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동구역 JSA’(연출 최성신)은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을 원작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드라마로, 전쟁과 휴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념과 개인의 갈등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대원들과 말로만 비무장 지대를 순찰하던 김수혁은 실수로 지뢰를 밟아 동료들과 떨어져 고립되고 역시 순찰을 돌던 북한군 오경필, 정우진과 만난다. 그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김수혁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가운데 놓고 마주보고 있을 뿐이던 일상을 바꾼다. 초소의 네 명의 남북한 군인들은 북한초소에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고, 일상적인 농을 주고받으면서 불가능해 보이던 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금기된 법을 뒤로할 수 있었던 것은 김수혁의 호기심 때문일까, 아니면 서로를 향한 시선에 온도가 생겼기 때문일까? 남한에서 입수한 잡지, 담배, 라이터, 여자 사진 등 참으로 소소한 일상이다. 한번, 두 번, 매일처럼 만나러 간다. 마치 비밀연애라도 시작한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작고 사소한 선물을 준비해서.
정 많고 넉넉해서 큰형님처럼 품어주는 오경필과 장난기 넘치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정우진의 미소, 언제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엄마가 지어준 집 밥 대접하고 싶다는 수혁의 작은 소망에 마음이 아프다.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일까?
그토록 따뜻했기에 그 사건은 너무나 서글펐다. 여전히 그들과 우리는 함께 일 수 없다고 증명한 게 되었다. 절명의 순간이 다가오면 주고받는 눈빛, 함께 지낸 시간들에 가득하던 햇살은 사라지는 것이다.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공포’에 몰려 총을 난사하고 기억을 지웠던 것은 죄책감일까, 아니면 슬픔일까?
뮤지컬 JSA에서는 영화와 달리 50년 동안 계속된 ‘증오의 조건반사’와 이로 인해 반복되는 비극적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어, 영화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남북한의 ‘동포애’와 중립국 수사관의 개인사가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남북한 병사들 간의 총격전에 얽힌 진실은 충격적이고 이 비극은 50년 전, 베르사미의 아버지와 삼촌에게 일어났던 참혹한 과거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이데올로기로 인한 대립으로 발생한 형제간 비극. 이 두 가지 사건은 이 작품의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토록 따르고 아끼던 사이가 되었지만 “언젠가 우린 서로를 죽여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역사가 축적해 놓은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개인이 나눈 인간적 관계가 얼마나 희.비극적 인지 알려준다.
또한 마지막까지 진실을 덮으려는 남북한의 태도, 진실을 규명하려했으나 오히려 배척당하는 베르사미의 모습. 하지만 결국 이 일을 통해 베르사미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버지를 받아들이게 되고 아버지의 나라도 마음에 품을 수 있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꼭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진심’을 알 수 있는가 보다. 오경필의 고백에 베르사미는 무엇을 느꼈을까? 사상과 이념이라는 허울에 갇혀 더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세상은 가엾다. 개인에게 틈을 주지 않을 것처럼 견고해보이지만 결국 그 또한 사람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그 다리를 건너 형제를 향해 나아가던 발걸음. 오늘은 조금 아팠을 지라도, 언젠가 좋은 날이 와서 경필이 수혁과 성식을 찾을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비로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뜨거운 눈물로 부둥켜안게 되기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뮤지컬이기에 만날 수 있는 현장감 넘치는 무대연출로 생생하게 구현해 낸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가 오는 27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아트홀에서 공연된다.