. 점점 죄책감으로 폭군이 되어가는 멕베스. 그리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남편이 왕이 되도록 한 레이디 멕베스는 왕비가 되고는 오히려 몽유병증세를 보인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흥미진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불안해지고 그제야 피가 피를 부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멕베스와 레이디 멕베스의 무너짐은 모습이 너무 다르다. 더욱 패악을 부리는 멕베스는 피에 무뎌져가고, 레이디 멕베스는 점점 죄의식에 짓눌려간다.

박해수 배우의 멕베스는 조금 소년 같았다. 두려워하고 덜덜 떨면서도 손에 쥔 칼을 놓치지 않는다. 김소희 배우의 레이디 멕베스에 끌려 다니는 모습 또한 그러한 인상을 주었다. 인간적인 나약함에 무너져 내릴 때마다 남편을 일으켜 세우더니 결국 자결하는 레이디 멕베스. 그녀를 그렇게까지 몰아 부친 것은 무엇일까? 사람으로서 가져야할 마음이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난 듯 그녀는 갑작스레 타오르고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마녀들의 예언, 그 부추김에 넘어가지 않고 충절을 지켰더라면 그는, 아내와 평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언젠가 그런 일이 있었지, 참 우스웠어. 라며 미소 지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레이디 멕베스는 그러한 삶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의 말처럼 그는 무대 위에 있을 땐 잠시 뽐내고 떠들어대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가련한 배우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그는 여자의 배를 찢고 태어난 맥더프에게 결국 죽음을 당한다. 그것도 예언에 사로잡혀 싸우다말고 공포에 인해 허무하게 목숨을 내어준다.

왕이 되겠다는 욕망에 왕을 죽이고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해치우면서 그의 마음도 사라졌다. 잘난 척 뽐내 보았댔자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다시 빼앗길 수밖에 없다. 더 큰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자꾸만 자라면, 그것이 존재 자체를 뒤흔든다. 결국 욕망이란 놈이 시커먼 속을 보이며 덤비면 옴짝 달싹하지 못하고 먹히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어도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행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행여 당장에는 아무 일이 없는 듯 보일지라도. 심지어 모든 것이 잘 되는 듯 느껴질 지라도...

멕베스와 레이디 멕베스처럼 욕망에 삼켜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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