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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26 1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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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이하 예술단)의 야심찬 도전, 근대 가무극 네 번째 작품이 드디어 선을 보였다. 2014년 첫 번째 정기공연으로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의 건국을 주도한 영웅 소서노 이야기, 근대 가무극 ‘소서노’이다.

근대 가무극이란 춤과 노래를 기본으로 극적인 서사를 풀어나가는 종합예술을 말하며, 특별히 한국적 뮤지컬을 일컫는 말이다. 서울 예술단은 이전에도 대무신왕(무휼)과 호동 왕자에 대한 이야기 ‘바람의 나라’시리즈를 통해 어렵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해왔다.

득실이 있었지만 결국 ‘윤동주, 달을 쏘다’를 통해서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정도에 이르게 됐고, 지난해 9월, 명성황후에 대한 작품‘잃어버린 얼굴1895’, 하멜에 의해 알려진 벨테브레, 조선 최초의 귀화인이야기 ‘푸른 눈 박연’까지 승승장구했다. 믿고 보는 서울예술단이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고 2014년도 예술단 공연을 향한 관심 또한 뜨겁다.

1부는 신화적인 스토리로, 2부는 역사적인 스토리로 차별화했다. 1부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하는 모습과 주몽과의 만남,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신비로운 숲, 아주 깊고 고즈넉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처럼 느껴진다. 그 곳에서 신령족의 수호로 자란 소서노. 졸본의 왕을 찾는 검투 시합에서 우승한다. 역동적인 검투씬과 왕위를 노리는 연무발의 음모가 쫄깃하게 잘 짜여 있다. 제천의식 장면에 쓰인 커다란 북 연주는 오직 북소리만으로 공간을 꽉 채워 인상적으로, 천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군무가 압도적이다.

소서노와 주몽의 만남은 우연처럼 운명적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우정과 사랑사이를 오고가는 장면이 좀 더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의 힘을 가진 주몽과 물의 힘을 가진 소서노가 우리의 나라를 꿈꾸는 넘버가 아름답다.

2부는 훌쩍 시간을 뛰어 넘는다. 고구려는 전쟁을 통해 나라를 성장시킨다. 주몽과 소서노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소중한 사람들마저 잃는다. 상황이 일그러져가자 소서노는 주몽이 꿈꾸는 나라가 되도록 조력자까지 곁에 찾아주고 자신은 비류, 온조와 함께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떠난다.

우선, 서울예술단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군무가 이전 작품보다 더욱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검투, 군사훈련, 추격, 전쟁씬과 같은 조직적이고 역동적인 군무가 환상적이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이 함께 존재하는 선과 움직임이 아름답다. 다만, 무대미술이 화려하다보니 오히려 단원들의 춤이 배경에 묻혀 아쉽다.

음악은 송스루인 만큼 모든 공간과 시간을 채우고 있는데, 장엄하고 극적이면서 유려하다.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어 더욱 극적인 효과가 살아있다. 1막에서는 상당한 내용들이 음악과 군무로만 보여주면서 동선이 복잡하다보니 군무가 이전 작품보다는 합이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이기도 했고 이야기의 개연성이 약할 경우 너무 음악만 들려서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특히 와이어 액션은 원하는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정은 배우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전까지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역할에 적합한 배우라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검투씬까지 훌륭하게 소화해 내 두 나라를 건국한 여왕, 포용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서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주몽 역의 박영수도 역동적인 액션과 무대를 압도하는 가창력, 소서노와의 호흡도 좋다. 방대하고 조금은 산만한 전개임에도 주몽의 내면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힘을 과시하고 그 힘을 휘두르기보다 승전가를 멈추고 아파하는 백성을 품었던 소서노. 그릇이 다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구려를 주몽과 유리에게 주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떠난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피가 튀도록 싸우는 것이 당연해 보였는데, 전부라 해도 좋을 것을 내려놓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역사 속의 소서노는 고구려와 백제라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두 나라의 건국에 핵심인물임에도 몇 줄의 기록이 전부였다. 그 몇 줄만으로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발휘, 창조적인 작품, 한국적인 뮤지컬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예술단의 노력이 눈부시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끝없는 노력과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기억하고 간직해야할 예술단의 작품 수만큼 마음에 살아나는 사람이 늘어간다. 윤동주, 명성황후, 박연, 그리고 소서노. 소서노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길 바래본다. 같은 바램, 꿈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루어질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29일까지, 천안으로 옮겨 다음달 5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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